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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명자꽃 붉어진 줄도 모르고

by 진 란 2007. 3. 3.

 

 

그러니까 설날 사라봉에 다녀 온 뒤로 일본에 다녀왔고
이번 주엔 한 번도 못 가다보니
사라봉 입구 조그만 공원에 저리도 붉게 피어난
명자꽃을 오늘에야 보게 되었다.

 

명자나무는 장미과 명자나무속에 속하는 관목으로
아시아동부가 원산지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이른봄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재배하고 있다.

 

풀명자나무로부터 여러 원예품종들이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를 비롯해
흰명자나무, 명자나무, 모과나무등 4종의 명자나무속 식물이 자라고 있다.
요즘은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나무도 개발되었다.

 

그제 고향에 조문 갔다가 새마을금고 앞에 핀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명자나무꽃을 보았는데
오늘 저렇게 난만하게 핀 꽃을 보고 그 붉은 열정에
속으로부터 뭉클 무엇인가 용솟음쳤다.
지가 무슨 이팔청춘이라고….

 

 

♧ 명자꽃 - 목필균 
 
붉은 립스틱 벅벅 그어대며
그 사람 근무하는 사무실 창에
사랑을 고백했다는
전설 속의 그녀

 

뜨거운 사랑의 몸짓
한 길로만 흐르는 아픔일까

 

겨우내 칭칭 동여매었던
가슴앓이 신음소리
딱딱하게 굳어진 가지에도
붉은 핏물이 방울방울 내비쳤다

 

길어진 햇살
남향 창가에 서 있는
명자가
전설의 그녀가
한 몸으로 불타고 있다

 

 

♧ 명자나무 - 현상길 
 
흰 겨울내 한 포기 양지쪽 바람에도 봄인 양 소스라치며 붉은 가슴 쓸어 내리며
그토록 그리워했으면 됐지, 그렇게 그리워하는 김에 한 사나흘만 더 꽃바람에 실어
한숨을 흩뿌리든지 남녘을 스쳐오는 미풍 여린 옷소매에 매달려 구름 너머로 가든지
아지랑이 치마폭에 숨어 기다리든지, 서슬 푸른 세월바람 된바람 아직 네 그리움의
거친 울타리 맴도는데 꿈 피는 오월이 바로 저 너먼데, 명자야 그 촌스런 이름에
배추꽃 무꽃 냄새 끈적이며 묻어나는 새악시 이름아, 그리움에 기다림에 바래 버린
연분홍 치마가 꽃바람에 흩날리는 연록 저고리가 그리도 애처로이 입고 싶어 눈치
빠른 백목련 먼저 뛰어가 유혹하는 동구밖 어귀 하염없이 바라보며 쓸쓸한 웃음
그래서 머금는구나, 밤이면 남몰래 달빛이나 불러 다소곳이 옆에 앉아 장미를 닮고
싶어라 봄바람한테 스리슬쩍 귀엣말로 속살거림은 무슨 청승으로 짓는 노래냐,
그래서 오는 사랑 그게 뭐 별 거라드냐 내 마음 아프게 하는 앳된 봄처녀야,
옛 추억의 멜로 같은 네 박자 사랑 타령이나 퍼질러앉아 읊어 보자꾸나, 명자야.

 

 

 

♧ 명자꽃 - 남유정(南宥汀) 
 
가지에 다닥다닥 맺힌
도톰한 꽃망울 옆을 지날 때면
슬며시 뜨거워져
명자, 부르고 싶어진다

 

명자꽃처럼 붉던 그 여자
스무 살 때 애인의 결혼식에서
울부짖다 혼절한 뒤
제 손목을 하나 잘라내 듯
사랑을 베어낸다

 

골목 깊숙이 아는 사람만
입소문으로 찾아가는데도
가끔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
명자의 밥집

 

그 남자, 한 동안은
알토란같은 세 아이들 얻어
고향에 터 잡고 잘 사는 듯싶었다
신동 났다고 한 때 소태면이 떠들썩했던
그이가 왜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며
살 작정을 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어느 날 작두에 손 하나 달아난 뒤
그는 언제나 늘어진 소매 속에
마음을 감추고 산다

 

밥집의 간판처럼
봄이면 나무 대문 안쪽
흐드러진 명자꽃
아비 얼굴도 모르고 자란
명자의 딸 영숙이가
딱 고만 때가 되어
도톰한 입술이 명자꽃처럼 붉다

 

 

 

♬ Jean Paul Egide Martini - Plasir D'amour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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