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봄… 달빛따라 봄꽃향에 취해볼까
한국일보
창덕궁 매화밭 등 26일부터 공개… 4월부터 '야간 기행'도
고궁에 봄이 찾아왔다.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장 부지런한 것은 생강나무. 창경궁 통명전 뒤 생강나무들이 지난 주말 노란 꽃등을 환하게 켰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에 나오는 노랑 동백꽃이다. 잎과 줄기를 문지르면 상큼한 생강 냄새가 나는 이 나무는 열매 기름을 머리에 바르는 동백나무 기름 대신 써서 개동백, 또는 동백이라고도 불렀다. '봄봄'의 주인공은 점순이에 떠밀려 생강나무 아래 함께 쓰러지자 알싸한 향기에 정신이 아찔했다.
↑ 창경궁 통명전 뒤편에 19일 고궁의 봄을 알리는 첫 번째 전령인 생강나무 꽃이 만개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고궁은 꽃구경에 그만이다. 남해안에서 자라는 몇몇 수종을 제외하고는 한국 숲을 대표하는 나무 대부분이 고궁에 있기 때문이다. 생강나무를 시작으로 매화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순으로 꽃이 핀다. 창덕궁의 봄을 대표하는 낙선재 앞 매화밭은 26일부터 공개한다. 식목일 전후로는 개나리 진달래 산벚나무 꽃이 핀다. 고궁의 봄꽃 절정기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다. 모란과 철쭉이 흐드러지는 5월 하순이면 봄이 물러가기 시작한다. 고궁마다 언제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는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창덕궁 후원을 봄 밤 달빛 아래 산책할 수도 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창덕궁 달빛 기행'은 올해는 4~6월과 9, 10월 매달 보름을 전후해 총 18차례 잡혀 있다. 밤 8시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 진선문_인정전_낙선재_부용지_연경당을 지나 후원 숲길을 거닐고 전통 공연을 보는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홈페이지( www.chf.or.kr)에서 28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참가비는 3만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50~100인 단체 신청도 받는다. (02)3011_2158
조선 시대 문예부흥 군주인 정조가 왕실 싱크탱크인 규장각 각신들과 함께 꽃놀이를 한 곳도 창덕궁 후원이다. 창덕궁 후원 꽃구경을 두루마리에 기록한 '내원상화갱재축(內苑賞花賡載軸)'에 따르면 정조와 규장각 각신들의 창덕궁 후원 봄잔치는 다섯 번 있었다. 1792년 3월 21일(음력)에는 농산정에서 꽃구경을 하고 수택재에서 고기를 낚은 뒤 춘당대에서 활을 쏘면서 술과 음식을 나누고 시를 지었다. 1793년 3월 20일 모임은 창덕궁 후원 깊숙한 곳을 흐르는 옥류천에서 있었다. 맑은 물이 바위를 돌아 폭포처럼 떨어지게 길을 내고 그 물에 술잔을 띄워 술을 마시며 시를 읊었다. 현재 이 장소들은 매시 정각 해설사를 따라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제한관람 구역이다. 왕의 풍류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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