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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장흥의 억불산 편백숲과 물축제

by 진 란 2009. 7. 26.

[한겨레] [매거진 esc] 정남진 장흥의 억불산 편백숲과 물축제, 그리고 개매기 체험

전남 장흥. 가을 천관산 갈대숲과 한겨울의 별미 매생이, 그리고 이청준·한승원의 고향 등으로 알려진 바닷가 동네다. 장흥은 경기도에도 있다. 경기도 장흥과 구별하기 위해 이곳에선 '정남진'이란 단어를 앞에 붙인다. 강릉의 정동진이 있다면, 서울에서 정남향 끝인 장흥에 정남진이 있다. '정남진 장흥'의 여름 여행 테마는 숲과 물 그리고 가족 체험이다. 억불산 자락 울창한 편백숲, 대나무숲과 배롱나무(나무백일홍)로 둘러싸인 연못이 눈부신 농촌체험마을 평화리(상선약수마을), 그리고 물세례를 받으며 물장난·물공부를 곁들일 수 있는 '장흥 물축제'다.

물 만난 편백숲, 편백향 흐르는 탐진강

먼저 억불산 자락으로 간다. 장흥읍 동남쪽에 솟은 해발 518m의 억불산은 장흥읍에서 가까운데다 산세가 아름다워 주민들에게 주말 산행지로 사랑받는 산이다. 수없이 많은 부처를 뜻한다는 억불산(億佛山)에 대해 요즘 장흥 주민들은 우스갯소리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1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산'이란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이, 산자락 주변에 전국에 내세울 만한 빼어난 볼거리·즐길거리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봄이면 진달래·철쭉이 만발해 전국에서 산행객들이 몰려온다. 빼어난 산림욕장과 천문과학관이 있고 고색창연한 고택마을도 있다.

그리고 이 산 북쪽 자락엔 편백나무·삼나무 빽빽이 우거진 20만평에 이르는 조림숲이 있다. 40여년 전 한 조림가가 심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자라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피톤치드에 흠뻑 젖어 쉴 공간을 열어준다. 이 편백숲에 올해 대규모 숲체험 시설이 들어섰다. '우드랜드'라 이름 붙인 일종의 휴양림이다. 일반 휴양림과 다른 점이 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체험장이 곁들여진다는 점이다. 13만2천㎡(약 4만평)의 편백숲 안에 숲치유 체험장·목재전시장·목공예 체험장 등 체험시설과 12채의 황토한옥·통나무집·황토흙집을 지었다. 편백나무숲 사이로 톱밥을 깐 산책로를 내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편백노천탕도 만들었다.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오르자, 장맛비가 쏟아져 촉촉해진 숲길엔 물안개와 편백향만이 가득하다. 편백노천탕 옆에 '편백톱밥 찜질방' 간판을 단 흙벽집이 눈에 띈다. 안에는 톱밥이 가득 들어차 있고 한옆엔 탈의실·샤워실도 갖췄다. 장흥군청 환경산림과 문재춘 과장이 말했다. "톱밥과 쌀겨효소를 이용해 열을 가하지 않고도 톱밥을 덮고 온열욕을 즐기는 찜질방입니다.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열을 이용한 찜질로 혈액순환 촉진·피부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효소를 이용하면 열을 가하지 않고도 60도 가까운 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편백톱밥 찜질방은 이번 장흥 물축제(7월29일~8월2일) 기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억불산 서쪽 자락은 대나무숲과 울창한 편백림, 참나무류 활엽수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모두 7㎞에 이르는 세 코스의 산림욕 산책로와 통나무데크·자연학습장·체육시설 등을 갖췄다. 산림욕장 옆 마을 평화리는 배롱나무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연못을 자랑하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오래된 약수터가 있어 '상선약수마을'로 불린다.

이 마을에 180년 유래를 가진 아름다운 연못과 150년 전에 지어진 '일(一)자형' 고택 '고영완 가옥'이 있다. 연못은 40여그루의 배롱나무가 둘러싸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구불구불한 배롱나무 가지들은 이제 막 붉은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연못 한가운데 노송 몇 그루가 솟은 작은 동산을 갖춘 이 연못 이름은 소나무와 백일홍 그리고 물을 뜻하는 송백정(松百井)이다. 독립운동가로 제2대, 5대 국회의원이었던 고영완씨의 고조부가 조성한 연못이다.

