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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가을꽃 해국

by 진 란 2008. 7. 22.

가을꽃 찾아 떠난 길(1) - 해국

 

2005.10.05

따뜻한 그리움
김재진

 

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

따뜻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
나에게 기대는
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뭇한 풍경이라면 좋겠네
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
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을 닦는
그리움이라도 모락모락
김 오르는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추암 여명 - 2004년 9월 19일 촬영]

 

 

 

 

 

[추암 일출 - 2004년 9월 19일 촬영]

 

 

그리운 대로 살랍니다
조찬용 
 
누가 그립다 했습니까
그리운 것을 생각하는 날이면
그리운 날은 그리운 날대로 남고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사람대로 남습니다
저문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가 우리를 안고 깊어지는 연유를 생각합니다
퍼렇게 멍이 든 날의 아픔도 제 각각 큰 산이고
파도처럼 다 출렁거리지 못하는 설움도
제 각각 큰 강물입니다
넘어지고 무릎이 깨져
진물이 나도록 애간장이 다 타버린 그리움입니다
아픔도 설움도 열매가 되어 그립습니다
흘러서 쌓인 것은 모두 그리운 것들 뿐입니다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깨지고 부서지는 파도가
저 스스로 깊어지고 푸르러지는
아픔이고 설움인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움이 눈물을 실어온대도
나는 그리운 대로 살랍니다


 

 

해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선 주로 남쪽 바닷가 절벽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3-4cm의 결코 작지않은 연보라빛의  꽃을 피우는 해국은 여

름이 끝날 무렵부터  겨울이 오도록 피고 지기를 계속하여  쑥부쟁이, 구절초

같은 가을꽃들이 그 빛깔을 잃고 사라져갈때도 해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볼 수가 있다.

 

 

꽃의 생김새나 분류학적으로 볼때도  해국은 구별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쑥

부쟁이와 아주 유사하다. 하지만 살아가는 본질적인 태도는 유사한 분류군의

식물들과는 다른 독특한 점들이 많다.  우선 나무라고도 풀이라고도 할 수 없

는 반목본성 식물이다.  원칙적으로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보지만 풀처럼 싹

이 올라 커 나가던 식물의 줄기며 잎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몇 해

씩 견딘다. 그러다 보니 나무처럼 굵고 목질화되어 나무이기도 하고 풀이기도

한 상태로 커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해국을 이야기하면서 강인한 생육 특성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이름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해국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국화이다. 어떤 식물이 살 수 있을까 싶은 바닷가의 매서운 바람에 맞서며

척박한 돌 틈에 뿌리를 박고 잘도 자란다. 그리고 돌 틈새가 조금만 평편하고 넉넉해지면 이내

한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검은 바위 틈새에 피어있는 보랏빛 꽃 무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해국의 라틴어 학명 에스터 스패튤리폴리우스(Aster spathulifolius)는 '별을

닮은 고운 꽃과 주걱형의 잎'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잎은 상록성

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운 날도 있네
양현주

 

손아귀에 쥐고
쿡 쿡 눌러대는 리모컨 조율사
노래하는 어릿광대이었지
미치도록 괴로웠던 격정의 날
차마
아파서 눈뜨고 볼 수가 없었지
늪 인줄 알면서 깨지 않는 꿈속을 헤매고 다녔네
별들의 낙하에도 미움일랑 배우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증오대신 용서를 배운 적 있다네
미워서
더 그리울 수가 있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지
가끔
그 사람 안부 그리워진다네
어디
사람이 사랑만 하고 살던가
눈물로 매만지며 부딪 치며 사는 게지
우연이라도
만남이 주어진다면
차 한잔 나눌 정은
가슴에서 지우지 말아야지

 

 

 

 

 

 

 

 

그리움을 띄우는 바다
이인혁

 

고요한 외로움에서
그리움의 파도와 풍랑으로

 

이별의 경험을 넘어서
사랑을 함께 맛 볼 수 없기에
바다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다.
 
푸른 물 출렁이며 즐거워하던
우렁차고, 패기가 넘치는 바다는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더듬어 찾아도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끝없이 기다리며
아낌없이 부서지는 바다는

 

또 다른 삶을 내 딛을
수평(水平)의 선(線)을 그리며
가슴 깊숙이 품어 온 그리움을
바다에 띄운다.

 

그리움의 파도와 풍랑에서
고요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들꽃세상에 저녁노을님이 올리신 글과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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