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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어릿광대의 초상

by 진 란 2013. 1. 8.

 
 

 

 

 

 

 

 

 

 

William Merritt Chase - The Court Jester  1875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Walt Kuhn -  CLOWN IN RED AND GREEN AGAINST BLUE 1947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Armand HENRION - Clown with  Cigar 1920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Aldo Morgante - Clown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조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문효치님의 "광대"

 

 

 

 

 

 

 

PETER WTEWAEL - A JESTER HOLDING A FLUTE 1623

 

 

 

 

 

 광대는 오랜 세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즐거움과 익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왔다.

특이한 분장과 엉뚱한 행동을 통해 많은 관중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기한 묘기들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Frans HALS - Buffoon Playing a Lute c. 1623

Oil on canvas, 70 x 62 cm

Musee du Louvre,  Paris

 

 

 

어릿광대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슬픈 모습을 하고 있으면

왠지 이상해 보이기 마련이다.

늘 재미있게 웃고 노는 것이 일인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과 태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광대들은 두꺼운 분장 속에 자신의 감정을 감춘 채,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짓밟으며 타인에게 웃음을 팔아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어릿광대의 웃는 얼굴은 왠지 처연하고 슬퍼 보이기도 한다.

 

 

 

 

 

 

Jean Fouquet- Portrait of the Ferrara Court Jester Gonella   c. 1445

oil on oak panel  36 × 24 cm

Kunsthistorisches Museum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왕실이나 귀족가문 사이에서는

여흥을 위한 재밋거리로 어릿광대를 궁정에 두는 것이 큰 유행이었는데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따귀를 때리며 조롱하는 등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위한 놀이도구 정도로 여겼다.

 

이렇듯 어릿광대들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욕을 받거나 온갖 궂은 짓을 당해도..

즐거운척 하며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것이 운명이었다.

 

 

 

 

 

 

  

Francisco Lezcano, `The Boy from Vallecas' Ca. 1640

 107 cm x 83 cm 

Prado Museum, Madrid

 

 

 

 

 
바로크시대의 위대한 화가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왕실의 화가로서

왕족들의 초상화를 많이 남겼지만 왕족들만큼이나 그가 관심을 갖고 그린 사람들이

필립4세의 궁정에 존재하는 난장이 어릿광대들이었다.

 

 

 

 

 

 

  

The Buffoon Sebastian de Morra Ca. 1646

106,5 cm x 82,5 cm 

Prado Museum, Madrid

 

 

 


위 인물은 발타자르 왕자의 전용 어릿광대였던 카를로스 드 모라(Sebastian de Morra)다.

왕자나 공주들의 전용 어릿광대들은 지루한 궁정생활을 달래주는 역활뿐아니라

어린 왕자나 공주가 잘못을 했을때 대신 체벌을 받는 역활을 하기도 했다.

카를로스는 발타자르 왕자가 갑자기 사망하게되자 곧 바로 죽임을 당한 슬픈 인물이다.

 

값비싸 보이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깔끔하게 단장한듯한 콧수염은 그의 짦은 팔과 다리로 인해

더욱 희화화 되어 보이지만 엄숙하고  어딘가 분노가 서려있는듯한

그의 눈빛은 감히 그를 비웃을수 없게 만든다.

 

 

 

 

 

 

  

The Dwarf Don Juan Calabazas, called Calabacillas 1637-39

Oil on canvas, 106 x 83 cm

Museo del Prado, Madrid

 

 

 

 


꿈을 꾸는듯 보이기도 하고 술에 취한듯 보이기도 하는 위 인물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고 전해지는 광대 칼라바사스다.

위 작품은 벨라스케스가 처음으로 그린 광대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The Buffoon Diego de Acedo, `The Cousin' 

 107 cm x 82 cm

Prado Museum, Madrid

 

 

 

 

 

매우 신중한 표정을 짓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위 인물은

궁정의 광대 에이프리모라는 인물이다.

그는 매우 머리가 좋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며 학식이 풍부했다고 한다

 

 

 

 

 

 

 

The Buffoon, Pablo de Valladolid Ca. 1635

Oil on Canvas  209 cm x 123 cm

Museo del Prado, Madrid

 

 

   

 


벨라스케스는   어릿광대들을  우스꽝스럽다거나 익살스런 모습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값싼 동정과 연민을 일으킬 만큼 그들을 불쌍한 모습으로 그리지도 않았다.

