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기 작가는 ‘자연과 문화 사이의 불안한 소통의 문제’를 조각적인 해석으로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세상의 나무’, ‘말하는 나무’등의 개인전을 통해 나무 특유의 정신과 나무의 형태에 있어서 살아있는 구조물을 동시에 시각적 관점으로 표현 하고자 하는 그. 따뜻한 4월의 어느 날, 그를 만나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다. 대학 다닐 때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다. : 학부 커리큘럼에 잘 따르는 학생이었다.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좀 후회스럽더라. 너무 학부 커리큘럼에 얽매인 작업에만 몰두했던 것 같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지만 놀 땐 또 열심히 놀았다. 친구들과 밤새도록 놀고 다 같이 오전 수업에 들어가곤 했다. 그 때는 밤새 술 먹으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 고흐나 고갱, 미켈란젤로를 이야기 하면서 우리끼리 끊임없이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나 때에 그랬던 반면, 요즘 학생들은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학 강의에 나가보면 요즘 미술학도들은 어떤 것 같나? : 요즘 미술학도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빨리 확립 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좋은 거다. 철이 빨리 드는 거니까. 하지만 자기 분야에 대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경험해보고, 시도도 해보고 만들어 나가야 되는데 너무 일찍 자기 자신의 범위를 정해버리고 그 안에서만 만들어 나가려고 하니까 말랑말랑한 사고가 떨어지는 것 같다. ‘나무 연작’에 대해 개략적으로 말해달라. : 나는 나무를 통해 나무 특유의 정신과 나무의 형태에 있어 살아있는 구조물을 동시에 시각적 관점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나의 나무는 곧 인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이 고민하는 것과 소통이 될 수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내고자 많이 노력한다. 나무 연작에 결정적인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 나주 은주사의 정자나무였다. 그 때가 1991년, 내가 대학원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그때 본 은주사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는 정말 대단했다. 내가 살면서 본 나무 중에 최고라고 말해도 무색할 정도였다. 그 나무를 보면서 ‘저 나무가 발산하는 에너지만큼 나도 그런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나무의 사진을 찍어놓고 거의 십년동안 사진을 보고만 있었다. 그로부터 약 십년 정도 지나고 2002년도에 일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면서 나무 작품을 처음 선보이게 되었다. 영상에 들어가는 작업의 소스는 어떻게 얻나? : 영상은 디지털적인 요소이지만 내용은 아날로그적인 상황과 결합시켜 작업한다. 내가 직접 5mm 캠코더로 촬영하는데, 내 관점에서 보는 것을 그대로 작업에 반영하려고 한다. 편집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걸음걸이나 손에서 오는 흔들림의 느낌이나 화면의 깨짐도 그대로 포함시킨다. 영상은 필요에 따라 화면의 속도 정도를 조절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가공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무’는 목재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나무 연작’에 쓰이는 스테인레스라는 재료는 다소 인공성과 차가움이 느껴진다. : 내 작업에 쓰이는 재료 자체는 차갑다. 하지만 나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작품 자체에서 따뜻함을 많이 느낀다고들 하더라. 아무래도 작업에서 작가의 노동이 집약적으로 보여 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나무를 만들면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내 작업의 밀도 때문에 그런 반응이 오는 것 같다. 작가의 시간이 작품에 축약되어 있으면 관객이 작업의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소통이 쉬운 것 같다. 앞으로도 관객들과의 마음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입체 작업을 하다보면 많이 힘들 것 같다. 작품 스케일도 큰 편인데 힘들지 않나? : 입체 작업에 매료가 되면 평면 작업은 하기 힘들다. 반대로, 평면 작업에 매료가 되면 굳이 입체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평면 작업 내에서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다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평면 작업보다 입체 작업에서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입체 작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공간을 다루는 부분이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고, 힘든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큼 매력도 있고, 작업을 끝내고 난 후에 보람도 많이 느낀다. 고양 스튜디오에 있을 때 얘기 좀 해 달라. : 그 때는 원래 스튜디오에 들어 갈 생각이 없었다. 사실 나는 스튜디오가 작업 할 공간 없는 가난한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그게 아니더라. 내가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된 건 거의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스튜디오에서 많은 작가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좋았었다. 서로의 작업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했던 것이 나의 작업을 뒤돌아 볼 수 있는 더 할 수 없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그것은 내 작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스튜디오의 교환 작가 프로그램 덕분에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도 공부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군가? : 피카소를 좋아한다. 독일의 뒤셀도르프 21세기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작품들을 보고 전율을 느꼈었다.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 학교 다니면서 미술사 시간에 배웠던 피카소와는 전적으로 느낌이 달랐다. 선과 색을 써서 표현한 그의 작품에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 내가 강의를 나가면서 보면 생각이 말랑말랑한 학생들이 작업도 좋은 것 같다. 학생은 배우고 공부 해나가는 시기이니까 작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너무 빨리 자신의 영역을 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자기 고집만 세우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좋은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자기가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그런 것들을 작업에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자연스레 좋은 작업이 나오고, 기존의 작업은 한층 더 발전 할 수 있다고 본다. reporter_이나래 smallnarae@gmail.com editorial director_서연우 yeonu77@gmail.com Copyright SUBART(www.subart.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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