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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대낮에 본 반달 풍경

by 진 란 2008. 2. 21.


   지난 주말인 16일 오후. 서울 인왕산을 내려와 동쪽으로 자하문(창의문)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
다. 다음 코스인 청와대 뒤쪽 백악산(북악산)을 잠시 훑어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헉-.
   백악산 바로 위 파란 하늘에 반달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낮에 웬 달이람... 
 



   가던 길 멈추고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대낮에 달 구경하는 것은 마치 '달밤에 체조하듯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죠. 
   한낮에 보는 '서울의 달'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디카를 꺼냈습니다. 산과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반달을 몇 컷을 담았
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음력 날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양력 2월 16일, 음력 1월 10일.
   달은 초승달에서 점점 커져 보름달로 가는 중간쯤 되는 반달이었습니다. 반달 중에서도 상현(上
弦)이라고 합니다. 지구를 중심으로 달과 태양의 각도가 90도 정도 차이가 나는 때입니다. 상현이 되
면 아침에 뜬 태양이 남쪽에 머물 무렵 동쪽에서 달이 뜨오릅니다. 달이 태양을 뒤쫓아가는 형국이죠.
   반대로 보름달을 지나 그믐달로 가는 중간 무렵인 하현(下弦)은 달이 태양의 서쪽에 있게 되는 때
입니다. 이때는 태양이 달을 뒤쫓아 갑니다.
   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날 해뜨는 시각과 달 뜨는 시각을 확인해보니 서울을 기준으로
해는 오전 7시 22분, 달은 오후 12시44분에 떴습니다. 5시간 22분 차이가 났습니다.
   기자가 그날 반달을 본 시각은 오후 2시 50분께. 달이 뜬 후 2시간 가량 지난 때였습니다. 정오를
늦겼지만 대낮이었습니다.
   저녁 무렵이나 밤에 주로 볼 수 있는 달이 대낮에도 볼 수 있었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천문연구원 홈피에 들어가 보니 이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여러 개 있더군요. '낮에도 달이 보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달이 낮에도 보이는 이유는 하늘의 광도보다 달의 광도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태양 가까운
하늘의 광도는 달의 광도보다 높기 때문에 여기에 달이 있다면 태양빛을 차단하지 않는 한 보이지 않
겠지요"
   광도는 물체의 밝기를 나타내는 양을 말하죠. 달이 주위의 배경이 되는 하늘보다 더 밝다면 대낮에
도 육안으로 달을 볼 수 있습니다. 그날 음력 10일(양력 16일)은 태양과 달이 90도 각도로 멀리 떨어
져 있었고 날씨까지 화창해 기자는 운 좋게 한낮에 달을 볼 수 있었던 것이죠. 
   낮에 보는 달의 색깔이 하얀 이유는 "낮에는 태양빛의 푸른색이 산란되어 푸른색으로 빛나는 색유
리와 같은 공기층을 뚫고 달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달빛이 파란 하늘을 통과
하면서 하얗게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밤에 보는 달은 보통 노란색을 띠죠.




   해가 떠 있는 시간을 낮이라고 하죠. 일출부터 일몰까지입니다. 밤에 해가 뜨는 일은 없습니다. 해
는 낮에만 뜹니다.
   그런데 '달은 밤에 뜬다'고 흔히 말합니다. 그렇다면 달이 떠 있는 시간은 꼭 밤일까요. 아니죠.
   기자가 16일 낮에 본 반달은 정오 무렵에 뜬 달입니다. 진 시각은 다음날 오전 3시 31분이었습니
다. 달은 낮에 떠서 밤에 진 것이죠.
   그럼 달이 밤에만 떠 있는 날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내일 21일은 음력으로 1월15일입니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달은 서울의 경우 저녁 6시 29분에 떠서 다음날 아침 7시11분에 집니
다. 이날 해는 저녁 6시 17분에 지고 다음날(22일) 해는 7시14분에 뜹니다.
   달은 정확히 해가 없는 밤에 떠서 밤에 집니다.
   보름날이죠.


서울 남산타워 위에 걸린 정월 대보름달. [중앙포토]

   내일 21일 음력 1월 15일 보름날입니다.
   한해 중 보름달이 가장 크게 보인다는 날이죠. 이름하여 정월 대보름입니다.
   내일 날씨는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지만 보름달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저녁 퇴근 무렵
동쪽 하늘을 올려다 보면 둥근 달이 떠 있을 것입니다.
   아침 출근할 때 디카를 챙겨나가는 것도 좋겠죠.
   그리고 둥근 달을 보며 소원도 한번 빌어보시고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혹시 들어줄지...


http://blog.joins.com/n127/9157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