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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향수(Perfume,2006) The Story Of A Murderer

by 진 란 2007. 4. 2.
향수(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2006)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감독 : 톰 튀크베어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향수)
영혼을 뒤흔들 단 하나의 향기를 만난다!
단 하나의 욕망, 사라진 열 세명의 여인들... 그 치명적 향기가 영혼마저 지배한다!!

 

  18세기 프랑스,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 난생 처음 파리를 방문한 날, 그르누이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린다.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한물간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를 만나 향수 제조 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하는데…

 여인의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간절해진 그르누이는 마침내 파리를 떠나 ‘향수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그라스(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향수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편 그라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머리카락을 모두 잘린 채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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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향수(香水)’ 를 보고









문제의 이 장면...!




 

『좀머씨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의 은둔주의자 쥐스킨트의 작품,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향수』를 영화로 보았다. 난 이 작품을 소설로 먼저 만났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데리고 가서 자유롭게 책읽으라 하고는 나도 가지고 들어간 이 책에 코를 틀어박았다.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다가도 폭소가 터지는 가운데 이틀을 밤낮으로, 마침내 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다 읽고 한숨 두어 번 쉬고는 그리곤 곧장 영화를 보러 달려갔다. 대체 이것을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내용을 아주 조금만 소개해 주었는데도 동무 중 하나는 끝내 영화 보기를 거부하였다.

1700년대의 프랑스, 악취 나는 생선시장 더미에서 가난한 어머니로부터 생선 칼로 탯줄을 잘리고 태어난 아이. 이후 행복이라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천애고아요 천덕꾸러기로 험하게 자라는 가운데 돌, 물, 벌레, 나무, 안개, 연기, 사람…등 온갖 사물을 냄새로 구분해 내는 이 냄새의 신동,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에게 사람들은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은 냄새가 없는 대상을 지시하는 추상적 개념어들, 특히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뜻을 지닌 단어들을 익히는 일이었다. 권리, 양심, 신, 기쁨, 책임, 감사 등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그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름다운 불꽃놀이도 냄새상으로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어두운 거리를 걷던 중 한 번도 경험하지 매혹적인 향기를 지닌 여인을 홀린 듯이 따라가 최초로 여인을 죽이고 그 체취를 만끽한다. 그 향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 냄새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으나 비교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우선 이 냄새는 신선했다. 그러나 그것은 레몬이나 유자의 신선함과는 달랐다. 몰약이나 계피나무잎, 박하향기나 자작나무, 장뇌나 솔이파리의 향기와도 달랐으며, 5월에 내리는 비나 차가운 바람, 샘물 등 어느 것하고도 같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또 온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감귤이나 실측백나무, 사향냄새와는 달랐으며, 쟈스민이나 수선화, 모과나무나 붓꽃의 향기 등과도 다른 것이었다. 붙잡을 수 없을 정도의 가벼움과 무거움이 혼합되어 있었다….”

이로부터 그의 생의 목표는 오직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기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방법, 그 향기를 영원히 소유하고픈 강렬한 욕망으로 내닫는다. 퇴락해 가는 향수 제조사의 집으로 들어가 그를 억대 부자로 만들어 주며 향수 제조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곤 차근차근… 무려 25명(영화에서는 13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죽여 그 체취를 수집하면서도 죄의식 따위는 애초에 없다. 물론 연민도 사랑도 없다. 결국 살인마는 체포되고, 사형장에 나온 그가 수십 명 여인의 향기를 한데 모아 만든 치명적인 그 향수를 몸에 뿌렸을 때 아, 그 향기가 불러온 충격적인 결과를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저주를 퍼붓던 군중들은 삽시간에 황홀경에 빠지면서 이 청년을 사랑하게 되고, 서로에게 사랑이 감전되어 하나씩 옷을 벗고 뒤엉켜서 기막힌 사랑의 행위를 연출한다. 향기가 이렇게 사람을 마비시키는데도 주인공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 이제 그가 만들 수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다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냄새가 없다. 그래서 마음 내키는 대로 자기의 냄새를 만들어 내지만, 그것은 진정한 자신의 냄새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자신은 이 세상에 없는 존재이다.

당연히 무죄로 풀려난 뒤 그가 간 곳은 자신이 태어난 더럽고도 비극적인 생선시장, 그곳에서 또 다시 향수를 머리에 끼얹는다.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를 에워싸고, 한참 만에 돌아서는 그들 뒤로는 텅 빈 공간에 댕그마니 찢겨진 옷만 보일 뿐이다. 그를 사랑하게 만들어 스스로 먹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그렇게 ○○○… .

