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못지않은 갈맷길 걸어보이소~”
[중앙일보 김상진.송봉근]
길 위에는 기다림이 많다
가는 물결과 오는 바람이
교차해 가는 그곳에
낮게 깔리는 그늘이 있고
그늘 속에는 곰삭은 기다림이 숨겨져 있다
그 기다림에는 눈물이 없어 좋다
애태워야 하는 하늘도 없고
생사가 엇갈리는 바다도 없다
몰래 다가와 눈 가리는 가벼운 발끝
눈먼 시간이 비틀거리며 혼자 길을 따라 달아날 뿐
강영한 시집 『뒷강물』에서
부산시 남구 이기대 갈맷길. 산책길이 해안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가 산과 바다·호수·도시를 끼고 걷는 21개 코스를 발굴해 '갈맷길'로 이름 붙이고 '뚜벅이'를 모으고 있다. < 표 참조 >
부산 갈맷길은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적인 장소, 지역을 빛낸 인물, 주요 상징물, 민속자료 현장, 산복도로 같은 부산만의 특화 공간 등을 품고 도는 길이다. 부산시는 갈맷길 21개 코스를 뚜벅이들이 걷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속 공사를 하고 있다.
가덕도 둘레길(1번)은 기암괴석과 탁 트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코스다. 한국·일본·유럽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고 있는 가덕도 등대를 볼 수 있다. 가덕도 대항마을에서 160여 년 동안 전해오는 전통 숭어잡이 어로법을 체험할 수 있다. 1~2 < eea4 > 가량의 무동력선 6척을 어장 가까이 끌고가 기다리다 봄철에 눈이 멀어진 숭어 떼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순식간에 그물을 들어올리는 어로법이다.
암남공원~절영로~태종대길(3번)은 갈맷길의 진수다.
암남공원을 출발하면 테크길,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송도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게 된다. 1913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을 지난다. 그림자조차 끊어버릴 정도로 빠르다는 절영마(絶影馬)를 타는 기분으로 절영 해안 산책로를 지나면 태종대가 마중나온다. 태종대는 한반도의 모든 해안 비경이 몰려있다는 절경을 자랑한다.
영도등대 아래 높이 100m가 넘는 수직절벽 위로 나 있는 산책길은 짜릿하다. 간식은 삶은 고구마가 제격이다. 조선 영조 때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 선생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가져와 처음으로 재배한 곳이 영도다.
광안리~이기대~자성대길(4번)은 광안리 해수욕장을 출발해 이기대와 자성대까지 이어진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남천동까지는 도심길을 걸어야 하지만 용호동부터는 해안길을 걷게 된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는 광안대교·동백섬·해운대 등을 볼 수 있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가 들어오고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공원을 지난다.
해운대 삼포길(5번)은 삼포(三浦)라 부르는 미포~청사포~구덕포를 거친다. 최치원의 전설이 서린 동백섬을 한 바퀴 돌아 3개의 포구를 걷는 해안길이다. 동백섬~해운대 해수욕장~동해남부선 철길을 지나면 달맞이길 입구다. '문탠로드' 주차장을 빠져나와 500m쯤 오르다 오른쪽을 보면 해운대 해수욕장과 동백섬, 멀리 광안대교까지는 한눈에 들어온다. 문탠로드는 바다에 비치는 달을 보며 미포~정자~전망대~어울마당까지 2.2㎞를 걷는 코스다. 달맞이 어울마당으로 가는 오솔길 갈림길에서 직진 코스를 택하면 청사포 오솔길로 이어진다. 1㎞쯤 더 걸으면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송정해수욕장은 물론 용궁사 앞바다까지 한눈에 보인다. 구덕포는 동해 남부선 철길의 굴다리를 지나면 만난다. 여기서 송정해수욕장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김상진 기자 < daeda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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