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冬至). 팥죽은 드셨나요?
동지는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있는데
북반구에서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아서 밤이 가장 긴 날이며,
같은 시간에 남반구에서는 이와 반대인 하지가 된다.
동지로부터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고 여러 가지 축제를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해가 되는 날(亞歲)’, ‘작은 설’이라 해서 축하하는 풍속이 있었다.
궁중에서는 이 날을 원단(元旦)과 함께 으뜸가는 축일로 여겨
군신과 왕세자가 모여 ‘회례연(會禮宴)’을 베풀었으며,
해마다 중국에 예물을 갖추어 동지사(冬至使)를 파견하였다.
지방에 있는 관원들은 국왕에게 전문(箋文)을 올려 진하(陳賀)하는가 하면
민가에서는 붉은 팥으로 죽을 쑤는데 죽 속에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는다.
이 새알심은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꿀에 재기도 하고,
시절 음식으로 삼아 제사에 쓰기도 한다.
팥죽 국물은 역귀(疫鬼)를 쫓는다 하여 벽이나 문짝에 뿌리기도 한다.
낙상홍(落霜紅)은 감탕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경기 지방에서는 관상용으로 심는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길이 5~8cm, 나비 2~4cm 정도로
잎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열매는 지름 5mm 정도로 둥글고 붉게 익는데,
잎이 떨어진 다음에도 빨간 열매가 달려 있어 낙상홍(落霜紅)이라고 한다.
개량 품종 중에는 열매가 백색 또는 황색인 것도 있으며,
열매가 예쁘기 때문에 정원수 또는 꽃꽂이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
♧ 동지(冬至) - 유창섭
긴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저 끝에는
늘 푸른 바다에서 빨간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을까요
투명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앞뒤도 보이지 않는
지독한 어둠, 그 터무니없는
붙잡아 둘 수 없는 생각들 쫓다가
석 잠인지 넉 잠인지 자다가 일어나
다시 환생하는
하얀 햇살 안고 들어가
문을 닫은 숱한 사연의 고치들
수북이 쌓아놓고
갈 길 찾아낼 수 있기를
빌면서
그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눈 발, 어둠으로 쏟아져도
아무데에나 닿을 수 있는
하얀 길이 보이는 밤 입니다
♧ 동지섣달 - 한재만
무성영화의 푸른 필름들이 먼저
하얀 달빛에 빼앗기고 있어요
타다 남은 붉은 노을빛이 길을 잃고
벌거벗은 기억의 살 몇 점마저
길섶 질경이의 뿌리 아래에서
방황해요, 얼굴 없는 바람의 검이 쏜살같이
우리들의 건강한 입맞춤을 가르고
아버지의 아버지 적 풍장이 입을 벌려
한 점 점액을 강탈해 가요
칼바람을 토해 내며
거구로 일어서는 저 어둠의 수렁,
봄은 아직도 기별이 없어요
♧ 12월 - 임영조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 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 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 12월 - 김성수(金聖秀)
거리에 바람 불고 날이 찬데 몇 되지 않은 내 아는 집 마당에는 이미 눈이 내렸다
이맘때쯤이면 더욱 온기에 목말라 어느 지붕 밑 따스한 노변담화를 그리워 하지만
내 발길은 아직 서리 내린 산울을 서성이고 있었다
주린 배에 온통 삶을 실어 걷던 산길을 내려와
휘이 부는 바람이 포도의 낙엽을 쓸어 가던 저녁 무렵에는
세상이라는 것이 어찌 그리 덧없어 지던지
지는 해처럼 침몰하고는 다시 뜨지 않을 것 같던 날
홀로 말간 잔과 마주앉아 청춘의 남은 온기에 무슨 다짐을 했었던지
사랑이라 부르는 부질없는 정신작용에도 매달려 보았고
그리도 심각하게 우정의 잔을 기울이던 밤들
한해가 저무는 시간이면 지나간 것들에 사실보다 더한 회한이 몰려오는 것은
어찌하든 다시 살아야 하기 때문일까
내가 믿는 것과 사는 것
자주 만나지 않는 두 개의 점그래프같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정의할 수 없는 생각들에
더 많은 시간을 내어줄 순 없겠지
다만 아는 것은 이 모든 것도 그저 지나는 과정이라는 것
아직은 웃음의 날을 기대하는 작은 믿음하나 홀연히 하늘에 반짝이는 밤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블러그에서 옮김http://blog.daum.net/jib17/11837977
♬ 흐르는 곡 - Feliz Navidad/ Boney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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