나는 우울할 때는 꽃향기를 맡으면서 마음을 곧잘 치료하곤 했다. 좋은 냄새를 맡고 있는 동안에는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온갖 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마음은 서서히 온화해지고 관대해지며 사랑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책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않은가. 줄을 좍 그었다. 주인공이 이 정도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창조한 향기를 처음 맡은 늙은 향수 제조사의 그 느낌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했다.

“정말이지 천국의 향기 같아서 갑자기 발디니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눈을 감은 발디니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올랐다. 나풀리의 어느 정원, 저녁노을 속을 거니는 젊은 시절의 자신이 보인다. 검은 곱슬머리 여인의 품에 안겨 누워 있는 모습도 보인다. 창문 위로 장미 덩굴이 뻗어 잇고 그 위로 밤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멀리 어느 항구의 선술집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속삭이는 소리와 사랑의 고백이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듯하고 황홀한 전율로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 생생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향기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향수의 매력, 향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의 언어는 냄새로 맡을 수 있는 세계를 묘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주인공도 이렇게 언어로도 안 된다고 했는데 영화는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 외에도 온갖 감각적인 부분과 생략, 난이함, 상징성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관객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독특한 영화는 아무래도 원작 소설을 본 후에 영화를 보는 것이 그나마 생산적일 것 같다.

설마 이런 건 영화로 표현 못 하겠지 싶던 것 - 특히 마지막 후반부에 집단으로 이루어지는 난교(亂交) 장면은 분명 생략하거나 간접적으로 처리하겠지 생각했는데, 아! 예상을 뒤엎고 정말로 그대로, 그것도 훌륭하게 표현해 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영화사상 최고의 누드 퍼포먼스, 활자 속의 이미지를 눈앞의 현실로 보았다. 살인마에게, 아니 사실은 향수에 반한 군중들이 전라로 연기하는 이 장면 - 절망스런 감탄과 사랑의 표현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하여 유럽 최고의 무용단 150명을 포함, 총 750명이 등장하였다고 한다. 도무지 이 영화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연소자 관람 불가가 아닌 것이 못내 이상하고, 신기하고, 한편 기분이 으쓱해지기도 하다. 분명 ‘15세 이상 관람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함께 보고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뭐가 이렇나?”하는 표정이다. 야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전혀 없다. 피도 한 방울 안 나온다. 따라서 무서운 영화도 아니고, 단지 수족관에 담겨진 여체, 퐁네프다리 위의 다닥다닥 지어진 판자집들, 수많은 꽃과 환상적인 보랏빛 라벤다 물결…등 오직 독자나 관객의 상상력만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18세기 프랑스 역사를 공부하고, 또 향수의 도시인 프랑스의 그라스 지방에 체류하며 취재를 하며 향수 제조법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원작의 후각과 촉각의 자극을 더 이상 어떻게 드러낼 수가 있을까.

나는 원작 소설을 이토록 충실하게 담아 낸 영화를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끔찍하지만 동시에 소름끼치게 재미있는 책, 관능적이며 감각적, 탐미적, 원초적, 악마적인 영화. 그러나 세상에 빛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건강하고 즐거운 영화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불쾌하고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향수 제조의 주요 원료인 자스민이나 히야신스는 예민해서 해 뜨기 전에 꽃을 따야 해. 아니면 향기가 날아가. 열에도 약해서 냉침법으로 향을 뺏아 내야 해.”

*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냄새를 지배하는 자, 바로 그가 인간의 마음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 다른 사람의 냄새를 얻어낼 수 있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그는 행복과 깊은 만족을 느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아주 드물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들의 냄새였다. 그 사람들이 바로 그의 제물이었다.

* “인간의 냄새일 뿐만 아니라 초인간적인 냄새, 말로는 이루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활력이 넘치는 냄새, 그 냄새를 맡은 사람은 누구나 다 그 냄새의 주인을 마음 속 깊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천사의 냄새를 만들자.”


장미꽃에서 레몬, 라벤다, 백리향, 쟈스민, 히야신스, 제라늄...꽃들로부터 향기를 압착해 내고..증류하고..
정제하여..수천 송이로부터 한두 방울의 향수를 얻어내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바람재들꽃의 달희님이 쓴 영화감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