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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by 진 란 2007. 11. 13.

<제목>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저자, 역자, 그림> 버나 알디마, 김서정, 리오 딜런 外

<출판사, 가격> 보림, 8,000원(정가), 6,800원(판매가)

<줄거리> 줄거리 소개하느니 아예 전편을 싣습니다.

<용도> 3~19세 아동에게 이 이야기 해주면 경청합니다. 전 고3 수업시간에도 애들이 지치면 더러 요대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러 번 이야기하다 보니 다 외게 되어 왼 것을 써보았습니다.

그러니 원전 동화책과는 낱말이 조금 다릅니다. 양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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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강가에 사는 악어가 낮잠이나 한숨 자두려고 슬그머니 풀밭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때, 근처 풀잎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던 모기가 재빨리 달려와선 악어에게 자랑했습니다.

"악어야, 악어야! 안녕? 너 내가 얼마나 엄청난 일을 겪었는지 아니?"
"뭔데 그러니? 네가 호들갑스럽게 날뛰는 걸 보니 무슨 일이 나긴 났나봐."

"내가 어떤 광경을 보았는지 네가 알면 너도 놀라 넘어질 거야. 아마."
"그래 어서 말해 봐, 남 조급증 나게 하지 말고."
"내가 저쪽 밭으로 날아가니까 어떤 농부가 감자를 캐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감자가 얼마나 컸던지 아니? 너도 놀랄 거야. 나보다도 훨씬 더 큰 감자를 캐고 있었어."

'쳇! 내 원 기가 막혀서……. 제가 얼마나 작은 지도 모르는 주제에.'
더 이상 들어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악어는 이런 되어먹지 않은 소리를 더 안 듣기 위해서 나뭇가지를 두 개 주워 귓구멍에 꽂아 귀를 막고는 숲 그늘로 뻘뻘 걸어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햇살이 너무 좋아 일광욕이나 한 바탕 해볼까 하고 풀밭으로 나온 비단구렁이가 모처럼 만난 악어를 보고는 인사를 했습니다.
"악어야, 안녕! 너 참 오랜만이야. 잘 지냈었니?"

그러나 나뭇가지로 귀를 막은 악어는 이 인사를 듣지 못하고 숲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비단구렁이는 갑자기 무안해지고 화가 났습니다.

'저 녀석이 내 인사에 대답도 않고 가버리는 걸 보니 무슨 심술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애. 얼른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한 비단구렁이는 숲으로 기어가다가 마침 땅에 알맞은 굴이 뚫려 있는 걸 보곤 그리로 쑥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굴은 빨간 눈과 하얀 털을 가진 토끼의 굴이었습니다. 토끼는 낮잠이나 한 숨 보태려고 굴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가 굵다란 비단구렁이가 스르르 기어 들어오는 걸 보곤 무척 놀라 자지러졌습니다. 당황한 토끼는 겨우 정신을 차려 굴 반대편으로 부리나케 튀어 나가 숲을 마구 달려갔습니다.

나뭇가지 위에 앉아 모처럼 한가한 날에 낮잠을 한숨 때우려고 하던 까치는 풀들이 급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반짝 뜨고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하얀 토끼가 숲을 마구 가로질러 뛰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숲의 규칙 상 어떤 위험이 나타났을 때, 모든 동물에게 그 위험을 알리는 임무는 까치에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까치는 '모처럼 내가 일할 기회가 왔다.'하고는 이 나무 저 나무 위를 날아다니며 마구 깍 깍 깍 소리를 질렀습니다.

적당하게 굵은 나뭇가지를 골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한 모금 퍼부을 준비를 하고 있던 원숭이가 이 시끄러운 까치 소리에 놀라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이리 저리 마구 건너뛰다가 그만 썩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부러진 나뭇가지는 불행히도 부엉이 둥지에 떨어져,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있는 부엉이 새끼 세 마리 중 두 마리의 머리에 맞아 두 마리가 그만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부엉이 엄마는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부엉이는 기뻐야 울고 슬프면 울지 않는답니다. 부엉이는 슬픔에 잠겨 영영 울지를 않았습니다. 정말 오래도록 부엉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큰일입니다. 부엉이가 '부엉 부엉' 울어야 그 소리를 듣고 해님이 잠을 깨어 떠오르는데, 부엉이가 울지를 않으니 해님이 잠을 깨지 않아 아침이 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모두들 깜깜한 속에서도 여기 저기 모여 소곤거렸습니다.

"너희들 밤이 너무 길게 계속된다고 생각하지 않니?" 노루가 말했습니다.
"맞아 이런 긴 밤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 늑대가 읊조렸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임금님께 까서 여쭈어 보자!" 여우도 거들었습니다.

동물들은 사자 임금님에게로 우∼ 몰려갔습니다. 임금님은 아직 캄캄한 가운데서 하품을 하며 잠을 깨고 있었습니다.

"임금님, 임금님! 밤이 너무 길게 계속된다고 생각지 않으셔요?" 동물들입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 중이다. 배가 많이 고픈 걸!" 임금님입니다.
"왜 그런지 알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물들입니다.
"그래 그러면 왜 아침이 오지 않니? 해님의 잠을 깨우는 게 누구 책임이니?" 임금님.

"부엉이입니다. 부엉이가 울지 않아서 해님이 잠을 깨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엉이를 불러 와라. 물어 보자."

