표절에 대해 아십니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신의성실을 바탕으로 한다. 서로 믿는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숱한 관계들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남녀간의 사랑도 이 믿음을 근간으로 한다.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때로는 하늘의 별을 따준다는 말조차도 진정 그래줄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거 아닐까. 만사 믿음이 제일 첫 번째 놓여야 흔들림 없다. 허나 우리 사회는 지금 거짓말과 적반하장이 무자료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이맘때 마광수 교수가 제자의 시를 표절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3학년생의 시를 몇 마디 바꾸고 행가름만 다시 해서 자신의 시집에 실은 것이다. 언론은 집중포화를 퍼부었고 마교수는 사과했다. 제자의 시가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나? 참 어이없다. 국문과 교수라는 사람이 표절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는 말이다. 결국 그의 시집 <야하디 얄라송>은 전량 수거되었다. 그러나 이미 2,000부 가량 팔린 상태였다니 그건 그대로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있다. 이래서 문학적 표절은 잘못의 잔존기간이 무한대에 가깝다.
최근에는 소설 <경성애사>의 표절의혹이 불거졌다. KBS 드라마 <경성 스캔들>로도 제작되었던 소설이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표절했다는 거다. 원작자 이선미는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잘 나가던 드라마 작가라는 그녀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휴지로 변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허구한 날 일본 베끼기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툭하면 대필이니 대리번역이니 하는 일들도 벌어진다. 왜들 이러나. 최근 내가 본 표절사건 하나를 여기 소개한다.
입관 입관
-김옥전- - 김정순-
등짐을 벗어놓고 자식 걱정 벗어 놓고
허리도 벗어놓고 할아버지 질병도 벗어 놓고 아버지
관속으로 천천히 들어가셨다 관 속으로 들어 가셨다
생전의 휘어진 허리를 생전의 휘어진 허리를
우두둑 우두둑
오빠가 꺾어드렸다 오빠가 펴드렸다
봄,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봄,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몸 풀고 일주일도 안 된 고모가 무 뽑듯 핏줄 이어 준 올케는
제 설움에 겨워 눈이 붓도록 울었다 제 설움에 겨워 눈이 붓도록 울었다
오빠는 허리를 꺾어 오빠는 수의를 입혀드려
죄송하다며 울었다 죄송하다며 울었다
나는 이제 할아버지 지게에 나는 이제 아버지 헛기침 소리
탈수 없어 울었다 들을 수 없어 울었다
눈물로 단단히 못질 된 관 바깥에서 눈물로 단단히 못질된 관 바깥에서
할아버지가 부려놓은 짐들이 아버지가 뿌려놓은 씨앗들이
모여앉아 허리 휘도록 울었다 모여앉아 허리 휘도록 울었다
옻칠한 한세상이 막 지나가는 중이었다 환한 세상이 막 지나가는 중이었다
**상주문학 2007제19집**
왼편 시는 김옥전 시인의 등단작이다. 오른편 글은 김정순이라는 사람이 김옥전의 시를 표절해 상주문학 2007제19집에 실은 것이다. 가만히 보면 표절이 아니라 작심하고 베껴 쓴 글이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창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베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돼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명백한 표절이다. 허나 본인은 절대로 아니란다. 수 년 전에 자신이 직접 쓴 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단다. 별 수 없이 한국문예학술 저작권협회(http://www.copyrightkorea.or.kr)에 제소하는 단계까지 와서야 비로소 잘못을 시인했단다. 상주문학은 당연히 전량 회수 되어야 마땅하고 그간 김정순이라는 사람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올린 글들은 삭제되어야 한다. 남의 것을 훔치고도 사죄로 끝낼 수 있다는 자체가 아직은 표절에 관대한 사회라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사과문도 올리고 김옥전에게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은 시인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하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쓰고 시인이 되고 저마다 문인이라며 행세하는 판국이다. 시인이 많으면 문학적 품격도 함께 높아져야 정상 아닐까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곳곳의 문학학교에서 양산된 얼뜨기 문인 아닌 문인들이 행세를 하려다보니 실력은 딸리고 난 척은 하고 싶고, 결국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뿐인가. 남녀가 모이다 보니 중년의 불장난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건 결단코 아니다. 문학은 문학일 뿐 그 판에 모여 권력을 만들고 남용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을 닦는 수행과도 같다. 김정순은 마음을 닦는 방법을 모르나보다. 어쩌겠나. 목욕탕에 가서 몸이라도 깨끗이 씻기 바란다. (작성인 : 전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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