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08년 무자년의 새로운 햇님을 맞이하기 위해
제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성산포 해안을 찾기로 하고,
아침 눈 쌓인 미끄러운 도로를 천천히 달려
세화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차를 달렸다.
눈보라는 계속 차창을 두들기고 해가 솟아오를 동쪽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두께를 알 수 없이 몰려 있는 채로
우도 쇠머리오름은 허연 눈을 쓴 채로 앉아 있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해수욕장에도 눈이 살포시 쌓였다.
우도와 일출봉 사이 바다를 응시하던 일행은 지미봉에 올라보기로 하고는
천천히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찬란한 태양은 없어도 섬과 바다,
그리고 백사장과 밭에서 파랗게 겨울을 나는 채소가 서로 어울려
기막힌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오래된 고향을 만난 듯했다.
만약에 해가 조금이라도 보여 그곳에 집착하였더라면 못 느끼고 말 풍경들….
자연은 우리에게 해를 안 보여준 대신, 뒤를 돌아보며 살라는 교훈을 준 것이다.
정상에서 술 한 잔 따라놓고 한 해 동안 무사 산행을 기원한 다음 내려왔는데
오름 입구 텐트에서 예상치 못한 떡국을 한 그릇씩 먹게 되었다.
우리들에게 따뜻한 떡국을 먹게 해준 한라수목원 모임에 감사드린다.
돌아오는 길, 겨울 바다는 우리를 황홀하게 했다.
휘몰아치는 파도, 그것은 오염된 바다를 뒤엎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새날 아침의 힘이었다.
그리고, 오다가 눈앞에서 비상하는 갈매기들의 힘찬 날갯짓을 보고야 말았다.
♧ 새의 비상 - 엄원용
새는
하늘을 나는 법을 안다.
새는 자유롭게 날되
함부로 날지 않는다.
항상 양 날개는 수평으로 하고
머리는 일정한 각도로 목표를 향한다.
공중에서나
나무 위에서나
사나운 바다 위에서도
새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만이 난다.
그렇지 않고 추락하는 새는
함부로 나는 새다.
수천수만 마리의 새떼가
한 마리의 혼란도 없이
한 마리의 부딪힘도 없이
군무(群舞)를 즐기며, 서로 사랑하며
번쩍 번쩍 비상할 수 있는 것은
새는
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는 더 높은 비상을 꿈꾼다.
♧ 비상(飛翔)의 꿈 - 홍인숙(Grace)
삶은 끝없는 비상(飛翔)의 꿈과
추락의 예감으로 엇갈리는
갈등구조 속에서 방황하는 것일까
용기 있는 사람은 비상을 꿈꾸고
상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안일함을 택하고
오직 달관의 눈을 가진 사람만이
저승이 보이는 하늘에도 무심히
연(鳶)을 팔랑이리라
날아보지 못한 새가
안전히 내릴 곳을 알 수 없듯
큰소리로 울어보지 못한 바다가
찬란히 지는 해를 안을 수 없듯
꿈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슬픈 상처의 아름다움을 추억할 수 있을까
가물거리던 잠 속에서
그립다 말해주던 그대 만날 수 있다면
한번쯤 힘차게 날고픈 욕망
두려운 목소리로
깨어나라 소리치지 말았으면.
♧ 갈매기 비행 - 김기만
오래전부터 나는 어리석게도
갈매기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했다
녀석들이 하얗게 뿌려진 하늘의 풍경을
한참동안 바위로 굳어서 바라보곤 했는데
어느 날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바람을 타고 노는 걸 보았다
수많은 바람들의 노선을 빤히 아는 듯
맘에 드는 바람 한 자락을 잡아타고
슬쩍 날개를 펼치는 것이었다
갈매기는 어디서 조런 걸 배웠을까
녀석들이 바다를 안으며 바람에 둥실 떠 있고
누군지 열어 놓고 마개 못 닫은
진청색의 마음이 물감으로 흐르고 흘러
고백하려다 말고 하얀 물거품으로 돌아서는
수줍은 파도의 바다에 섞여
긴 자갈밭을 맨발로 걸으면
우리네 인생길도
따끔거리는 자갈길을 닮았구나 싶었다
하늘 속으로 고개를 박고
갈매기 떼를 부럽게 쳐다보면서
♧ 새해에는 2 - 임영준
지난 삼백예순 날들을 돌아보면
낯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져
털썩 주저앉아버리고만 싶어집니다
허나 관대한 세월은
안개 자욱한 미로에 주단을 깔아
또다시 우리를 초대하였습니다
곤고한 가시밭길이 될 것인지
향기로운 꽃길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보다 더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디디고 다지겠다는 것을,
비록 지금까지는
시지프스의 언덕을 넘어왔지만
이제부터는 벽돌 한 장마다 심혼을 심어
견고한 성곽을 쌓아 가리라는 것을.
♬ Mammy Blue - Nicol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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