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가는 길 |
우리와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은 산이 인왕산이다. 서울 도심에 고층빌딩들이 들어서면서 338m의 인왕산은 더욱 작아져 버렸다. 하지만 해방 전후까지만해도 인왕산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남산과 함께 가장 친근한 산이었고 거대한 화강암 암괴의 압도감 때문에 그다지 작아보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서울의 진산(鎭山) 시인이 화강암에 대비된 달과 별을 노래한 것도 사람들이 인왕산에 걸친 달과 별을 늘상 보아왔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그곳에 올라 달과 별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왕산 북동쪽 산허리로 연결된 북악산의 발치에 경무대(현 청와대)가 들어서면서 인왕산은 오르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산이 돼버렸고, 그러면서 산은 왠지 더욱 검게 사위어갔던 것도 같다. 1993년부터 인왕산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상전벽해가 된 서울 도심에서 저만치 밀려나있는 산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조선시대 인왕산은 서울을 지키는 진산 중 하나였다. 이성계가 조선 초에 도성을 정할 때, 북악산을 주산(主山), 남산을 안산(案山), 낙산을 좌청룡(左靑龍), 인왕산을 우백호(右白虎)로 삼았다. 옛적에는 인왕산까지 호랑이가 출몰했는지 몰라도, ‘인왕산 호랑이’란 말이 널리 퍼진 것은 바로 풍수의 ‘우백호’와 무관하진 않았을 것이다. 태조와 무학대사가 기도하던 자리도 바로 인왕산에 있었다. 일제가 1925년 남산 기슭에 저들의 신사인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당시 남산에 있던 전국 무속인들의 총본부격인 국사당(國師堂)을 지금 인왕산인 무악동 산2-12 자리로 옮겼는데 그 자리가 바로 태조의 기도터였다고 전해진다. 지금이야 무속인들의 성지처럼 됐지만, 어쨌든 인왕산에는 이러저러한 아픔이 서려있다. 일제는 산 이름마저 임금 왕(王)자를 빼고 ‘인왕’(仁旺)으로 고쳤다가, 뒤늦게 1995년에 와서야 ‘인왕’(仁王)으로 바로 잡혔다. 인왕산은 작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산 자체가 뿜어내는 위용과 멋드러짐이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서울의 다른 산은 마다하고 비온 뒤 인왕산의 모습을 그린 ‘인왕제색도’(국보제216호)를 남긴 것도 한 눈에 들어오는 인왕산의 자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겸재의 최고 수작이자 한국 미술사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가 아니던가. 다른 방법도 많지만 도심에서 살지 않다면 3호선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까지 걸어서 오르는게 가장 무난하다, 산책로와 등산로가 잘 정비가 되어 안성맞춤식 트레킹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직공원 코스라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 가다가 고개의 초소 맞은 편 계단으로 오르는 길이 인왕산 종주코스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계단길도 나무로 바뀌어 무릎에 부담도 안될 뿐더러 향긋한 나무향도 괜찮다. 이 코스는 왼쪽으로 인왕산 산성을 끼고 오르게 된다. 산성도 잘 정비가 되어 보기가 좋다. 사실 서울의 자랑 중 하나가 여전히 성곽이 남아있다는 것중 하나가 아닐까. 과연 외국의 어느 도시에 가서 서울같은 성곽길을 볼 수 있는가. 범바위 쯤 오르면 이미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바로 청와대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그 뒤로 북악산이 연결되고 더욱 주욱 가면 북한산까지 이어지게 되지만 아직은 막혀있다. 범바위 철책계단을 내려서면서 조금 평편한 능선길을 걷다가 주봉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돌계단길을 만난다. 돌을 깎아 만든 이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 기분도 썩 좋다. 요즘은 개나리도 진달래도 볼 수 없지만 봄꽃철에는 등산로 양쪽으로 핀 꽃을 감상하는 기분도 그만이다. 정상에 서면 바로 동쪽 아래편으로 깎아지른 암괴 덩어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매바위와 치마바위다. 흔히 인왕산을 바라보면서 커다랗게 들어오는 바위들과 겸재의 그림에 나오는 바위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이곳이 군사적인 요소만 없었다면 아마 손꼽히는 근교 락클라이밍 코스 중 하나가 됐을 것이다. 종주를 하기로 하자면 정상을 지나 북쪽으로 갈림능선길에서 왼편으로 기차바위를 타고 내려가다 부암동 하림각 쪽으로 빠지거나 홍제동 채석장 쪽으로 내려가도 되고, 갈림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자하문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인왕산 연계코스 최근에 인기가 높은 게 인왕산-북악산 연계코스와 아예 북한산까지 가는 인왕-북악-북한산 연계코스다. 또 북악산이 등산시간이 통제되고 북악-북한산 코스가 군부대 철책으로 인해 능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인왕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로 향하는 코스도 여러가지로 개발돼 등산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북악라인이 청와대 경계로 인하여 양쪽 모두 철책으로 둘러싸여 북한산으로 가는 길이 모두 폐쇄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왕산-자하문-북악스카이웨이-팔각정-국민대앞-대남문코스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북악은 빼고 인왕산에서 부암동방면으로 하산해 구기동으로 해서 비봉으로 가기도 한다. 홍제동 채석장으로 내려가면 도로를 건너 상명대 옆으로 북한산 능선을 탈 수 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인왕산이 야간산행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인왕산은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인왕산 주요 코스 1코스:사직공원 - 인왕산길 - 황학정 - 범바위 - 정상 : (1시간 30분) 2코스:독립문역 - 무악동 - 국사동 - 범바위 - 정상 : (1시간) 3코스:구 서울여상 - 놀이터 - 정상 : (50분 ) 4코스:문화촌아파트 - 기차바위 - 정상 : (1시간 20분) 5코스:옥인동 - 옥인아파트 - 인왕천약수 - 정상 : (ㄹ45분 ) 6코스:청운동 - 청운아파트 - 산성 - 정상 : (50분 ) 7코스:부암동 사무소 - 성덕사 - 기차바위 : (1시간) 8코스:세검정길 유원아파트 옆 - 용천수 - 기차바위 - 정상 : (1시간) |
출처 : 트레킹이 읽는세상
글쓴이 : 트레킹 원글보기
메모 : 바로 코 앞에 있어도 한번 올라가보고는 가보지 못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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