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지능싸움이다
|
짝짓기의 심리학/이인식 지음/고즈윈
남녀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몇가지 일까. 종족 보존, 성적 쾌락 등 두서너가지 밖에 꼽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짝짓기 지능지수가 낮은지도 모른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텍사스대 학생 1549명을 대상으로 섹스를 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무려 715가지가 나왔다. 이를 대충 237가지로 정리해 놓고 그중 남녀 모두 가장 많이 든 이유를 꼽았더니 △그 사람에게 끌렸다△황홀한 느낌이 좋다△육체적 쾌락을 경험하고 싶었다△ 내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다△욕망을 풀고 싶었다△정서적 친밀감을 원했다△몸이 매력적이었다△우연히 하게 됐다 △내 성적 기교를 향상시키고 싶었다 등이 올랐다.
버스의 결론에 따르면 남자는 여자보다 상대방의 외모에 더 끌리고 여자는 남자보다 정서적인 동기에 의해 섹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의 연구는 섹스를 하는 이유가 실로 다양다종하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밝혀낸 최초의 성과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섹스는 정서적 교류가 아닌 지능 싸움이다. 인기 과학저술가 이인식씨는 이를 짝짓기 지능지수(MQ)라고 부른다.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은 짝짓기 지능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22세였던 르윈스키는 힐러리에 어느 하나 내세울 것이 없지만 젊어서 자식을 여럿 낳을 수 있었다는 점에선 우세했다. 힐러리는 48세로 폐경을 앞둔 상태였기때문에 임신능력에선 르윈스키가 힐러리를 압도한 것이다. 즉 짝짓기 관점에 국한하면 클린턴이 르윈스키에게 접근한 것이 하등 잘못이 없다. 클린턴의 짝짓기 지능지수가 다만 높은 것 뿐이다.
편견도 진화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여자들은 남자들이 일시적인 성관계에 관심이 많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이는 여자들이 번식을 위해 임신과 자녀 양육에 많은 투자를 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하므로 그러한 상대를 만나지 못할 착오를 줄이기 위해 남자들이 일시적인 성관계를 실제보다 더 좋아한다고 여기는 편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정자들이 경쟁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6년 `정자전쟁`이란 책으로 유명한 베이커 박사는 1980년대 후반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4퍼센트가 경쟁을 통해 임신된 것으로 추정, 화제를 불러모은 적이 있다.25명의 한명꼴로 아이가 다른 사내의 정자를 친부의 정자가 물리친 덕에 태어난 건 여성의 오르가슴과도 관련이 깊다.
짝짓기 지능관점에서 보면 로맨스도 자기기만과 거짓말로 보장되는 고도의 지능게임인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있는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북 김제 모악산 (0) | 2008.04.20 |
---|---|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0) | 2008.04.20 |
옛모습 살아있는 효자동 거리 (0) | 2008.04.20 |
‘다불유시(多不有時)’를 만나는 보석사 (0) | 2008.04.20 |
커트 코베인 기억하기 (0) | 2008.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