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굽이 된 산자락 따라 가을의 끝자락을 걷다
문화일보 |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대전(大田). 어쩐지 '여행'보다는 '출장'이 더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효율로 재단된 듯한 느낌'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압축성장의 시기에 폭발적으로 확장된 도시라는 생각에 늘 스쳐 지나기만 했던 곳. 그러나 대전에도 손대지 않은 풍광과 그윽한 정취가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낡았으되 누추하지 않고, 손대지 않았으되 그것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 그렇게 새로 대전을 보게 했던 것은 바로 '길' 때문이었습니다.
↑ 대청호반길 3코스와 연결되는 자전거길 2코스(냉천길)의 마산동 부근 샛길에서 만난 풍경. 대청호반길에서는 굳이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호수 쪽으로 이어지는 샛길에 들어서면 오히려 더 호젓하면서 빼어난 가을의 정취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다.
대청호는 말 그대로 '육지 속의 바다'라고 할 만큼 거대합니다. 1980년 대청댐에 담수가 시작되면서 금강의 아름답던 강마을과 여울은 물 속에 잠기고 말았지만, 대신 내륙 깊은 곳의 산자락들이 더러는 물돌아가는 굽이가 되고, 더러는 섬이 돼서 가을볕에 빼어난 풍광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의 삽날을 피한 강변마을들이 정겨운 오래 전의 허름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지요.
전국 곳곳에 정말 많은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청호반길'도 대전시가 대청호를 끼고 있는 옛길과 강변 길을 이어붙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6개 코스의 호반길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걸어봤습니다. 마을에서 거저 내주는 자전거를 타고 호수와 딱 붙어서 이어진 호젓한 단풍 길을 달려보기도 했습니다. 강변에서 인기척에 놀란 물새가 푸드덕 날아오르기도 했고, 내륙의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자그마한 동력선들이 노을의 물빛에서 반짝거리는 풍경과도 마주쳤습니다. 너무 서둘러 길을 낸 흔적에 아쉽다 싶은 곳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는 이정도면 족하지 싶었습니다.
가을이 하루하루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풍으로 빛나던 나무들이 제 잎들을 하나둘 낙엽으로 내려놓고 있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가을은 곧 떠나고 말겠지요. 그 가을날의 하루쯤을 내서 호젓한 호반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대전이야 수도권에서 2시간이면 넉넉히 닿을 곳이니 당일치기 여정이라도 괜찮을 터입니다. 이른 아침 서두른다면 물안개 자욱한 아침의 고요를, 한낮에는 첩첩이 이어진 능선이 수면에 제 모습의 반영을 찍어내는 모습을, 해질 무렵이라면 석양에 금박지처럼 반짝이는 호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산과 들에는 봄꽃의 향기를 맡으며 계절을 즐기는 나들이객들이 가득하다. 푸릇한 산과 들에서 숨 한번 크게 쉬면 봄 향기가 몸 속 가득 채워지는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절정에 이른 봄꽃 향기와 함께 점차 짙어지는 신록을 체험하기 위해 무주 금강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옛길은 구불구불 흐르는 금강의 속살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다. 어린 시절 야생화 한 송이 꺾어들고 친구들과 함께 걷던 시골길을 닮은 금강 옛길은 의외로 소박하다. 조용히 흐르는 물줄기가 부산하거나 요란스럽지 않다. 강 바로 옆으로는 숲이 울창한 야산이 이어진다. 그 옆으로는 논과 밭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는 것이다.
봄이 되면 이 옛길은 분주해진다. 봄 정취를 즐기며 산책을 하려는 상춘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벼운 옷차림을 한 나들이객들은 옛길 주변을 걸으며 봄의 기운을 만끽한다. 최근 걷기 열풍이 불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금강 옛길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에서 율소마을로 이어지는 금강 벼룻길이 가장 유명하다. 길 폭은 좁지만 편안하고 운치가 있다. 특히 이맘때면 봄 향기가 가득히 차올라 분위기가 고조된다.
조항산 자락에 자리한 벼룻길은 강폭이 좁은 금강이 조용히 흐르고, 그 옆으로 풀이 자라난 농로가 이어진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굴암마을의 대뜰에 물을 대기 위해서 놓았던 농수로였다. 주민들은 보통 '보뚝길'이라고 부른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는 대소리와 율소마을을 잇는 지름길로 애용되었다.
