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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 500만 아고리언들 구매 ‘열풍’

by 진 란 2008. 7. 21.
LONG

 

 

 

‘아고리언’을 응원하는 이유

 

아고라를 자주 이용하는 누리꾼들(인터넷에서는 '아고리언' 또는 '아고라 폐인'이라고 부른다)이 광우병 논란과 관련한 기록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라는 책을 냈다.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와 '나'는 그때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한 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뉴스를 다루는 나의 관점에서는 할 말은 한다는 누리꾼들의 끈질긴 투사정신에 놀라고, 인터넷상에 오르내리는 글 또는 정보의 신뢰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기간이었다.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아직까지 인터넷에 오르는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나 자신도 이런 정보들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 이후 아고리언을 대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편견일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 수없이 올라오는 글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또는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들도 물론 적지 않다. 그러나 기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접근하지 못했던 점을 재빨리, 정확하게 짚어내 기자를 움직이게 하는 생산적인 글들도 적잖게 봤다. 되돌아보건대 아고리언의 정보력에 놀라고, 그로 인해 긴장되고 힘들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 기자들 긴장시킨 수많은 글들 -

그중에 몇가지가 생각난다. 6월23일 한나라당 손석미 의원(비례대표)은 정부의 광우병 대책을 비판하던 서울대 우희종 교수를 겨냥해 그가 연구보고서를 표절했다고 몰아붙였다. 그런 손 의원이 한 순간에 자신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는데 이는 '파발마'라는 아고리언이 손 의원의 과거 논문에서 표절 증거를 샅샅이 들이댄 데서 시작됐다. 지난 14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아름다운 내일'이라는 아고리언이 올린 글 때문에 본사에 한때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경향신문이 일본의 대표적 극우신문 산케이와 제휴관계이며 협력사다. 촛불 정국에 경향신문을 너무 잘보고 있는데 정말 걱정된다'라는 게 글의 요지였다. 조회수는 글이 올라온 지 몇시간도 안돼 2만건에 육박했다. 대처 방안을 고민한 끝에 내가 직접 반박 글을 아고라에 올렸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수긍하면서 논란은 가까스로 진화됐다.

압권은 18일이었다. 이날 오전 일찌감치 아고라에는 "서울
조계사에 은신해 있는 광우병대책회의 간부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 11시 이전에 조계사로 모여 이들을 보호하자"는 내용이 올랐다. 취재기자를 현장에 급히 보냈다. 그러나 실제로 체포영장은 집행되지 않았다. 현장 취재기자가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한 추가 취재내용을 들어보니 오전 11시쯤 체포영장 집행이 실제로 있을 계획이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전격 무기연기됐다는 보고였다. 아고라에 올라온 글을 본 경찰이 깜짝 놀라 영장집행을 취소했는지, 아니면 그 날 같은 시각 예정된 국제앰네스티 조사단의 기자회견을 의식했기 때문인지는 어느 쪽도 확실치 않다. 여기서 일일이 다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촛불집회 기간 동안 기자가 기사 관점에서 주의깊에 봐야 할 그들의 글이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아고라의 방문자가 최근 들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촛불집회의 진원지였던 아고라가 눈엣가시 같았던 정부로서는 박수를 칠 일일테고 아고라 이용자들과 촛불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안타까운 노릇일 것이다.

- 정부 압력에 '국민토론장' 위기 -

2004년 12월 첫 선을 보인 아고라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인터넷 토론장이다. 그것 자체로도 아고라의 상징성은 크다. 거기에다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오래 타오르게 한 구심점이 된 것은 정치사적으로도 연구할 만한 가치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5월2일 이후 아고라에서 분출된 뜨거운 토론 열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국민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설의 장을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를 입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갖가지 규제를 짜내고 있다. 대표적인 표적이 아고라다. 그에 맞서 외롭게 버텨나갈 아고라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최병태 온라인뉴스센터장 >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7.20 18:23

ARTICLE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 500만 아고리언들 구매 ‘열풍’
뜨거웠던 촛불집회의 모든 것...“디지털 시대의 민요” 평가도
입력 :2008-07-20 11:25:00  
▲ 아고라에 사전 공개된 책 표지와 일부 내용.ⓒ다음 아고라 게시판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이 지난 80여일간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진 광우병 쇠고기 파문과 관련된 각종 사회정치적 논란을 기록한 책을 19일 발간했다.

발간된지 이틀만에 아고라를 중심으로 책 사기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나는 10권을 사서 아는 분들에게 나눠줬다" "3권 구입해 한권은 소장하고 한권은 진보신당에 한권은 지인 홍보에 쓰려고 한다"는 등의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봇물터지듯 올라오고 있다.

출판사 '여우와 두루미'에서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 책은 그간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과 조중동 등 보수매체의 언론비평, 촛불시위 현장 기록 등 촛불정국에서 벌어진 각종 논쟁을 다뤘다.

소개된 책의 소제목들도 그간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유명한 구호와 유행어들로 채워져 있다. "내가 안단테다", "버스와 민주주의를 바꾸시겠습니까?",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명박산성’" 등의 제목들은 모두 한국사회의 큰 쟁점으로 떠올랐던 언어들을 축약본이다.

이 책의 엮은이는 '아고라 폐인들'로 표기되어 있다. 아고라 폐인이란 '하루라도 아고라 토론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아고라폐인들’은, 처음에는 읽기만을 주로 하던 네티즌들이 아고라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하여 자료 수집을 해오다가 자유토론방에서 공식적으로 책을 출간하자는 의견이 떠오르자 이에 합세하여 출현하게 된 임시조직이다.

 

아직 책임간사 한 명이 위촉되어 있을 뿐 완성된 조직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 후속 작업으로 아고라 선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의 인세수입은 책에 사용된 글과 사진 저작권료, 아고라 촛불활동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치료비와 변호사 수임료 등의 지원, 온·오프라인의 바른 교육, 바른 언론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아고라인들의 온·오프라인의 활동지원 및 홍보광고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형수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 책을 평가했다.

"모든 것이 충돌하는 우정이요 디지털 시대의 민요이다. 중딩이 만들었는지, 고딩이 만들었는지, “0교시 하면 잠 못 자면 되고, 소고기 수입하면 광우병 걸리면 되고,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지면 되고~” 같은 촌철살인의 노래 같은 것.

그 현장에서 나는 확인한다. 미완성적 허기에 사로잡힌 어제의 의식은 낡은 개량 항복처럼 오늘의 몸에 맞지 않음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학자도, 연예인도, 학문도 예술도 문학도, 아, 문학도 나도 낡은 옷을 벗지 않으면 한낱 옛 추억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곁에 와 있는 것, 이것은 과연 문화폭발이란 말인가, 정치폭발이란 말인가?"

이 책은 19일부터 전국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며, 인터넷 서점에서도 23일부터 출고가 예정되어 있다. 가격은 1만2천800원.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