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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부르는 게 값'된 화가의 초라한 생애 그리고 아내

by 진 란 2008. 3. 9.
'부르는 게 값'된 화가의 초라한 생애 그리고 아내


모딜리아니‘어깨를 드러낸 잔느 에뷔테른’(1919년작·66×47㎝). /아람미술관 제공
20075
 
추천! 이 전시 아람미술관 '열정, 천재를 그리다' 展 모딜리아니와 연인 잔느의 이야기 담아
20세기 초,
파리의 화가 대부분은 가난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잘생긴 청년 화가도 카페의 손님들에게 단돈 5프랑에 자신의 드로잉을 내밀었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그가 서른여섯 살에 생을 마친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그의 그림 한 점 가격은 150억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기다란 얼굴과 목, 우수에 찬 눈빛의 초상으로 널리 알려진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1884~1920)다.
고양 아람미술관에서 하는 전시 '열정, 천재를 그리다'(3월 16일까지·031-960-0180)는
모딜리아니와 그의 연인 잔느 에뷔테른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전시다.
모딜리아니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에겐 삶을 가치 있게 만든
예술과 잔느 에뷔테른(Jeanne Hebuterne·1898~1920)이라는 연인이 있었다.

모딜리아니는 본래 조각가가 되고 싶어했다. 특히 단단한 대리석 조각을 좋아했지만 그는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했다.
하나는 돌조각을 해낼 수 없을 만큼 어려서부터 앓아온 결핵에 의해 몸이 손상된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당시 조각은 보관도 어렵고 잘 팔리지도 않는 미술품이었기 때문이다.
화상(畵商)이자 후원자였던 폴 기욤은 보관이 용이하고 적당한 가격에 거래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것을 조언했다.
모딜리아니는 30세이던 1914년 이후 자신의 세계를 확립했지만, 36세에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이 전시에는 그때 에뷔테른이 그린, 자살을 상징하는 드로잉이 걸려 있다. 에뷔테른 자신도 화가였다.
어렵거나 행복할 때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천생 예술가였던 그녀의 그림은 2000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전시에서는 모딜리아니의 대표적인 작품들뿐 아니라, 우리가 모딜리아니의 모델로만 알고 있는 에뷔테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에뷔테른의 작품은 모딜리아니와 유사하지만 사회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스물둘이란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작품이지만,
자기 의식이 뚜렷한 한 여성 화가의 세계를 드러내기에 손색이 없다.
에뷔테른은 모딜리아니와 함께 니스에서 행복한 요양생활을 하며 딸을 낳았다.
하지만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그녀는 남편이 죽은 이틀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하였다.
불꽃같은 삶을 산 화가의 뒤를 따라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아름다운 여인 잔느 에뷔테른을
비극의 주인공에서 화가로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전시 덕이라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조은정·미술평론가,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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