귀족들의 여흥을 위한 장난감에 불과했고 놀림의 대상일 뿐이었던 어릿광대들이지만

벨라스케스는 왕을 그릴때와 마찬가지로 세심이 그들을 관찰하며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서 동등한 인격체로  그려냈다.

 

 

 


 

 

 

 Antoine Watteau - Italian Comedians   1720 

oil on canvas  63.8 x 76.2 cm  

 The National Gallery of Art,Washington

 

 

 

 

로코코시대에는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라는 즉흥 가면 희극이 유행했다.

지금은 사라진 연극 양식이지만  오늘날 텔레비전의 코미디와 비슷한 것이다.

 

 

 

 

 

 

 Antoine Watteau -  Pierrot Content ca. 1712

Oil on canvas 35 x 31 cm

  Museo Thyssen-Bornemisza, Madrid

 

 

 

 

이 연극에서는 여인을 차지하는 영리하고 악한 할리퀸이나,

멍청하지만 착한 피에로 같은 전형적인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피에로는 항상 좋은 의도를 가지지만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약간 바보같은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Jean-Antoine Watteau - Gilles  c. 1718-1719

Oil on canvas , 185 x 150 cm
 Musée du Louvre, Paris

 


 

 

피에로를 묘사한 와토의 위 그림은 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

주연을 맡았던 친구 질을 위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와토가 그린 이 장면은 조금 이상한데, 실제 연극들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은 없다.

뒤에 있는 네 명의 인물(당나귀까지 치면 다섯인데)들은 분명 어떤 행동에 가담하고 있다.

당나귀를 타고 있는 사람은 의사이고, 밝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선장이다.

뒤에 있는 이 사람들은 대사와 행동을 통해 모두 서로 소통하고 있지만,

피에로만이 그들과 동떨어져서 사람들에게 노출된 채 서 있다.

혼자만이 대사도 행동도 없이 그냥 거기 서서 사람들에게 보여질 뿐이다.


복장만 봐서는 참 우스꽝스럽다. 바지는 너무 짧고, 옷소매는 비실용적으로 길며,

옷깃은 말의 고삐 같고, 신발에 있는 분홍색 리본은 처량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익살스러운 차림새에 비해 그의 표정은 너무 진지하다.

 

 

 

 

 

 

 

 

 

 

 

그의 복장을 봐서는 삐에로지만, 그의 얼굴 표정을 봐서는 원래 진지한 젊은이로

똑똑해 보이고, 젊고, 단정하고, 용감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는 자신의 원래 얼굴, 삐에로가 아닌 실재 인물의 얼굴로 거기에 서 있다.

우리의 시선을 피하기는 커녕 오히려 보는 이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의상이 표현하려 했던 것과 그의 진지한 표정의 대조 때문에

이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또는 남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닐때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질은 거기에 우뚝 서서 자신을 내보이며 사람들의 시선에 맞서고 있다.

질은 아주 고귀하게, 심지어 영웅적으로 보인다.

그는 삶과 그 삶이 주는 모욕에 대해 맞서고 싶어하는 인간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Dame Laura Knight (1877-1970) - Laugh, Clown, Laugh

 

 

 

 


요즘엔 서커스 공연이 흔치 않아서 보기 어렵지만

서커스는 19세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 오락이었다.

사람들은 둥근 소극장에 모여 알록달록한 서커스 막사와 의상, 환상적인 조명,

이국적인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공연에 열광했다. 

 

덕분에 20세기 미술에서 서커스는 빠질 수 없는 주제였고,

화가마다 각각의 독특한 시선으로 서커스를 표현했다.

당시 화가 중 서커스를 주요 소재로 삼지 않은 화가가 없을 정도였다.

 

 

 

 

 

 

 

GEORGES ROUAULT - PITRE AUX LUNETTES 1915-20

 

 

 

 

하지만 현대의 가장 위대한 중교화가라 불리우는 루오는

그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광대들의 굴곡진 삶과 인간적 고뇌에 주목했다.

 

 

 

 

 

 

 Le clown tragique. 1939

 

 

 

 

 

루오가  20세기 회화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종교화가로 손꼽히는 이유는

그가 교리나 복음의 내용을 직접적인 주제로 해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복음적인 메시지를 그 시대의 살아있는 상징들을 통해서 드러냈기 때문이다.

