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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신혼 시절 무더운 여름 밤이었을 것입니다. 아내와 둘이 밤 늦게 정자에 찾아 갔습니다. 배롱나무가 가득 피어 있는 정자에 풀벌레 소리며 바람 소리며 맹꽁이 울음까지 세상은 온통 하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 정자가 우주와 통하는 길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정자의 마루에 마냥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정이 넘었다는 말에 차를 몰고 돌아왔지요. 집에 돌아왔는데 아내가 지갑을 그곳에 놓고 왔다는 것입니다. 새벽 3시경에 다시 찾아간 정자의 마루에 아내의 지갑이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다시 열흘 뒤인 지난 7월 25일(월)에 명옥헌에 찾아 갔습니다. 이제는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연못 위의 붉은 꽃이 물 속에 그대로 드리워 있었습니다. 잔물결이 일기라도 하면 물 속에 비치는 배롱나무의 물결이 울렁이며 밀려왔습니다. 소금쟁이들은 그 위에서 꽃을 세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물방개들은 이미 떨어진 몇 송이의 꽃잎들을 먹으려고 자꾸 물위로 고개를 내밀곤 했지요.
무더운 여름 내내 피어있을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진 정자 명옥헌에 몇 번이나 다시 가 볼지 모르겠어요. 담양에 있는 그 많은 정자 하나 하나가 절경이고 정감이 넘치고 사랑스럽지만 무더운 이 여름에 내 마음을 훔쳐가 버린 정자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까지 시원하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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