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이름 산목련, 목란, 함박꽃, 함박이, 개목련, 천녀화 분 포 전국의 산지 계곡 꽃 색 흰색 개화기 5-7월 크 기 높이 3-5m 용 도 관상용, 약용, 양념용(열매 껍질) |
함박꽃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 중 가장 큰 꽃을 피운답니다. 같은 목련과에 속하는 태산목과 자목련, 백목련의 꽃이 비록 함박꽃나무보다 크긴 하지만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며, 자생종인 목련은 꽃이 조금 작기 때문이지요.
이름에서 느끼지듯이 꽃이 커서, 여름날 무더운 햇살을 피해 계곡으로 들어갔을 때 문득 만나게 되면 그 아름다운 자태와 매혹적인 향기에 누구라도 매료되어 함박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아니 꽃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그야말로 청순한 산골 처녀가 소리없이 살짝 웃는 함박미소에 가깝다고 보면 좋을 겁니다.
요즘은 누구나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크게 소리내어 자신감 있게 웃는 걸 장려하고, 입 가리고 웃는 걸 소심해보이고 구강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터부시하지만 옛 선인들은 목젖이 보일 정도로 속을 드러내어 소리내어 웃는 걸 금기시했습니다. 천박해보이기도 하고 또 신비스러움을 스스로 제거해 버리면서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지요. 어떤 걸 더 좋아하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적 취향이지만 전 선인들의 미적감각이 더 여유롭고 은근해서 좋습니다. 홀라당 벗은 여자를 자주 광고에 등장시키지만 사실 남자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건 오히려 보일 듯 말 듯 가려진 모습이 아닐까요?
흔쾌히 웃음을 날려야 좋을 자리가 있고 만족한 웃음을 안으로 삼키며 다소곳이 웃어야 할 자리가 따로 있을 겁니다. 아무 데서나 아무 때나 크게 소리내어 웃고 떠드는 게 당연하다고 세뇌당해온(언어교육, 기 살리는 교육의 폐해죠 ^^;) 요즘의 젊은이들이 거리낌없이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걸 보면서, 자기를 표현하는 교육보다 남을 배려하는 올바른 예절교육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약간은 자기를 숨기면서 신비감을 더해가는 것도 인품의 향기와 매력의 샘을 더 오래 유지하는 비결일 겁니다. 능력의 끝을 보이는 남자만큼 비참한 남자가 있을까요? 모든 걸 다 준(?) 여자만큼 초라하고 매력없는 여자가 또 있을까요? 버림받는 사람의 대부분은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한계상황에서 느끼는 권태감 때문일 겁니다. 옛날에야 뭐 그래도 참고 살았지만 요즘이야 그런가요? 맘에 안 들면 신혼 첫날밤에도 짐싸들고 오는 판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함박꽃나무는 하나부터 열까지 미더운 나무입니다. 목련과의 다른 나무(목련, 백목련, 자목련, 태산목 등)는 꽃이 모두 하늘로 보며 온 몸을 다 보이는데(특히 암술, 수술은 동물로 치면 생식기관에 해당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함박꽃나무의 꽃은 새 가지에 아래로 다소곳이 매달려 꽃술들을 보일 듯 말 듯 가리면서 핍니다. 그 모습이 어찌 그리 매력적인지, 더구나 꽃이 활짝 벌어지는 시간이 짧으니 향기가 더욱 안으로 스며들어 이 종류 중에서 가장 진하고 청아한 향이 나지요. 게다가 가을에 붉게 익는 열매의 껍질은 새들이 아주 좋아하는 먹이가 된다니, 그야말로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내실을 단단히 챙겨서 급기야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갖춘 대견한 사람들 같아서, 볼수록 새록새록 정이 갑니다.
근데 "보면 볼수록"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전 올해 처음 보았거든요. 처음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 93년도엔 어쩐 일인지 야생화 달력이 열풍처럼 몰아쳐 8절지 크기로 꽃사진들이 큼지막하게 인쇄된 걸 여러장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송기엽 님의 작품으로 기억되는데 새하얀 꽃잎에 새빨간 꽃술이 어우러진 이 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꽃이름 부분이 찢어져서 내내 궁금해하다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이웃 홈에서 함박꽃나무라는 건 겨우 알게 됐습니다. 그 전엔 "작약"을 "함박꽃"이라 하는 것 정도로만 알았기에, 혹시 작약꽃을 말하는 건가 하는 바보스런 질문을 스스로 한 적도 있답니다.
그러다가 올해(2001) 전국의 야생화지기들과 함께 오르게 된 중부지방의 어느 산에서 처음 실제로 이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거의 이 꽃 사진을 갖고 계신지라 그리 흥분하지 않으셨지만 전 위 작품 외에 못건지고 실패한 20여 장이 전혀 아깝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처음부터 활짝 핀 게 있었으면 실패작이 적었을 건데, 전 무조건 새로운 꽃은 무조건 기록용으로 많이 찍는 편이라서 필름 소모가 많았습니다. 그날 찍은 거 180장 중에서 이것 포함해서 9편 정도 건졌지만 전 오늘도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이 함박꽃나무는 북한의 국화(나라꽃)이기도 합니다. 유신의 시퍼런 칼날이 회오리치던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국화인 진달래를 찬양하기만 해도 유언 무언의 압력이 들어왔던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직도 북한의 국화를 진달래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80년대 초,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이 생전에 이 함박꽃나무를 보고 단번에 홀딱 반해서 국화를 즉시 바꿨다는 비화가 전해질 정도로 꽃이 아름답습니다. 오죽하면 나무에 피는 난초라고 "목란"이라 했을까요.
요즘엔 세계인도 그 진가를 더욱 알아준다네요.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때, 바로셀로나의 올림픽 공원에 각 나라의 나무들을 전시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다른 나라의 화려한 꽃나무를 제치고 단연 인기였다는군요. 시원하게 보이는 큼직한 잎과 3-5미터를 넘지 않는 적당한 키가 정원수로 알맞아 최근 각광받는 인기수종이랍니다. 그러나 씨로 번식하기는 꽤나 까다롭고 자연상태로는 발아도 잘 안 되고 가지치기나 옮겨심기도 거부하는 까탈스런 나무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아무 데나 웃음을 파는 노류장화가 아니라 기품있게 자리잡고 운치있게 꽃을 피우는 고귀한 족속이 아닐까 싶어 더욱 맘이 끌리네요. 이런 여자 어때요? (20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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