벼룻길의 길이는 2㎞가 채 안 된다.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비포장길이 나타난다. 주변의 푸른 숲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강으로 비죽하게 솟은 바위를 만난다. 바로 각시바위다. 각시바위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진다. 대유리 봉길마을에 시집온 며느리가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벼랑에서 기도를 했더니 바위가 솟아올라 '각시바위'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그중 하나다. 또 선녀가 목욕하러 왔다가 옷을 잃어버려 바위로 굳었다거나 구박받던 며느리가 돌로 변했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각시바위 아랫부분에 좁은 동굴이 나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벼룻길을 걷는 사람들은 각시바위를 뚫고 지나가게 되는 셈이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동굴이 아니라 농부들이 일일이 바위를 정으로 쪼아서 만든 인공 동굴이다. 길이는 10m 정도로, 사람 한두 명이 지날 수 있는 좁은 길로 이뤄져 있다. 각시바위와 함께 벼룻길을 대표하는 풍경이 되었다.
동굴을 빠져나오면 율소마을에 다다른다.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마을에는 밤나무가 많이 있다. 마을에서 대티교 삼거리와 굴암리를 지나 잠두2교까지 길이 5㎞ 정도 펼쳐진다. 길은 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대티교 삼거리의 레저클럽에서는 래프팅, 등산, 서바이벌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두 번째 길은 잠두마을 강 건너편으로 이어진 숲길이다. 잠두2교에서 시작해 잠두1교에서 끝난다. 강변 옛길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의 모습이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잠두(蠶頭)'라는 이름이 붙었다. 흙냄새가 나는 운치 있는 길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측 발 아래로 흐르는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벚나무가 이어져 있으니 시기를 잘 맞추면 벚꽃 삼매경에 빠져볼 수도 있다. 잠두교가 생기기 전까지 이 길은 무주와 금산을 잇는 비포장 국도로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로였다.
세 번째 옛길은 용포다리에서 대차리마을 강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이다. 내요대 마을에서 서면마을까지 3.6㎞에 이른다. 조용히 흐르던 금강은 용포다리를 기점으로 폭이 넓어지고 물살도 다소 거칠어진다. 이 길은 1938년 용포다리가 놓이면서 잠시 잊혀졌다. 모두 편리하고 빠른 강 건너 포장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묵묵히 흐르는 금강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느낌여행(www.filltour.com)에서 '무주 금강 벼룻길 걷기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다. 무주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벼룻길을 걸으며 각시바위, 율소마을, 상굴암, 굴암사거리, 잠두마을, 요대마을, 남대천을 방문한다. 거리는 약 19㎞. 약 5시간 소요된다. 등산화, 장갑, 간식, 생수 등 개인준비물을 준비하면 좋다. 4월 30일과 5월 1일, 단 2회 출발한다. 왕복교통비, 아침간식, 중식 포함. 요금은 4만9000원.
③금강 무주 벼룻길과 강변 옛길
잡초에 점령당한 조붓한 숲길, 트레커들의 발길을 사로잡네~
'한반도의 가슴 서럽게 서럽게 쓸어내린 / 그 강물 기슭에 우리들 발을 묻고 / 집 지어 마을 이루고 살아가니 어찌 어머님 어머님이 아니시리요.' 나태주의 시에 김애경이 곡을 붙인 가곡 '금강이시여'에서 금강은 어머니로 비유된다.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진안 용담호에서 잠시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무진장(茂鎭長)의 맏형인 무주에서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조붓한 강변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떠난다. 미루나무 가로수가 멋스런 강변길은 무주 사람들에게 장도 보고 마실도 가는 소통의 통로이자 삶의 실핏줄이었다.
무주의 옛길은 모두 금강변을 달린다. 하지만 강과 산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도로가 속속 건설되면서 금강 벼룻길 등 옛길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때로는 가파른 벼랑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때로는 여인의 피부처럼 하얀 강돌이 지천인 호젓한 강변을 꿈결처럼 걸어 다니던 옛길의 출발점은 부남면 소재지인 대소마을.