부엉이가 불려 왔습니다.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너는 왜 울지 않니? 네가 울지 않으니까 해님이 잠을 깨지 않잖아!"
"전하! 제가 울지 않고 싶어서 울지 않는 게 아닙니다. 원숭이가 제 새끼를 죽였기 때문에 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응, 그러면 잘못은 원숭이에게 있구나. 원숭이를 불러 와라." 명령을 내렸습니다.

원숭이가 잡혀 왔습니다. 원숭이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습니다. 사자 임금님이 준엄하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찌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부엉이 집에 떨어지게 하여, 부엉이 새끼를 죽였느냐? 그 때문에 부엉이가 울지를 않아 해님이 뜨지 않고 있지 않니?"

"전하, 그건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까치가 위험한 일이 일어났다고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하도 시끄럽게 깍깍 울고 다녀서 제가 당황해서 이 나무 저 나무 뛰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진짜 범인은 까치구나. 까치를 잡아 와라."


까치가 잡혀 왔습니다. 꼬리를 까딱거리며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너는 왜 쓸데없이 깍깍거려서 원숭이를 놀라게 하고, 놀란 원숭이는 이 나무 저 나무 뛰다가 썩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고, 그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아 부엉이 새끼가 죽은 까닭에, 어미가 슬픔에 잠겨 울지를 않아 해님이 잠을 깨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고 있지 않느냐? 너는 왜 그랬느냐?"

"전하,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토끼가 숲을 가로질러 마구 뛰어갔기 때문에 저는 무슨 아주 위험한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마구 울었던 것입니다."

"그랬느냐? 그러면 나쁜 놈은 토끼구나. 토끼를 연행해 와라."
토끼가 연행되어 왔습니다. 임금님이 말했습니다.

"너는 왜 쓸 데 없이 숲 속을 달려, 까치가 오해하도록 하고, 오해한 까치는 쓸데없이 깍깍거려서 원숭이를 놀라게 하고, 놀란 원숭이는 이 나무 저 나무 뛰다가 썩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고, 그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아 부엉이 새끼가 죽은 까닭에, 어미가 슬픔에 잠겨 울지를 않아 해님이 잠을 깨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고 있지 않느냐? 너는 왜 그랬느냐? 이래서 되겠느냐?"

"전하, 제가 그렇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옵니다. 비단구렁이가 갑자기 제 집에 기어 들어와서 급하게 피하느라고 그랬습니다."
"음∼, 그러면 나쁜 놈은 비단구렁이구나. 그놈을 붙잡아 와라."

비단구렁이가 붙잡혀 왔습니다. 영문을 몰라 멀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왜 할 일 없이 남의 집에 기어 들어가 토끼를 놀라게 하고, 놀란 토끼는 쓸데없이 숲을 달려, 까치가 오해하도록 하고, 오해한 까치는 쓸데없이 깍깍거려서 원숭이를 놀라게 하고,

놀란 원숭이는 이 나무 저 나무 뛰다가 썩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고, 그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아 부엉이 새끼가 죽은 까닭에, 어미가 슬픔에 잠겨 울지를 않아 햇님이 잠을 깨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고 있지 않느냐? 너는 왜 그랬느냐? 이놈아!"

"전하,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습니까? 악어를 모처럼 만나 인사를 했는데, 그 능구렁이(_구렁이가 남보고 구렁이 같다라고 합니다) 같은 놈이 제 인사를 안 받고 그냥 걸어가 버리는 걸 보곤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구나 싶어 그 자리를 피하느라고 그랬습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러면 악어가 진범이구나 악어를 체포해 와라."

악어가 잡혀 왔습니다. 악어는 아직도 귀에 나뭇가지를 끼운 채로 있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깔깔 웃었습니다. 임금님이 나뭇가지를 뽑아 주고는 물었습니다.

"너는 왜 비단구렁이의 인사를 받지 않아서, 비단구렁이로 하여금 무안케 하고, 무안한 비단구렁이는 토끼집을 쳐들어가게 되고, 놀란 토끼는 쓸데없이 숲을 달려, 까치가 오해하도록 하고, 오해한 까치는 쓸데없이 깍깍거려서 원숭이를 놀라게 하고, 놀란 원숭이는 이 나무 저 나무 뛰다가 썩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고, 그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아 부엉이 새끼가 죽은 까닭에, 어미가 슬픔에 잠겨 울지를 않아 해님이 잠을 깨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고 있지 않느냐? 너는 왜 그랬느냐? 인석아!"
"저는 다름이 아니라, 모기가 하도 되지 못한 소리를 해서 그랬습니다. 모기는 제가 얼마나 작은 지도 모르는 놈이 어떤 농부가 자기보다 훨씬 큰 감자를 캐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자랑을 해서, 그런 쓰잘 데 없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던 까닭에 구렁이의 인사를 받지 못했었습니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

이때, 모든 동물들은 아침이 이렇게까지 오지 않고 있는 것은 모두가 모기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동물들이 눈을 밤비며 찾아보았으나, 모기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목청을 높여 외쳤습니다.

"모기가 범인이다. 모기가 범인이야, 모기를 잡아와라 모기를 잡아와!"
아주 여러 번의 우렁찬 동물들 합창에 부엉이의 분이 풀려 드디어 부엉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해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동산에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모기는 풀잎 뒤에 숨어서 이 재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겁이 나서 동물들 앞에 나타날 수가 없었습니다. 낮이 되자 더욱 숨어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기는 지금도 아무 눈에나 잘 띄지 않는 밤에만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 귓가에 와서 묻는답니다.

"아직도 모두들 저를 미워하고 있나요? 앵∼ 앵∼." 하고요.

그러면 모기는 대답을 듣게 되지요. 『철썩!』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