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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모딜이라니

by 진 란 2007. 3. 25.

모딜리아니는 선천적으로 병약했다.

조각을 하고 싶었으나 체력적으로나

지나치게 비싼 재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예술적 성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생전에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가난 속에 과음과 방랑을 일삼다가

몽파르나스의 로톤드(카페 이름)에서

눈동자도 머리 빛도 밝고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진 19살의 잔느를 만나게 되었다.

 

 

모딜리아니의 부모는 유태인으로

스스로 유태인임을 자랑스러워 했고

잔느의 집안은 독실한 카톨릭 집안이었다.

사랑했으나 부모들의 반대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채

잔느는 사랑하는 그를 따랐다.

 

 

한 모델을 대상으로 여러 점의 작품을 남겨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작가 모딜리아니

평생을 모딜리아니의 곁에서

모델이 된 여인은 이 작품의 주인공인 그의 아내 쟌느.

파리의 몽마르뜨나 몽파르나스지역에 모여 활동하던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 파리파) 사이에서도

 로맨티스트로 유명했던 모딜리아니를

사랑했던 쟌느는 얼굴이 길어 슬픈 여인이라는

그만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원천이 되었다.

1919년 무렵 모딜리아니는 파리에서

화가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잔느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좋아진 상황과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모딜리아니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끝없는 음주벽을 놓지 못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 <잔느 에뷔테른느>(1919년작)는

 이때에 그려진 것이다.

임신한 잔느의 모습은 왠지 처연하다. 그 눈동자 없는 눈은

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담아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사진의 인물작품에서 눈동자를 표현하지 않은 점은

매우 특이한데 오히려 푸른색만으로

표현한 눈의 표정은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영원으로의 응시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1920년 1월 겨울 어느날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되는 자화상을 완성시켰다.

(20세기 최고의 초상화가로 꼽히는 그이지만 특이하게도 자신의 자화상은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는 얼음장 같이 찬방에서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었다.

그 옆에는 만삭의 잔느가 웅크리고 앉아

죽어가는 모딜리아니를 조용히 바라본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모딜리아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잔느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침대 주변에는 몇 개의 빈 포도주 병과 반쯤 얼어버린

 정어리 통조림이 뒹굴고 있었다. 친구들이 달려와

이 모습을 발견하고는 곧 병원으로 옮겼으나

36세의  모딜리아니는 세상을 떠나 버린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천국에서도 당신의 아내가 되어 줄께요"라고

전설처럼 말했다는 잔느 에뷔테른느.

그녀 역시 임신 9개월의 몸으로

자신의 양친의 집 6층 창에서 투신 자살한다.

그의 아기는 단 한번도 입 밖으로 울음소리를

토해내지 못한 채 부모의 뒤를 따랐다.

아마도 모딜리아니가 죽자 모든 생의 의미를 포기하고

그의 뒤를 따른 그녀의 순애보적 사랑이

바로 그의 모델이 되어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속에 녹아

우리는 그의 그림에 중독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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