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있는風景

섬진강 따라 구비구비 매화 세상

by 진 란 2006. 3. 4.
섬진강 따라 구비구비 매화꽃세상, 광양매화축제

청매실농원의 매화와 매실 등이 보관된 장독대

전라남도 광양, 백운산 자락의 섬진마을에는 지금 온통 매화꽃 세상이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 을 따라 구비구비 볕이 흐르고, 매화 꽃봉오리는 하루가 다르게 만개해간다. 70년 전 청매실농원에 서 시작된 매화나무 심기는 이제 마을 전체의 문화이자 생활의 방식으로 자리잡아, 여행객에게는 꽃구 경을, 지역 주민에게는 생활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른 에 만나는 고맙고 아름다운 매화 꽃세상. 매화에서 풍겨나는 맑고 청량한 향기가 섬진 강을 따라 흐르고, 꽃을 쫓아 섬진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은 상춘의 흥취에 흠뻑 젖어든다.

매화꽃구경 세한삼우 중 하나이며, 사군자이기도 한 매화. 예부 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꽃이다. 온갖 꽃들 중 유독 가장 먼저 개화해 고매한 자태를 뽐내는 매화는 무리 지어 피어있는 곳이 많지 않다.

 

매화를 고귀하게 여기던 이유 중 한가지가 흔하게 번성하지 않는다는 그 희소성이다. 추운 겨울을 이 겨낸 후 앙상하고 굴곡 많은 매화 가지에 단아한 매화 꽃망울이 터지면, 기품 있는 아름다움은 우리 네 조상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을 알 리는 기특한 꽃, 혹한 속에서도 고운 자태를 피워내 는 매화를 바라보며 시조를 읊기도 하고 그림을 그 리기도 하며, 꽃 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청매실농원에서 바라본 섬진강(좌), 백매화의 빼어난 아름다움(우)

세상이 변하고 시류가 바뀌면서, 이제는 매화도 그 옛날 힘들게 얻어다 고이고이 길러 이른 반갑게 바라보는 귀한 꽃이 아니다. 그 뿐인가. 넘쳐 나는 꽃들의 홍수 속에서, 마당 안의 한그루 매화나무로 는 꽃놀이가 성에차지 않는 때가 되었다. 벚꽃놀이 즐기듯이 만개한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곳을 찾아 나서는 꽃구경 여행객들에게 기대보다 눈부신 매화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전라남 도 광양군의 섬진마을. 산자락을 온통 휘감고 있는 매화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마을 앞으로 내려다보 이는 섬진강에는 구비구비 이 흐른다. 매화꽃과 날의 섬진강을 따라 꽃놀이를 나선다.

청매실농원에 만개한 매화꽃이 새파란 보리밭과 대조를 이룬다.
축제의 핵심, 청매실농원 섬진마을로 향하는 861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 한쪽은 매화꽃이 만발한 나즈막한 산언덕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으로는 구비구비 섬진강이 따라온다. 이 길에서 가장 만발한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청매실농원인데, 이 지역 매화가 처 음 심어진 곳이자, 매화축제가 처음 시작된 곳 이기도 하여, 매화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이다. 백운산 자락의 5만평 부지, 청매실농원에 매화꽂이 만개할 때면, 시기를 맞춰 땅에 심어둔 보리가 파랗게 잎을 내밀어 한반도 어느 곳보다 곱디고운 3월 경치를 펼쳐낸다. 매화나무는 일찍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파되 었고, 우리나라에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우리보다 매실의 중요성을 귀히 여긴 일본에서 더 융성했다. 일제시대 청매실농원의 주인이던 김오천 선생이 일본에서 매화나무를 들여와 처 음 심은 후, 그 며느리인 홍쌍리씨가 매화나무 를 늘이고 품종을 개량해 가면서 지금처럼 가꿔 온 것이 이곳 섬진마을 매화의 근간이 되었다. 해마다 축제 행사의 시작에 김오천 선생을 추모 하는 추모제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매실농원에서 매화의 대표적인 세가지 종류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아 오던 연분홍빛 백매화, 푸르스름한 흰빛깔이 독특한 청매화, 그리고 복사꽃과 같은 진한 꽃분홍의 홍매화가 그들이다. 매화와 함께 이곳의 특이한 구경거리로 매실과 장종류를 저장하는 1,800개의 옹기항아리가 있다. 매실주스 등 을 무료 시음할 수 있고, 다양한 매실제품들이 판매된다. 매화나무 묘목도 판매되므로, 매화꽃을 사랑 하는 여행객이라면 집에서 매화를 정성껏 길러볼 수 있다.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남도에는 동백꽃과 매화,산수유,개나리,진달래,벚꽃 등이 연이어 꽃망

울을 터트리면서 온 산야가 봄꽃으로 뒤덮이고 있다. 이에 맞춰 전남도내 곳곳에서는 동백꽃

과 매화문화 축제를 시작으로 산수유꽃 축제 등 다양한 봄꽃 축제가 펼쳐진다.

전국에서 가장 맑은 섬진강과 매화꽃이 한데 어우러진 백운산 동쪽 자락에서는 11∼19일 제

10회 광양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는 ‘생동,활력 그리고 수줍은 미소 매화’라는 주

제로 매화 꽃길 음악회,남사당 공연행사,매실차 시음회,매화 압화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다양

한 볼거리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