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종초(니겔라)--정가네님
쉬땅나무--어화둥둥님
바람꽃--민들레님
수련--주이님
좀작살나무--어진내님
배롱나무--별꽃
인도네시아망초--물망초님
백일홍--디비디비님
참외꽃--작은나무님
루드베키아--놀부영감님
구름떡쑥--청로님
돌양지꽃--까비님
산앵도나무--늘봄님
금꿩의다리--비단옷님
제비동자꽃--모데미님
하늘나리--솜-다리님
낭아초--초아님
꽃댕강나무--젬마님
하늘타리--사랑초님
개암나무--명덕님
꽃개회나무--가을날님
물참대--아마릴리스님
담쟁이덩굴--라이백님
문주란--들꽃지기님
헬리오트로프트--도요새님
가시연꽃--우포님
금불초--이누스님
도라지--좋은생각님
순비기나무--파란하늘꿈님
덩굴별꽃--포근이님
풍접초--풍접초님
부레옥잠--히든카드님
계요등--아델님
흰배롱나무--벌깨덩굴님
맥문동--붉은인동님
물질경이--얼음새꽃님
해오라비난--해오라비님
구름패랭이꽃--愛美님
땅나리--꽃내님
가죽나무 열매--까치밥님
솔나리--운곡야화님
큰제비고깔--운곡야화님]
노랑어리연--플레이아데스님
분홍때죽나무--꽃창포님
자귀나무--여행나라님
미모사--산야님
병아리난초--황소님
접시꽃--물레방아님
목향--달희님
수국--가을정원님
겹왕원추리--산야로님
일본조팝나무--린네아님
술패랭이--바람바람님
까치수염--사랑나무님
땅채송화--비바리님
더덕--흐르는별님
층층잔대--키바님
가침박달--kplant1님
쐐기풀--왜요?님
땅나리--가침박달님
좁쌀풀--초록길님
산세베리아--백설공주님
뻐꾹나리--네모님
홍연--사인님
며느리밥풀--산으로님
연꽃--얼구절구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뭍에 사는 사룡이라
는 남자로 여인과 사랑하는 사이였고, 또 다른 하나는 섬에 사는 이무기였습니다. 한 여인을 두
고 사랑을 얻기 위하여 사룡과 이무기는 싸움을 벌입니다. 싸움에 나서면서 여인에게 사룡은 '이
기면 흰 깃발을 뱃전에 달고, 지면 붉은 깃발을 달고 오겠다.'라고 했습니다.
그 날 부터 여인은 바닷가 높은 절벽 위에 나가 사룡이 흰 깃발을 들고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
다. 며칠 뒤 사룡의 배가 수평선에 나타나고 뱃전에는 핏빛 같은 시뻘건 깃발이 나부꼈습니다.
희망을 잃은 여인은 그대로 절벽 아래 깊은 바다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깃발이 붉은 것은 사룡
의 칼에 맞아 죽은 이무기의 피가 깃발에 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룡은 여인을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두었는데 그 무덤에서 이듬해 곱고 매끄러운 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습니다."
뜨거운 한여름 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목백일홍, 즉 배롱나무에 얽힌 전설입니다.
진초록 나무 가지 끝이 옅어지면서 진분홍 꽃송이가 솟으면 칠월입니다.
배롱나무가 드디어 몸단장을 마치고 기나긴 여름 나들이를 나온 것입니다. 모든 꽃은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라지만, 지치지도 않고 연이어 백일을 피워내는 꽃도 있습니다. 백일은 한없이 이
어지는 무한한 날을 이르는 말이지요. 그러니 언제나 사랑으로 붉디붉은 꽃, 보이거나 혹 보이지
않거나 끝없이 타오르는 '꽃불'이며, '화엄'입니다.
배롱나무의 꽃말은 '향수'라고 하지만, '정열'이란 꽃말이 더 어울리는 나무입니다.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38세에 죽은 성삼문이 지은 <백일홍>이란 시가 있습니다.
作夕一花衰 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今朝一花開 오늘 아침에 한 송이 피어서
相看一百日 서로 일백 일을 바라보니
對爾好銜杯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 하리라
일생을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염천에도 쉬지 않고 석 달 열흘 꽃을 피우는 배롱나
무를 보면서 성삼문은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배롱나무는 꽃도 아름답지만 갈색과 흰 얼룩무늬가 번진 줄기도 아름답습니다. 줄기 표면이 간지
럼을 잘 타는 여인의 피부처럼 매끄러워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원숭이조차도 미끄러지는 나무라 해서 '사루스베리(猿滑)'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는 '자
미화(姿薇花)'라고 부릅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처음 들어올 때는 연보라색 꽃이 많았던 모양입
니다.
배롱나무꽃은 가지마다 고깔모양의 꽃차례를 이루며 뭉쳐서 피어납니다. 콩알만 한 꽃봉오리에서
6 ~ 7장의 꽃받침이 갈라지며, 긴 꽃자루 끝에 6 ~ 7장의 화려한 프릴 모양으로 꽃잎이 피어납니
다. 수술은 40개 까지 달리며 가장자리의 6개가 유난히 깁니다.
잘 자란 배롱나무는 아름다운 정자나 산사의 뜰에 많습니다. 특히 담양 명옥헌의 오래 된 배롱나
무는 유명합니다. 선경은 복숭아나무뿐 아니라 배롱나무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자미화'라 부르
는 '자미'는 도교 선계의 하나인 '자미탄'과 관련이 있습니다. 수백년 된 자미화, 즉 배롱나무가
풍성한 명옥헌은 보는 것만으로도 속세를 벗어난 선계요, 무릉도원입니다.
선비들이 학문을 연마하거나, 스님들이 산사에서 석 달 간의 하안거 수행 동안 화사한 배롱나무
품에 기대어 잠시나마 쉬고 싶은 마음으로 배롱나무를 심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원 선국사에 가보셨나요?
몇 년 전 강추위로 새빨갛게 언 볼을 감싸며 선국사를 쉬엄쉬엄 올라갔습니다.
선국사에 오르기 전 뱀이 또아리를 튼 듯 한 교룡산성이 나옵니다. 돌로 쌓은 홍예문 옆에 '김개
남 동학 농민군 주둔지'라는 초라한 나무 팻말이 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동학에 입도하여 '사람이 곧 하늘'임을 부르짖다가 장렬하게 죽은 동학의 수장, 김개남은 아르헨
티나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닮았습니다. 원대한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으나
그의 붉은 넋은 정열의 배롱나무로 태어났지 싶습니다.
배롱나무 곁을 지나면 그들의 피끓는 사랑이 느껴집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혁명도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피를 뿌리며 기어이 도달하려는 드높은 경지입니다.
선국사 대웅전 앞에는 햇볕에 단단하게 그을린 칠층석탑과 사방으로 온통 구불구불하게 굽은 배롱
나무 한 그루가 서있습니다. 석탑은 몹시 야위었지만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굳은 결
기가 엿보이고, 배롱나무는 수많은 가지를 뻗어서 석탑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길 없는 극진한 사랑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아마도 지금쯤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테니 탑은 배롱나무 가슴에 푹 파묻혀 있을 것 같
습니다. 석탑과 배롱나무 사이에는 하늘바람을 타고 진분홍 꽃비가 일백일 동안 내릴 겁니다.
이승을 떠날 때 까지 석탑과 배롱나무가 그렇게 마주보며 곱게 늙어가기를 빌었습니다.
우리들 사랑도 그렇게 되기를 또한 빌어 봅니다.
참고 견디어 내는 타오름달 팔월입니다.
팔월에도 배롱나무 같은 붉은 마음으로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2009년 팔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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