사방이 산과 강에 둘러싸인 대소 마을은 무주에서도 가장 오지였다. 1990년대에 도로가 확장되면서 오지마을이라는 불명예를 벗었지만 외롭기는 마찬가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마을 골목길을 벗어나자 칡덩굴에 점령당한 농로가 구릉을 넘는다. 대소리의 수풀은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청정지역.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른 금강 줄기가 바짝 다가서자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가 사과밭 옆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대신 농로와 연이은 깎아지른 벼랑에는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금강 벼룻길이 강변에서 홀로 추억을 반추하고 있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이르는 말로 이곳 주민들은 '보뚝길'로 부른다.
조항산 자락의 금강 벼룻길은 굴암리의 대뜰에 물을 대기 위해 일제 강점기 시절에 건설한 1.5㎞ 길이의 농수로.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소리와 율소 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로 자리 잡았다. 어른들은 대소리 오일장이 서면 막걸리 한 잔에 불콰해진 얼굴로 벼룻길을 걸었고, 책보자기를 어깨에 둘러맨 아이들은 찔레 순으로 허기를 달래던 추억의 길이다.
거친 잔돌이 깔려있는 들머리를 통과하자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나무터널이 이어진다. 돌길은 흙길로 바뀌어 한결 걷기 편하다. 강변에는 나리꽃도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벼룻길 중간쯤에 이르자 강으로 돌출된 거대한 바위가 길을 가로막는다. 구박받던 며느리가 돌로 변했다고도 하고 선녀가 옷을 잃어버려 바위로 굳었다고도 하는 각시바위다. 각시바위 앞 각시소는 수심이 깊고 물의 흐름이 조용해 래프팅 보트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곳.
신기하게도 금강은 이곳에서 한반도 지도를 그린다. 유동마을에서 대치마을로 가는 작은 고개에서 보면 금강 벼룻길은 압록강과 두만강이 빚어내는 국경선처럼 보인다. 봉길마을 백사장은 동해, 율소마을 앞 습지는 서해, 그리고 고개 아래의 비탈과 밭은 남해로 보인다.
금강 벼룻길은 이곳에서 각시바위를 뚫고 지나간다. 길이 10m로 어른 두 명이 서서 지나갈 정도로 넓은 동굴은 농민들이 일일이 정으로 쪼아 만든 땀의 결정체. 동굴을 통과한 금강 벼룻길은 복숭아밭을 지나 율소마을에서 다리쉼을 한다.
마을의 지세가 알밤처럼 생겨 밤소마을로도 불리는 율소마을은 실제로 밤나무가 많은 강마을. 이곳에서 대티교 삼거리와 굴암리를 거쳐 잠두2교까지는 강변을 따라 아스팔트 도로가 5㎞ 정도 이어진다. 일부는 옛길에 아스팔트를 깔았고 일부는 새로 낸 도로이다.
2001년 금강 상류인 진안에 용담댐이 완공되기 전까지 굴암리 강변은 자갈밭이었다. 그러나 댐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일정해지자 자갈밭은 습지로 변했다. 인간이 바꾼 환경에 자연이 적응한 셈이라고나 할까. 수심이 깊어진 금강은 래프팅과 천렵을 즐기는 피서객들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두 번째 옛길인 용포리의 잠두마을 강변 옛길은 잠두2교에서 시작된다. 금강에 발을 담근 갈선산(480m)의 허리를 달리는 강변 옛길은 1970년대까지 무주와 금산을 잇던 비포장 국도였으나 잠두교가 놓이면서 잊혀진 옛길이 되었다. 잠두2교에서 잠두1교까지 강변 옛길은 약 2㎞. 차가 다닐 정도로 노폭이 넓고 평탄해 산책하기에 좋다. 벚꽃이 만발하는 이른 봄에는 강변 옛길의 벚나무 가로수가 거대한 연분홍 띠를 두른 듯 환상적이다. '잠두'라는 이름은 강변 옛길에서 내려다보는 지세가 마치 누에의 머리를 닮아 명명됐다. 무주 반딧불이축제 때 반딧불이 탐사지로 선정되는 잠두마을은 무주의 청정지역 중 으뜸으로 꼽힌다.
잠두마을 강변 옛길에서 아스팔트길로 내려와 새로 놓은 용포대교 교각 아래를 지나면 옛 용포교가 나온다. 용포교는 전북 무주와 충남 금산을 이어주던 길목 중의 하나. 일제 강점기 때 건설된 웅포교는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일부가 파손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도 소통의 통로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 강변길은 용포교를 건너지 말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하류 쪽으로 200m쯤 가면 나타난다.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의 일부인 강변길은 내요대 마을에서 서면마을까지 3.6㎞.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강을 따라 조붓한 숲길이 이어진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잡초에 점령당했지만 길의 흔적은 뚜렷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놀란 물잠자리가 수십 마리씩 날아올라 어지럽게 춤을 춘다.