 

 

 

 

 

 

GEORGES ROUAULT - The Mad Clown 1907

 

 

 

 


루오가 전 생애동안 일관되게 관심을 가진 것은 인간,

특히 고통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창녀나 광대 등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수난중의 그리스토의 모습을 보았고 거기서 구원을 발견했다

 

 

 

 
 

 

GEORGES ROUAULT - EL PAYASO HERIDO

 

 

 

 


루오의 ‘상처 입은 어릿광대’는 다친 어릿광대를 두 명의 다른 어릿광대가 부축해

어디론가 데려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울하다.

어쩌면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지 모른다.

울고 싶어도 마음껏 울 수 없는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어릿광대들은 교육을 못 받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곡마단을 따라다니며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고

시시때때로 사람들을 웃겨야 했지만

그들이 다치고 아플때 누구 하나 거들떠봐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다치고 아프고 외로운 그들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모든 괴로움을 묵묵히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이 그림은 그런 어릿광대들과 아프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그래서 힘겹고 외로운 사람들 모두를 위한

루오의 ‘위로의 노래’다.

 

 

 

 

 

글참조 : 웬디수녀의 " 유럽미술산책" 外

 

 

 

 

 

 

 

 GEORGES ROUAULT - TETE DE CLOWN 1953-56

 

 

 

 

 

“광대는 바로 나였고, 우리 모두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광대인지도 모른다.”

 

- 조르주 루오

 

 

 

 

 

  

 

 GEORGES ROUAULT - Clown a la marionnette 1909

 

 

 

 

 

 

 

 

 GEORGES ROUAULT - PIERRETTE 1939

 

 

 

 

 

 

 

 

 

 GEORGES ROUAULT - CLOWN

 

 

 

 

 

 

 

 GEORGES ROUAULT - Pierrot with a Rose c. 1936

 

 

 

 

 

 

 

 

 GEORGES ROUAULT - Profile of a Clown 1948

 

 

 

 

 

 

 

 

 Pierre Auguste Renoir - The Clown (also known as James Bollinger Mazutreek) 1868

 

 

 

 

 

 

 

William Merritt Chase - The King's Jester

 

 

 

 

 

 

 

JOHN WILLIAM WATERHOUSE(1849-1917) - TOUCHSTONE, THE JESTER

 

 

 

 

 

 

 

 

Pablo Picasso - Pierrot with a Mask 1918

 

 

 

 

 

 

 

 

 Walt Kuhn The Blue Clown 1931

 

 

 

 

 

 

 

 

 Walt Kuhn - Clown Against Red  1930s

 

 

 

 

 

 

 

 

 

 Walt Kuhn -  Chico in Top Hat 1948 

 

 

 

 

 

 

 

 

 Walt Kuhn - Clown with Drum

 

 

 

 

 

 

 

 

 Armand HENRION - Clown Autoportrait  1920

 

 

 

 

 


 

 

Andre Derain - Harlequin and Pierrot, 1924

 

 

 

 

 

 

 

 

FRANCIS PICABIA - TROIS MIMES 1936

 

 

 

 

 

 

 

 

Aldo  Morgante - Clown

 

 

 

 

 

 

 

 GEORGIOS KOSMADOPOULOS(1895-1967) - HARLEQUIN

 

 

 

 

 

 

 

 

Camille Bombois - Clown a la pipe  1945

 

 

 

 

 

 

   

 

 EVERETT SHINN(1876 - 1953) - CLOWN

 

 

 

 

 

 

 

 

 PAUL AUGUSTIN AÏZPIRI - CLOWN 1959

 

 

 

 

 

 

 

 

Fernando Botero - Seated Clown   

 

 

 

 

 

 

 

 

 

 

 

    Fernand Pelez - Grimaces et Misere

 

 

 

 

 

 

 

 

 

 라벨: 조곡 [거울]중 제4곡 [어릿광대의 아침의 노래]에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1905년도 작곡하고 같은 해 파리에서 초연한 곡입니다.

피아노곡집 <<거울>>에 삽입된 곡인만큼

'거울'이라는 이미지와 맞는 곡인것 같네요.

라벨의 대표곡 중 하나로, 원제목은 Alborada del Gracioso 입니다.

<<거울>>의 5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며, 라벨 자신이 이 곡을 관현악곡으로 따로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작곡가 자신도 아끼고 좋아했다는 뜻이겠죠?

듣고 있으면 어릿광대가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2012 / 02 /10   inuit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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