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리움
詩 : 김재진
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
따뜻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
나에게 기대는
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뭇한 풍경이라면 좋겠네
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
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을 닦는
그리움이라도 모락모락
김 오르는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추암 여명 - 2004년 9월 19일 촬영]
[추암 일출 - 2004년 9월 19일 촬영]
그리운 대로 살랍니다
詩 : 조찬용
누가 그립다 했습니까
그리운 것을 생각하는 날이면
그리운 날은 그리운 날대로 남고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사람대로 남습니다
저문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가 우리를 안고 깊어지는 연유를 생각합니다
퍼렇게 멍이 든 날의 아픔도 제 각각 큰 산이고
파도처럼 다 출렁거리지 못하는 설움도
제 각각 큰 강물입니다
넘어지고 무릎이 깨져
진물이 나도록 애간장이 다 타버린 그리움입니다
아픔도 설움도 열매가 되어 그립습니다
흘러서 쌓인 것은 모두 그리운 것들 뿐입니다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깨지고 부서지는 파도가
저 스스로 깊어지고 푸르러지는
아픔이고 설움인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움이 눈물을 실어온대도
나는 그리운 대로 살랍니다
해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선 주로 남쪽 바닷가 절벽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3-4cm의 결코 작지않은 연보라빛의 꽃을 피우는 해국은 여
름이 끝날 무렵부터 겨울이 오도록 피고 지기를 계속하여 쑥부쟁이, 구절초
같은 가을꽃들이 그 빛깔을 잃고 사라져갈때도 해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볼 수가 있다.
꽃의 생김새나 분류학적으로 볼때도 해국은 구별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쑥
부쟁이와 아주 유사하다. 하지만 살아가는 본질적인 태도는 유사한 분류군의
식물들과는 다른 독특한 점들이 많다. 우선 나무라고도 풀이라고도 할 수 없
는 반목본성 식물이다. 원칙적으로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보지만 풀처럼 싹
이 올라 커 나가던 식물의 줄기며 잎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몇 해
씩 견딘다. 그러다 보니 나무처럼 굵고 목질화되어 나무이기도 하고 풀이기도
한 상태로 커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해국을 이야기하면서 강인한 생육 특성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이름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해국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국화이다. 어떤 식물이 살 수 있을까 싶은 바닷가의 매서운 바람에 맞서며 척박한 돌 틈에 뿌리를 박고 잘도 자란다. 그리고 돌 틈새가 조금만 평편하고 넉넉해지면 이내 한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검은 바위 틈새에 피어있는 보랏빛 꽃 무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해국의 라틴어 학명 에스터 스패튤리폴리우스(Aster spathulifolius)는 '별을
닮은 고운 꽃과 주걱형의 잎'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잎은 상록성
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운 날도 있네
詩 : 양현주
손아귀에 쥐고
쿡 쿡 눌러대는 리모컨 조율사
노래하는 어릿광대이었지
미치도록 괴로웠던 격정의 날
차마
아파서 눈뜨고 볼 수가 없었지
늪 인줄 알면서 깨지 않는 꿈속을 헤매고 다녔네
별들의 낙하에도 미움일랑 배우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증오대신 용서를 배운 적 있다네
미워서
더 그리울 수가 있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지
가끔
그 사람 안부 그리워진다네
어디
사람이 사랑만 하고 살던가
눈물로 매만지며 부딪 치며 사는 게지
우연이라도
만남이 주어진다면
차 한잔 나눌 정은
가슴에서 지우지 말아야지
그리움을 띄우는 바다
詩 : 이인혁
고요한 외로움에서
그리움의 파도와 풍랑으로
이별의 경험을 넘어서
사랑을 함께 맛 볼 수 없기에
바다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다.
푸른 물 출렁이며 즐거워하던
우렁차고, 패기가 넘치는 바다는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더듬어 찾아도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끝없이 기다리며
아낌없이 부서지는 바다는
또 다른 삶을 내 딛을
수평(水平)의 선(線)을 그리며
가슴 깊숙이 품어 온 그리움을
바다에 띄운다.
그리움의 파도와 풍랑에서
고요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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