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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유리에 가면 / 노태맹

by 진 란 2007. 7. 22.

 

 

 

 

 

 

 

                       유리에 가면

     

 

                           노태맹

 

 

 

 

그대 유리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지
먼지처럼 가볍게 만나
부서지는 햇살처럼 살자던 그대의 소식 다시 오지 않고
유리에 가면 그대 만날 수 있을까.
봄이 오는 창가에 앉아 오늘은
대나무 쪼개어 그대 만나는 점도 쳐보았지
유리 기억 닿는 곳마다 찔러오던 그 시퍼런 댓바람.
피는 피하자고 그대는 유리로 떠나고
들풀에 허리를 묶고 우리 그때 바람에 흔들리며 울었었지.
배고픈 우리 아이들
바닷가로 몰려가 모래성 쌓고
빛나는 태양 끌어 묻어 다독다독 배불렀었고,
그대, 지금도 유리에 가면 그대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 아프지 않고 절망하지도 않아
물마른 강가에 앉아 있다던 그대와
맑은 물이 되어 만날 수도 있을텐데
어쩌면 그대는 유리를 떠나고
유리엔 우리가 살아서
오늘은 그대가 우리를 만나러 오는
시퍼런 강이 되기도 하겠지만

 

 

 

 

 

 

 

 

 

 

 

김규항/

장정일 씨가 불쑥 전화를 해선 대구의 자기 친구가 무슨 행사를 하는데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고 했는데 알고 보니

 "제2회 마르크스주의  학교’였다.   대구에서 마르크주의 학교라....

이채롭다고 다 존중할 건 없지만 이런 이채로움은 존중할만하다. 흔쾌히 다녀왔다.

장정일 씨의 ‘친구’는 시인 노태맹 씨였다.

그의 끝이 아린 시 한편.    

                                                       

 

 


붉은 꽃을 버리다

 

 

언젠가 나의 사랑도 끝날 것입니다.
아직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흰 꽃 꺾어 매일 당신에게로 윤회하는 푸른 강물도
저 도시 어디쯤에선가 이제 끝날 것입니다.
아시나요, 검은 느티나무 아래
우리 유리의 둥근 구슬 삼키며 온종일 죽음만 생각했었지요.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먼 기억에서
우리 슬픔으로 흘러넘치는 만들어진 강물소리 같은 것이어서
언젠가 끝날 내 사랑도 우리의 生도
당신에겐 섭섭지 않겠지요.
검은 느티나무 아래
유리의 둥근 구슬 삼킨 내 몸 붉은 이끼로 뒤덮이고
붉은 꽃으로 부서지고 부서진 뒤쯤에야
먼 강물소리 당신 사랑도 끝날 것인지요.
아직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고
당신은 내 사랑도 없이 먼 강물소리 건너
어찌 그리 잘도 가십니까.

 

 

 

 

                        

출처 : 내안의 정원
글쓴이 : 내안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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