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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몽상가들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김독

by 진 란 2005. 3. 18.

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입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전진호(wlsgh0113) 기자
ⓒ2005 프리비젼
아무래도 그녀는 미쳤다.
원고지 앞에 멍청히 쭈그리고 앉아 중얼거리는
아내는 미쳤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라구
할 때마다. 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현실입니다. 제발, 할 때마다
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입니다.

-장정일의 <실비아 플라스에게 빠진 여자>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영화를 통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혁하려는 노력들이 다양하게 있어 왔다. 좌와 우의 경계가 무너지고 앞과 뒤가 바뀌는 가치관의 혼재 속에서도 이들 '액티비스트'들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보다 살기 좋은 미래를 위해 지금 이순간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길버트 아데어의 소설 <성스럽도록 순수한 그들>이 원작인 영화 <몽상가들>은 미완의 변혁 '68혁명'의 시공간 속에서 탄생했다. 1968년 프랑스 파리. 국립예술전용극장이었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정권의 탄압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젊은이들이 문화 주권을 찾기 위해 들고 일어나면서 혁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 사건은 결국 '정치 권력을 획득하지 않고도 세계를 변화시킨 유일한 혁명'으로 기억되는 '68혁명'의 불씨가 됐다.

베트남전 파병, 히피 문화 열풍에 휩싸인 고향 미국을 떠나 프랑스로 유학 온 영화광 매튜(마이클 피트). 홀로 시네마테크를 오가며 영화 속 세상에 빠져 있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쌍둥이 남매 이자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스 가렐)와 급속도로 친해진다. 테오 남매의 부모님이 여행 떠난 사이, 이들 집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한 매튜. 남매의 기이한 행태에 놀라지만 서서히 동화되면서 이들과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영(화)퀴(즈) 푸는 일로 소일한다.

ⓒ2005 프리비젼
노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영화 관람은 일종의 관음행위이자 자신만의 세계에서 헤매는 나르시시즘"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이 시네 필들은 컴컴한 스크린이 아닌 환한 방안에서 서로의 관음적 욕망을 거리낌없이 마음껏 발산한다. 관음의 세계 속에서 마냥 행복한 3인조. 하지만 테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자벨에 대한 매튜의 사랑이 커질수록 현실의 세계에 다가설수록 어쩔 수 없는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폭력은 폭력일 뿐'이라며 현실적 울타리 안에서 반폭력적 혁명을 이야기하는 현실주의자 매튜와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항해야 한다'며 급진적 혁명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테오. 서로 다른 세상을 꿈꾸던 이 쁘띠부르주아들에게도 혁명의 그날은 다가온 것이다.

시위 인파 속에서 뒤돌아서 멀어져만 가는 매튜를 등 뒤로 하고, 화염병을 들고 진압대원들을 향해 뛰어가는 테오 남매. 최루탄이 터지고, 경찰들의 몽둥이가 난무하는 시위 장면 위에 에디뜨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d rien(나는 후회하지 않아요)'가 흐르며 영화는 끝난다.

혁명의 시작됨과 동시에 끝나는 영화. 노쇠한 맑시스트 출신의 감독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실천을 통해서만 그 변혁의 꿈은 실현된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반추해 보고 오늘날을 되새기고 싶어한 것은 아닐까. 거꾸로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은 '꿈꾸는 이들을 통해 혁명은 언제나 시작되고, 어느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005 프리비젼
정치적 코드를 걷어내더라도 <몽상가들>은 매력적인 볼거리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영화다. 특히 장 뤽 고다르의 영화 < band of outsiders >의 한 장면인 루브르 박물관을 질주하는 것을 따라 하는 신이나 그레타 가르보의 영화 속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은 영화 마니아의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한다. 또 영화를 위한 별도의 노래를 만들지 않고 제니스 조플린, 지미 핸드릭스 등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고전영화에 삽입된 OST가 적절히 삽입되어 한편의 음악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3월 25일 개봉. 공식 홈페이지: http://www.mongsang.com
2005/03/14 오전 11:51
ⓒ 2005 OhmyNews
출처 : 정자나무 그늘 아래
글쓴이 : 바람숲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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