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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싶은풍경

[장성]붉었던 그 마음 내려놓고 가을 어디로 가시나

by 진 란 2010. 11. 4.

붉었던 그 마음 내려놓고 가을 어디로 가시나

아시아경제 | 조용준 | 입력 2010.11.04 10:30 | 누가 봤을까?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활활 불이 붙었다. 오색창연한 백제시대 고찰 처마 끝에도, 백암산(741m) 백화봉 바위와 파란하늘 담은 물빛에도 울긋불긋 단풍불이 내려앉았다. 세 살배기 손바닥만한 애기단풍잎에 감싸인 장성 백양사는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마지막 불꽃을 토해내고 있다.

노령산맥 끝자락에서 만산홍엽의 단풍을 뽐내는 곳이 전남 장성 백양사다. 11월초 금수강산 산하를 온통 붉은 빛으로 장식했던 단풍이 고개를 숙일때 백양사는 이제 선명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애기단풍의 속살을 드러낸다.

 

산바람에 툭툭 떨어져 오솔길과 연못을 붉게 물들이는 백양사 애기단풍을 찾아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단풍터널이 반기는 장성호를 지나자 마음이 바빠진다. 가을빛에 잠긴 산길 계곡을 따라 오른다. 계곡에 비친 물빛과 나들객의 얼굴도 홍조를 띤다.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산책로는 단풍나무들이 좌우로 늘어서 호위를 한다.

눈이 아릿한 시뻘건 단풍터널은 노송 가지 가로로 누운 일주문을 지나자 '악'소리가 나는 풍경과 만난다. 단풍구름에 둘러싸인 백양사 쌍계루와 연못이다. 백양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관광엽서의 단골촬영지다.

한여름 흘러넘칠 때는 몰랐는데 물이 줄어든 지금 계곡을 둑으로 막아 만든 연못이다.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 안에 가을을 담으려는 사람들,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는 연인들, 연못 징검다리를 오가는 것이 마냥 즐거운 아이들, 모두 쌍계루의 단풍을 만끽하려는 풍경들이다.

징검다리에 섰다. 쌍계루를 중심으로 기암절봉과 단풍이 어우러진 백화봉(학바위)이 장엄하게 서 있다. 좌우로는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날개처럼 펼쳐진 위에 거울처럼 고스란히 비춰내는 옥빛 연못이 합쳐진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옛날 백양사를 찾은 포은 정몽주는 '지금 백양승을 만나니/시를 쓰라 청하는데/붓을 잡고 생각하니/재주없음이 부끄럽구나ㆍㆍㆍ./라며 백양사 일대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못함을 아쉬워 했다고 한다.

 

사바사계와 불법의 세계를 이어주는 상계루 옆 홍교를 건너면 경내다. 사천왕상 버티고 있는 금강문 안으로 단풍잎 곱게 물든 산을 배경으로 대웅전 등 당우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에 '백암사'라는 이름으로 초창됐다. 그 후 '정토사'로 불리기도 했으며 조선 숙종때에 이르러 한 스님이 법회를 열때 산에서 백양이 내려와 설법을 들었다고해서 '백양사'라는 이름을 불리게 되었다.

1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고찰답게 백양사 경내 곳곳에서는 감히 범접하지 못할 기운이 흐르고 있다. 특히 절집 뒷편의 학바위는 장관 그 자체다.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모습의 이 바위는 육당 최남선이 일찍히 "흰 맛, 날카로운 맛, 신령스런 맛이 있다"고 칭송했을 정도다.

 

백양사에는 전국에서 단풍나무 종류가 가장 많다. 당단풍, 좁은단풍, 털참단풍, 네군도단풍 등 모두 13종의 단풍나무가 섞여 있으며 내장단풍이란 고유종도 있다.

인공미가 가미되지 않은 이곳의 자생 단풍은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일명 '애기단풍'이다. 어른 엄지손톱에서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단풍잎은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있다.

촘촘한 애기단풍의 오색빛깔은 잎사귀를 떨군 채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감과 어우러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양사의 가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벼운(?) 산행을 해보자. 절집에서 30여분 거리인 약사암 숲길은 단풍나무, 갈참나무, 비자나무가 울창하다. 특히 비자나무는 300~7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무들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약사암에 오르면 백양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주변 산 전체를 오색으로 물들인 단풍과 함께 멋진 풍경을 그려내다.

산행이 조금 아쉽다면 내처 영천굴, 백학봉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길은 다소 가파르지만 나무 계단 등으로 잘 정비돼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를 만하다. 왼쪽으로 깎아지른 학바위를 끼고 오른다. 왕복2시간이면 된다.

지는 가을이 아쉬워 단풍 숲길 한 번 거닐고 싶은 이들은 앞뒤 재지 말고 차를 몰아 장성 백양사까지 대차게 밟아 볼 일이다.

장성=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선을 타고 가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호남고속도로 갈아타 백양사나들목을 나온다. 1번국도를 이용해 곰재를 넘어 장성호를 지나 백양사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비가 부담되면 거리는 조금 늘어나지만 회덕분기점에서 바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된다.)

 

△볼거리=
백양사단풍은 이번주말부터 10일사이면 절정에 이른다. 오는 5일(금)~7일(일) 3일간 백양사일대에서 단풍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각지에서 몰린 단풍객들과 차량들로 북적인다.
백양사인근에 사계절 강태공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장성호가 있고 홍길동의 생가와 홍길동테마파크, 축령산의 편백나무 등도 찾아볼 만하다.

△먹거리=
식당을 연지 60년이 넘은 '장삼식당(061-393-2003)은 비빔밥과 추어탕이 일품이다. 직접 담근 간장으로 맛을 낸 나물과 육회가 쌀밥에 소복히 담겨나온다. 추어탕은 뚝배기에 시래기를 넣고 질척하게 끓여낸다. 백양사 입구에도 산채비빔밥을 내놓는 집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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