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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구기자

by 진 란 2008. 1. 3.
 

 

망년회로 바쁜 12월말, 어제 운동 삼아 골목을 걷다가

담벼락에서 빨갛게 익은 이 구기자를 만났다.

날은 점점 어두워가고 재빨리 집에 가서 카메라를 챙겨 찍은 것이다.


어제 저녁은 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교원예술제 중 하나인

‘문학의 밤’에 참여하라는 몇 차례 메시지가 날아들어 이 걸 찍어놓고 

문태길 선생 문학 강연, 자작시평, 학생들 작품 낭송 보고 듣고 나서

가진 뒤풀이가 길어져 돌아와서 그냥 자버려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다. 


구기자(枸杞子)나무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낙엽 관목으로

마을 근처의 둑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높이는 1~2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는데, 여러 개가 뭉쳐나고 넓은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 바소꼴이다.

6∼9월에 자줏빛 꽃이 1∼4개 잎겨드랑이에서 나와서 피고,

화관은 종 모양으로 5갈래로 갈라지며 끝이 뾰족하다.

열매는 장과로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8∼9월에 붉게 익는다.


어린잎은 나물로 쓰고 잎과 열매는 차로 달여 먹거나 술을 담그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열매와 뿌리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쓰는데,

열매를 말린 것을 구기자라 하고 뿌리껍질을 말린 것을 지골피(地骨皮)라 한다.

지골피는 강장, 해열제로 폐결핵, 당뇨병에 쓰고, 구기자로는 술을 담가 강장제로 쓴다.


 

♣ 섬마을 - 문효치

    

물새들은 머리 가득

그리움을 이고 산다.


산들도 머리 가득

그리움을 이고 산다.


섬들도 머리 가득

그리움을 이고 산다.


울타리의 구기자나무

큰 것이건 작은 것이건

머리 가득 가득

그리움을 이고 산다.


그리움은

어디로부터 날아와

저들의 머리에 부어지는 것일까.


내 그리움은

또 어디로부터 날아와

이 밤을 밝히는 것일까.

 

 

♣ 쓴맛을 보여 주마 - 이구학

 

  쓴맛을 보여 주마 쌉쌀한 맛 보여 주마


  쓴맛은 진정제야, 심장을 안정시키고 피로 회복에 좋으며 입맛이 없을 때 그 맛을 당겨주나니, 열을 내려 염증을 낫게 하고 통변을 돕느니, 발끈 신경질을 잘 내거나 제 뜻대로 안 된다고, 팽그르르 돌아않는 그대여 먹어 보라.

오대 점봉 방태 가리왕 박지 용문 회문 지리산의, 진부 정선 인제 원통 순창 남원 화계 장터에 쓴맛 나는 파 쑥새 씀바귀며 구기자, 상추에 쇠귀나물 땅두릅에 차조기, 고사리에 참나물 머위에 곰취로다.

머위 곰취에는 간장 마늘 참기름 깨소금이야. 씀바귀에는 된장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이야. 땅두릅에는 고추장 마늘 식초 설탕 깨소금 막걸리야. 쑥새에는 두부 달래 된장 참기름 마늘이야.

양념장에 참기름 듬뿍 쳐서 겉절이 무친 것 말고도 쓴맛을 고스란히 내는 불뚝전도 부쳐 볼일이다. 쓴맛은 사람을 만드나니 쑥과 마늘 견딘 곰이 사람이 되었었지.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그중 제일이 쓴맛이야.


  쓴맛을 가끔 보아야 사는 맛이 나는 게 아냐.

 

 

♣ 빈 집 - 최두석


 여린 새순 쪼아 먹던 닭이 없으니 울밑 구기자 제멋대로 웃자라 휘늘어지고 호박벌 몇 마리 마당의 배추꽃과 장독대의 무꽃 사이에서 오락가락 분주하였다. 추녀 밑 제비집은 거미줄에 둘러싸여 더 이상 보금자리 아니라고 말하고 안방 벽에 걸린 지난해 달력의 억새가 바람에 숨죽인 울음소리 날렸다. 헛간에는 농사꾼의 손을 떠난 지게 쟁기 작두 덕석 등이 깊은 잠에 빠져 만져도 깨어날 줄 모르는데 부엌에서는 젊은 어머니가 홀연 파뿌리 할머니가 되어 불붙은 부지깽이를 손에 쥔 채 어디론가 핑 달려 나갔다. 불러도 대답도 없이 귓가에는 호박벌 날갯짓 소리만 오래 웅웅거렸다.

 

 

♣ 거꾸로 가는 생 -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머리를 거꾸로 처박으며 아기들은 자꾸 태어나고

골목길 걷다 우연히 넘본 키 작은 담장 안에선

머리가 하얀 부부가 소꿉을 놀 듯

이렇게 고운 동백을 마당에 심었으니 저 영감 평생 여색이 분분하지

구기자 덩굴 만지작거리며 영감님 흠흠, 웃기만 하고

애증이랄지 하는 것도 다 걷혀

마치 이즈음이 그러기로 했다는 듯

붉은 동백 기진하여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

그들도 즐거이 그러하리라는 듯


즐거워라 거꾸로 가는 생은

예기치 않게 거꾸로 흐르는 스위치백 철로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강릉 가는 기차가 미끄러지며 고갯마루를 한순간 밀어 올리네

세상의 아름다운 빛들은 거꾸로 떨어지네

 

 

♬ The Four Seasons - 연주 장영주

 

 

김창집의 오름이야기 블러그에서 옮김

 http://blog.daum.net/jib17/11866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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