이곳 배롱나무들은 각각 흰색·보라색·주황색·빨간색 4색의 꽃을 피운다. 이 마을 농촌체험 사무장 고병설씨는 "나뭇가지가 저렇게 꼬인 나무는 주황과 빨간색 꽃을, 곧은 나뭇가지의 나무는 흰색·보라색 꽃을 피운다"며 "7~8월 꽃이 만발하면 떨어진 4색의 꽃잎들로 연못이 그림처럼 변한다"고 말했다.

연못 옆 어둑한 숲길 안에 고영완 가옥이 있다. 아름드리 활엽수 고목들과 빽빽한 대숲, 돌계단이 이어진 고택 들머리 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두 나무가 아랫도리를 맞대고 '관계를 갖는' 듯한 모습의 나무도 보인다.

고영완씨는 집 주변에 자라고 있는 나뭇가지 하나에도 손을 못 대게 했다고 한다. 이분의 고집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고택 주변이 마치 원시림과도 같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고택 보존하고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서툴게 손댈까 겁나는 숲이다. 평화리 체험마을에선 야생녹차체험·죽마타기·활쏘기·가재잡기·두부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이뤄진다. 이 마을엔 오래된 우물 8개가 남아 있고, 이 중 세 곳은 지금도 식수로 쓰인다.

마을 어귀 저수지 옆엔 장흥의 야생차를 이용해 옛 전통떡차의 하나인 청태전을 복원해낸 김수희씨가 운영하는 평화다원이 있다. 차를 마시며 김씨와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반 고기반' 개매기 체험에 감성돔 손맛까지

장흥읍내를 관통하는 강이 탐진강이다. 7월29일~8월2일 탐진강 및 장흥댐 생태공원 일대에서, 물과 관련한 모든 것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제2회 대한민국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벌어진다. 장흥댐의 차가운 심층수(10~15도)를 흘려보내 만든 강수욕장이 운영되고, 뗏목타기·줄배타기·물축구대회·생약초체험·목공예체험·물고기잡기·비치발리볼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며느리바위에 얽힌 전설이 전하는 억불산의 우드랜드에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참가하는 '전국 고부 사랑 등반대회'가 열린다. 방문객들도 시어머니·며느리 사이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대덕읍 신리 바닷가에선 전통 고기잡이의 방식인 개매기를 체험할 수 있다. 간만의 차를 이용해 갯벌의 만에 4㎞에 이르는 대나무 발과 그물을 쳐놓고 고기를 가둬 고기를 잡는다. 숭어·장어 등을 맨손으로도 잡고 족대로도 잡고 어망으로도 잡는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이 행사는 올여름엔 8월8일과 22일 각각 오후 3시~6시 두 차례 진행된다. 1인 5천원.

바다낚시 '꾼'이라면 회진면 대리 '정남진 해양낚시공원'으로 가볼 만하다. 바다 쪽에 부잔교(뜬다리)식 대규모 바다낚시터를 만들어 놓았다. 요즘 굵직한 감성돔의 손맛이 좋다. 당일 이용료 어른 2만원, 청소년 1만원에 입장료 2천원. 해상콘도식 낚시터도 있다.(공휴일 기준 4인 12만원) 낚싯대는 빌려주지 않는다.

장흥 여행쪽지
군수가 반겨주는 토요 풍물시장


◎ 중부권에서 호남고속도로 타고 광주 지나 동광주나들목에서 나가 외곽순환로 타고 가다 29번 국도 타고 화순으로 간다.

화순읍 지나 이양면에서 장평 쪽으로 우회전, 장평·유치 쪽으로 가다 유치 쪽으로 우회전해 가면 유치에서 장흥댐 쪽으로 내려가는 23번 국도를 만난다. 댐 들머리 지나 직진하면 장흥 읍내에 이른다.

◎ 읍내에 된장물회를 잘하는 싱싱회마을(061-863-8555), 메기탕과 생고기를 내는 신토불이(061-863-6370), 한우물회와 매생이국을 잘하는 토요시장 안 명희네음식점(061-862-3369) 등이 있다.

◎ 읍내 탐진강변 토요 풍물시장은 다채로운 행사를 곁들여 매주 토요일 여는 풍물시장이다.

장흥 특산물이 다 모여들어 축제처럼 장터가 벌어진다. 토요일이면 장흥 군수도, 장꾼도, 관광객도 한데 어울려 풍물놀이·품바공연을 즐기고 장흥 한우도 사서 구워 먹는다.

◎ 억불산 우드랜드 문의 장흥군청 환경산림과 (061)860-0424, 평화리(상선약수마을) 체험 문의 고병설씨 010-5625-3446, 관광 문의 문화관광과 (061)860-0224.

장흥=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