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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향수 / 정지용

by 진 란 2008. 6. 23.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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