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을 버리다
노태맹
언젠가 나의 사랑도 끝날 것입니다.
아직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흰 꽃 꺾어 매일 당신에게로 윤회하는
푸른 강물도
저 도시 어디쯤에선가 이제 끝날 것입니다.
아시나요, 검은 느티나무 아래
우리 유리의 둥근 구슬 삼키며 온종일 죽음만 생각했었지요.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먼 기억에서
우리 슬픔으로 흘러 넘치는 만들어진 강물소리 같은 것이어서
언제가 끝날 내 사랑도 우리의 生도
당신에겐 섭섭지 않겠지요.
검은 느티나무 아래
유리의 둥근 구슬 삼킨 내 몸 붉은 이끼로 뒤덮이고
붉은 꽃으로 부서지고 부서진 뒤쯤에야
먼 강물소리 당신 사랑도 끝날 것인지요.
아직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고
당신은 내 사랑도 없이 먼 강물소리 건너
어찌 그리 잘도 가십니까.
유리에 가서 불탄다 / 세계사 1995
출처 : 내안의 정원
글쓴이 : 내안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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