금강은 용담댐에서 용포교까지 강폭이 좁고 수심이 깊어 속으로 울음을 삼키듯 조용하게 흐른다. 그러나 용포교를 지나면 강폭이 넓어지면서 수심이 얕아진다. 여울을 흐르는 강물이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가 어머니의 통곡처럼 들린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 잠두마을 강변 옛길과 세 번째 강변길은 버스가 다니던 신작로였다. 무주와 금산을 오가는 버스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강변길을 달려 용포교 하류의 소이진나루터에서 우마차와 함께 나무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금강과 남대천이 합류하는 대차리에는 큰비라도 내리면 강물에 잠기는 세월교가 놓여 있다.
대전통영고속도로 굴암교와 용포교에서 차창을 통해 보이는 아름다운 강변길들. 그 길은 무주 사람들의 추억이 서린 잠두마을 강변 옛길이었다.
무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강물 따라 걷는 길, 봄을 만나러 가는 길
강변은 봄소식이 제일 먼저 들려오는 곳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푸른 하늘빛을 고스란히 담은 강물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계절이다. 강줄기를 따라 걷기 좋다 보면 무심히 휘감아도는 물줄기에도 나름대로 사연이 숨어 있고 저절로 노래가 나올 것 같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기획해 최근 펴낸 강변 도보 여행 가이드 '강으로 그린 풍경'에 나온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섬진강변의 대표적 도보여행 코스를 하나씩 소개한다. 자, 이제는 운동화 끈 조여매고 길 떠나는 일만 남았다.
◆한강 꽃벼루재길
한강 상류의 아우라지는 강폭이 넓어지고 유량이 많아져 조선시대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는 뗏목들의 출발지였다. 아우라지는 버스를 타고 정선까지 가서 아우라지행 버스로 갈아타는 게 편하다. 아우라지역 뒤편에 정선아리랑전수관과 아우라지 처녀상, 어름치 카페도 둘러보자. 이곳에서 구절리까지 7.2㎞ 구간을 운행하는 정선레일바이크는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다.
꽃벼루재길로 가려면 아우라지역을 나와 역전사거리, 성도아파트를 거쳐 염장봉길로 접어든다. 별도의 이정표가 없어 바닥에 쓰인 파란 글씨 'O2' 표시를 따라가면 된다. 강원도가 2008년부터 만들고 있는 '산소길' 표시다. 꽃벼루재로 오르는 길은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솔숲을 거쳐 30여분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면 고갯마루의 정상에 오른다. 송신탑 옆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유유히 흐르는 조양강과 어깨를 맞댄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북평면을 향한 내리막길은 소나무가 무성해 쉬엄쉬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코스:
아우라지역→역전사거리→성도아파트→꽃벼루재→봉화마을→북평교→나전역(12.4㎞). 강원도 정선군청 관광문화과(033-560-2361)
◆금강 무주벼리길
금강 상류인 무주에서 만나는 금강 벼룻길과 잠두마을 옛길은 뱀이 지나가듯 구불구불 흐르는 금강의 속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부남면사무소에서 1.8㎞ 농로를 지나, 강 옆 언덕에 자리한 사과밭이 끝나는 곳에서 금강 벼룻길이 열린다. 동네 사람들은 '보뚝길'이라고 부른다. 한쪽은 산, 다른 한쪽은 물길로 향한 낭떠러지 위 좁은 길은 밤송이마을까지 1.5㎞ 정도 이어진다. 길이 좁고 돌이 많아 걷는데 속도가 붙지는 않지만, 햇살 가득히 반짝이는 금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거대한 각시바위 뒤편으로 난 동굴길을 거쳐 밤송이마을에 이른다. 이 강변은 래프팅 보트 코스이기도 하다. 대티교 삼거리의 레저클럽에 들르면 래프팅, 등산, 서바이벌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잠두마을로 향하는 길도 물길을 닮아 구불구불하다. 잠두마을 옛길(2㎞)은 잠두2교에서 시작해 잠두1교에서 끝난다. 잠두1·2교를 잇는 37번 국도가 뚫리기 전까지 이 길은 무주와 금산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코스:
무주군 부남면사무소→대소리 금강 벼룻길→밤송이마을→굴암리→잠두2교→잠두마을 옛길→잠두1교→용포교→늘목삼거리(12.5㎞). 전북 무주군청 문화관광과(063-320-2548)
◆낙동강 승부역길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산과 계곡뿐인 산골 기행이다. 석포역에서 승부역으로 가는 길은 석포제련소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시작된다. 이정표나 지도 없이도 갈 수 있는 외줄기 길이다.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는 길은 낙동강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물이 맑아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가 옆에는 산나물 천지다. 인적이 드문 오지라 그런지 계곡의 물소리가 더 요란하게 들리는 것 같다. 한숨 돌리고 땀을 닦을 무렵, 산비탈에 조성된 고랭지 배추밭 옆으로 승부마을이 나타난다. 20여 가구가 메밀, 배추, 무 등의 밭농사를 짓고 산다.
