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커뮤니케이션...Call, Lost and Alone in the Wild
2회 충무로국제영화제 깜짝상영작, 자연과 음악 어우러진 로드무비
지난 해 충무로국제영화제 깜짝상영작으로 초청됐던 바딤 펠레만 감독의 영화 <인 블름>이 오는 2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엔 헐리우드의 연기파 명배우 숀 펜의 신작 <인 투 더 와일드>가 깜짝상영작으로 초대됐다.
영화 <인 투 더 와일드>는
분야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한편, 대학을 졸업한 후 모든 걸 버리고 야생의
로 들어가 생존 사투를 벌였던 청년 지식인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의 실화로 존 크라우어의 논픽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미국영화연구소(AFI; American Film Institute)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0편 가운데 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바이런의 시는 42점짜리라 당장 찢어버리라"고 말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처럼 모든 지식인을 판팍이로 만들어버리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따스한 인간애와 자유정신을 추구하던 영화 속 메시지가 유사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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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 투 더 와일드'에서 모험을 떠난 음유시인 '슈퍼트램'(에밀 허쉬 분) © 인투더와일드 |
There is a pleasure in the pathless woods,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There is a rapture on the lonely shore,
외로운 바닷가에 황홀이 있다
There is society, where none intrudes,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곳
By the deep sea, and music in its roar: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I love not man the less, but Nature more,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
- 영국 시인 바이런 (Byron)의 시 中에서
특히 영화 초반부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시와 함께 시작되는 한 청년의 거침없고 질곡 많은 사연들이 편지를 쓰듯한 청년과 여동생의 독백조 내래이션과 함께 탄생, 사춘기, 청년기, 가족, 지혜로와지기 등 총 다섯 장에 걸쳐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마치 청춘스타 제임스 딘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고전영화 <이유없는 반항>을 떠올리듯 극중 주인공은 돌연 로스쿨
수업료 등 전 재산을 복지기금에 기부하고 자신의
을 '슈퍼트램'이라 이름짓고 가족들로부터 먼지처럼 사라져갔다.
하버드 로스쿨 입학허가까지 받았던 그는 안정적이고 평탄한 삶을 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청년 여행자로서 영화에서는 지식인의 위선과 가식을 벗고 스스로 거리로 나선 청년이 겪게 되는 모험담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렸다.
슈퍼트램(에밀 허쉬 분)은 최종 목적지인 알래스카에 닿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농부, 집시 커플, 가죽세공인, 나체 연인, 웨인(빈스 본 분)과 노신사 등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이들과 정신적으로 교감하면서 지혜와 고통, 기쁨과 슬픔을 서로 나누는 방랑 음유시인으로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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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 투 더 와일드'에서 슈퍼트램(사진 오른쪽)과 두 차례 만나면서 지혜와 사랑을 나눈 집시 연인 © 인투더와일드 |
야생의 부름(Call of the Wild)을 받아(?) 더 이상 갈 곳없는 막다른 산간 지역의 만년설 속에 더 이상 자신이 원했던 알래스카로 향하지 못하고 길을 잃은 채 갇혀 버리자(Lost in the Wild) 매직버스에서 야생 동물과 어우러져 생활하면서 그의 철학적 생각과 함께 '왜 그가 도시를 떠나 홀로 자연 속에 남았는가(Alone in the Wild)'를 번갈아 조명한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가식적인 부모님의 모습은 그에게 '히피'로 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막상 여행을 떠났다가 도시에 들르지만 다시 박차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면서 그는 인생의 이정표를 확고히 할 용기와 함께 지혜까지 얻는다.
물질과 학력 등 잣대에 따라 사람이 평가되는 현대 기계 문명사회의 풍요로움이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궁핍을 겪게 하며 북유럽은 물론 아시아권까지 자살율을 높이면서 요가, 단학 등 정신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삶의 무게에 지탱할 수 없고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차라리 외딴 공간에 홀로 남겨졌으면 하는 바램같은 것.
극중 주인공인 슈퍼트렘은 20대의 나이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나이가 좀더 들면 위험이나 두려움에 대해 약하고 용기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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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 투 더 와일드'에서 지혜를 서로 나눈 노신사 론과 슈퍼트램(사진 오른쪽, 에밀 허쉬 분) © 인투더와일드 |
하지만 영화는 이제껏 거침없는 용기로 야생에서 갖은 모험을 겪는 '현자(賢子)' 청년의 가슴 속 사그러들지 않는 양아버지 등 가족에 대한 분노와 저주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가 여정 중에 만났던 노신사 론을 통해 용서와 사랑이 뒤따르는 '지혜'를 강조한다.
노년의 신사 론에게 산 중턱에 높이 올라오면 더 아름답고 큰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충고하던 슈퍼트램이 죽음의 문턱에서 뒤늦게 깨달은 '행복론'과 귀결되면서 영화의 엔딩
이 모두 올라간 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또한 로드무비라는 특징 외에도 펄 잼의 멤버 '에디 베더'의 영화 속 배경음악은 단순히 배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약적인 내러티브를 잇는 또 하나의 소도구 역할을 담당하면서 극중 청년의 순수하면서도 무모한 도전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야생을 돋보이게 해 벅찬 감동을 더한다.
하지만 용서해라 그리고 사랑해라.
네가 사랑할 때 신이 빛을 내려주실거야.
- 영화 속 노신사 '론'의 대사 中 -
정선기 기자의 블로그 - 디지털 키드 푸치의 이미지몹
정선기 기자 ilov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