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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옛모습 살아있는 효자동 거리

by 진 란 2008. 4. 20.

골목은 살아있다, 옛모습 살아있는 효자동 거리

 

 


이곳은 600년 이상 궁궐 밖 동네다.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리면 바로 효자동 초입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효자동이라 부르는 그곳은 통의동, 청운동을 포함한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이 골목에 남다른 애정이 있을 터, 서울의 옛모습이 남아있어서 좋지만, 동네 사람들은 궁궐 바로 밖에 산다는 이유로,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한다.

근대사의 흔적이 여전히 묻어있는 곳

효자동 일대의 얘기를 하려면 조선 시대의 효자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효자동은 조선시대 마을이다. 조선 중기 때 문신 조원의 아들 희정과 희철 형제가 이곳에 살았는데, 그들이 효심이 깊고 또 깊어, 사람들이 이곳을 효곡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어찌어찌 효자동이 된 것이다.

경복궁 근처 동네다 보니 궁궐로 출퇴근 하던 관리들이 이곳에 많이 살았다. 특히 환관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환관 가운데는 궁궐 안에 거주하는 장번도 있었지만 출퇴근을 하든 출입번도 있었다.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환관들의 세계를 다루었던 SBS드라마 ‘왕과 나’의 주인공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효자동에 살았을 터, 본가 근처에 첩 집을 두는 일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왼쪽부터)자교교회 1900년 미국남감리교 여선교사 캠벨(Mrs.J.P.Campbell)에 의해 배화학당내에 생긴 이후, 1912년에 이곳에 땅을 구입, 1922년부터 이 자리에 열린 교회.

진화랑 1972년에 개관, 일찍부터 해외 미술 시장을 섭렵한 실험적 화랑이다. 당시 일본 미술계의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했음은 물론, 달리, 피카소, 야요이 쿠사마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에 보급, 미술 애호가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지금 KBS에서 방송중인 ‘대왕세종’의 주인공인 세종은 자하문길 서쪽에 있는 지금의 통인동 137번지 일대에서 태어났다. <오감도>의 시인 이상도 이곳에서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이곳에는 일제시대 때 닦아놓은 전차의 종점도 있었다. 그 전차는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원효로 일대에서, 총독부가 있던 이곳을 왕복했다.

청와대 일대로 나들이를 나온 것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 가운데 한분이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니까, 쩌~쪽(자하문길)에서 전차가 들어와서 쩌~짝에서 세웠지. 땡그랑땡그랑 소리를 내면서 말야. 그게 지금으로 말하면 크락숑(클랙슨, 자동차 경음)을 울리는 거야~ 호호호,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또 우르르 올라타고…장관이었는디…아, 그런데 이 동네는 어째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냐?”

다른 아주머니가 또 한마디 한다.

“전차가 여기를 왔어? 마포랑 종로통에만 있던게 아니었나? 아…서울역에서 본 것 같고…이제는 가물가물햐~그때가 좋았쟤~”

제헌회관 지난 2월, 마지막 제헌의원이었던 김인식 옹이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더욱 스산해 보이는 제헌회관. 건축가 김수근이 1969년에 설계해서 주목받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공간이 되어있다.
“그럼, 그때가 좋았으~”

고즈넉 맛집과 꼬불꼬불 골목길 산책의 재미

궁궐과 인접해 있는 게 복인지 화인지, 아무튼 효자동 일대는 1960년대 이후로 별다른 변화없이 옛모습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골목이다.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오면 효자동길 입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광화문 이전 공사가 한창이다.

효자로로 들어서자 마자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은, 이곳의 자동차 통행량이 많지 않을 뿐더러 주말과 휴일 말고는 오가는 행인의 수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단, 점심시간이 되면 정부종합청사나 청와대 공무원, 또는 근처 직장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일 뿐이다. 이 거리는 어쩌면 행인 보다 경찰의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청와대가 관광까지 가능한 공간이 되긴 했지만, 근처를 오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다. 유니세프한국본부 앞을 지나 청와대 앞 로터리 입구까지 다다르자 사복 경찰이 잠시 발걸음을 세우곤 웃는 얼굴로 묻는다. 어디 가시냐…어디긴, 가봐야 로터리에서 좌회전이지…


청와대 앞 광장 근처의 집들은 예전에는 대부분 정권의 안가로 사용되었었다. 지금은 사랑방이니 뭐니 하는 이름을 붙여놓고 문민화시켰지만, 이 골목의 번득이는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다. 단지 철없는(?) 외국인 관광객들만이 좃도마떼, 짜이쩨이 해가며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고 있다. 군사정권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사실 청와대 앞은 산책하기에 좋은 곳인 것은 분명하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 물 샐 틈 없는 치안, 작고 아늑한 카페, 각종 먹거리들… 그리고 청와대 앞으로 해서 동쪽으로 넘어가면 먹거리 천국 삼청동이 나오고, 삼청동을 넘어가면 북촌, 인사동, 종로통까지 산책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변화가 무딘 것은 사실이지만 효자동 일대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빈티지를 이용한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기품있는 맛집들도 많이 생겼다. 갤러리를 겸하는 카페들도 하나 둘 생기고 있고 뮤지엄도 들어서고 있다.