승부역은 산골 오지의 간이역이다. 이곳이 처음 도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0여 년 전 섬처럼 고립되었던 승부역을 지나는 눈꽃순환열차가 운행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겨울이 되면 이 열차는 도시 사람들을 태우고 깊은 산골짜기를 누빈다.
●코스
: 석포역→굴현교→결둔교→승부마을→승부역(12㎞). 경북 봉화군청 문화관광과(054-679-6342)
◆영산강 담양수목길
홍수가 심했던 담양읍을 관통하는 영산강 남쪽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범람을 막았던 곳이 관방제림이다. 조선 인조·철종 때 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느티나무·푸조나무·팽나무 등 320여 그루의 아름드리나무가 남아 있다. 울창한 숲으로 담양 사람들의 피서지 역할을 하는 관방제림에는 국궁장과 조각공원, 담양추성경기장 등 볼거리가 있다. 이곳을 벗어나면 물억새가 자라는 조용한 영산강변 저편으로 30~40m 높이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보인다. 학동교차로에서 금월교에 이르는 옛 24번 국도 구간은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번 도보 여행의 반환점인 금월교를 건너 강둑길을 걷다 보면 담양종합체육관이 눈에 들어온다. 담양장이 열리는 2·7·12·17·22·27일에는 강을 따라 조금 더 걷다가 만성교를 건너 장터를 들르는 게 알찬 코스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은 울창한 대숲인 죽녹원과 담양향교를 둘러보고, 담양국수거리에 가보자. 강변 평상에서 후루룩 먹는 국수 맛이 일품이다.
●코스
: 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금월교→강둑길→죽녹원 입구→향교리사무소→고부정→만성교→담양장→담양국수거리(11.1㎞). 전남 담양군청 관광레저과(061-380-3153)
◆섬진강 꽃 기차길
2005년 기차 테마파크인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한 옛 곡성역에서 출발해 증기기관차와 도보로 섬진강을 꼼꼼히 살펴보는 여정이다. 기능을 다한 옛 곡성역과 버려졌던 섬진강변 철길은 기차를 테마로 한 여행지로 개발되면서 180도 달라졌다. 특히 곡성역에서 가정역(10㎞)까지 옛 전라선 철도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여행의 백미다. 기적을 울리며 기차 굴뚝에서 하얀 김을 피어 올리는 것은 영화에서 보던 증기기관차의 모습 그대로다. 세량짜리 기차가 시속 30~40㎞의 느린 속도로 2시간 간격으로 하루 다섯 번 오간다.
가정역에서 두가세월교로 강을 건너 이어진 강변길을 통해 곡성역으로 되돌아가는 10여㎞의 걷기 코스가 시작된다. 청소년 야영장과 곡성섬진강천문대 인근에 있는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강변을 달릴 수도 있다. 언덕길도 거의 없는 이 평평한 길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할 만큼 아름답다. 호곡나루터에는 강 양쪽을 줄로 연결해 손으로 줄을 끌어 배를 움직이는 '줄배'가 다니는 장소였으나, 지난해 8월 물난리 때 나룻배와 줄이 떠내려가 곧 복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스
: 전남 곡성버스터미널(또는 곡성역)→섬진강 기차마을→가정역→두가세월교→곡성섬진강천문대→호곡나루터→고달면소재지(21.2㎞). 전남 곡성군청 관광개발과(061-360-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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