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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아요

by 진 란 2011. 10. 2.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아요

-홍련암*에서

 

진란

 

 

 

 

홍련, 구겨진 습자지로 만들던 꽃, 같은 꽃

어설프게 애만지던 유년의 그 처음처럼

마음에 그려보는 황홀한 몸짓이었을까

홍련암의 비봉 낡은 벽에 홀로 삭은 연처럼

가라앉은 연못의 중심에서 길어 올리는

위태로운 허공이었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겅중히 웃자라는

우리 마음 같기도 했다

 

차오르다 만 달빛에 서운해 하며

는개에 갇히는 우울의 처소

붉은 입맞춤 융융거리는 한 때의 찰나

물 위를 걸어가는 눈부신 저 홍련의 여자

우리네 그림자 아래께로 날카롭게 혹은 깊숙이

더 뿌리 내리고 싶었던 것이다

 

허공처럼 떠있는 연못, 한 생이 거기 고인다,

연잎 위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깔깔대는 물방울같이

흰 뼈 마디마디로 파고드는 생의 하모니

그 짧은 흔적, 의 순간같이

 

 

 

 

*전북 완주군 비봉 요덕사의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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