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아요
-홍련암*에서
진란
홍련, 구겨진 습자지로 만들던 꽃, 같은 꽃
어설프게 애만지던 유년의 그 처음처럼
마음에 그려보는 황홀한 몸짓이었을까
홍련암의 비봉 낡은 벽에 홀로 삭은 연처럼
가라앉은 연못의 중심에서 길어 올리는
위태로운 허공이었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겅중히 웃자라는
우리 마음 같기도 했다
차오르다 만 달빛에 서운해 하며
는개에 갇히는 우울의 처소
붉은 입맞춤 융융거리는 한 때의 찰나
물 위를 걸어가는 눈부신 저 홍련의 여자
우리네 그림자 아래께로 날카롭게 혹은 깊숙이
더 뿌리 내리고 싶었던 것이다
허공처럼 떠있는 연못, 한 생이 거기 고인다,
연잎 위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깔깔대는 물방울같이
흰 뼈 마디마디로 파고드는 생의 하모니
그 짧은 흔적, 의 순간같이
*전북 완주군 비봉 요덕사의 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