볕 좋은 주말, 무료한 마음으로 효자동 일대를 어슬렁거려보면 당신의 바쁜 마음은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길걸?

골목에서 보다


경복궁영추문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 서쪽에 있는 문. 연추문(延秋門)이라고도 한다. 경복궁의 서문(西門)이다. 서쪽은 방위로 볼 때 가을(秋)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추문이라 지었다. 서쪽의 방위신이 백호가 홍예의 천장에 그려져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조선 때는 주로 관리들이 드나들던 문이었다. 송강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에 보면 “...연추문(延秋門) 드리다라 경회(慶會) 남문 바라보고 하직하고 물러나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 대고각 청와대 앞 광장 한쪽에 있는 누각. 흔히 알고있는 신문고다.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기발한 제안이 있으면 두드리라고 만들었던 큰 북. 지금은 조형물 자격으로 관리되고 있다. 일반인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 맛집 古來 통의동우체국 뒤편에 있는 설렁탕집이다. 주인 부부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데, 잡뼈 없이 사골로만 고은 국물 맛이 정직하고 깔끔하다. 설렁탕과 곰탕, 우거지갈비탕, 도가니탕, 우족탕, 수육, 양무침 등을 먹을 수 있고 메밀국수도 팔고 있다. 탕과 밥을 유기그릇에 내주는 것도 이 집의 특이한 점이다. 보통 설렁탕 집에 가면 김치 깍두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손님들이 꺼내 먹도록 하는데, 고래에서는 그때그때 접시에 담아줌으로써 신선한 맛은 물론 먹는 사람의 기분도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02-737-5455

▶ 양평추어탕 정부종합청사나 청와대 공무원들에게 인기 좋은 집이다. 추어탕 1인분에 9천원이니 비싼 편인데, 상을 받아보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신다. 추어탕을 조리할 때 한방을 가미, 그렇지 않아도 고영양 음식인 추어탕의 맛과 질을 높였으며, 한방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밑반찬도 일반 추어탕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다채롭다. 효자동에 간다면 꼭 들려볼만한 집이다. 02-732-5507

▶ 까델루포 한옥에서 맛보는 이탈리안 정식. 고급스러운 음식점이다. 파스타와 샐러드, 와인, 그리고 커피가 맛있는 집이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제대로 마셔본 그 맛 그대로이다. 파스타 가격이 1만5천원 안짝. 루포는 늑대라는 뜻. 02-734-5233

▶ 메밀꽃필무렵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운영하는 집. 간판만 보아도 봉평의 냄새가 나는 곳이다. 메밀국수, 메밀부침개, 메밀만두, 감자떡 등을 맛볼 수 있다. 맛, 가격, 양 모두 착하다. 02-734-0367

▶ 올리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1999년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어느 정도 깊은 내공을 갖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런치와 디너 코스요리가 있고 새우크림, 해산물토마토, 매운토마토 등 파스타와, 와인소스안심, 오븐구이영계, 발사믹폭로인 등 스테이크도 맛볼 수 있다. 02-733-3056

청와대 관람법

청와대는 개방 시설 안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관광 명소로 만들라’고 했으니 앞으로는 더 깊은곳까지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5월부터)까지 가능하며, 10인 이하의 개인과 가족 단위로 제한된다. 초등학생 이상만 신청이 가능하며, 미취학 아동의 경우 가족이 동반하면 가능하다. 단체 관람을 200명 이하까지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10시, 11시, 2시, 3시. 신청방법은 청와대 홈페이지 www.president.go.kr로 들어가 관람창으로 신청하되 관람 희망일 10일 전까지 신청해야한다. 접수가 확인(홈페이지 관람신청확인 메뉴)되면 신분증을 지참, 관람시간 20분 전까지 경복궁 동편 주차장 내 만남의 장소로 가면 인솔자가 나와있다. 사진 촬영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며 동영상 촬영을 금지되어 있다. 관람 소요시간은 보통 1시간 30분 정도인데, 만남의 장소(인원 점검 후 셔틀버스 이용 출발) – 춘추관(검색-반입 금지 물품 확인 및 영상물 시청) – 녹지원(촬영 가능, 지역 설명) – 수궁터(지역 설명) – 대정원(촬영 가능, 지역 설명) – 영빈관(촬영 가능, 지역 설명) – 칠궁(촬영 가능, 지역 설명) – 분수대(관람 종료) 코스로 이어진다. 관람이 끝나면 단체관람객은 타고 온 버스에 승차하면 되고, 개인과 가족 관람객은 경복궁 출발지에서 탔던 셔틀버스로 다시 원위치 할 수 있다. 관람비는 무료다.

관람문의: 02-730-5800(ARS) tour@president.go.kr

 


노래 : 친구야 너는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