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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블로그,블로그

by 진 란 2009. 4. 15.

 

 

 

 

 

 

 

 

 

블로그의 10가지 바보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고 반응하는 건 자유다.

그런데 그 자유란 세상에 허용된 다른 모든 자유와 마찬가지로
상식과 원칙같은 것이 있다.

금 그어놓고 요 안에서만 놀아라,하는 게 무슨 자유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어떤 자유든 다 곰곰히 따져보면 일정한 제약들이 있다.

그 제약들 중 가장 큰 것은 자신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해치거나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블로그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자유의 원칙을 잘 안지키는 분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나는 바보라 부른다.
어느 한 구석의 '무지'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자주 나도 그 바보에 속하긴 하지만.^^

첫째,
글을 읽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성내는 사람.
'나는 축구가 싫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흥분부터 하는 축구광.
제목은 내용의 요약이 아니라, eye-catcher(독자의
눈을 붙잡는 기능)도 된다는 사실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다.

둘째,
긴글을 썼다고 불평하는 사람.
물론 인터넷이란 문화가 길고 지루함을 용납하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긴 글에는 긴 글의 효용과 매력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안 읽으면 될 일을,
심각하게 훈계하고 나서는 까닭은 뭘까?

세째,
글을 자기 마음대로 오해하고 화내는 사람.
'우울에 대하여'라는 글을 썼는데,
당신 요즘 뭐 안풀리는 일 있소?하고
물어보는 사람은 그래도 애교있다.
어떤 사람은 분명 취중인 듯한 언사로
당신 입만 살아있는 거 보니까
잠자리 문제 있지?라고 따진다.

네째,
뭐 이따위 '기사'가 다 있느냐고 거품무는 사람.
이 사람은 우선 블로그가 뭔지 모른다.
시를 써놨는데 '이따위 기사가 다 있느냐'고
말하면 참 난감하다.
나는 그 사람의 댓글 밑에 조용히 썼다가 지운다.
'바~부~'

다섯째,
전혀 상관없는 자기 얘기 늘어놓는 사람.
나름대로 인상 쓰면서 세상 돌아가는 거
글러먹었다고 한참 얘기한 글 밑에다,
자기 남편의 빤스가 출근 때 뒤집혔던 걸 기억하는데
퇴근 때 바로잡힌 현상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써놨다.

여섯째,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욕과 침이 튀는 사람.
노빠가 어떻고 당나라당이 어떻고
남이 떠들면 알바, 균형을 잡는다고 애쓰면
기회주의자, 어떤 정파든 옳은 건 써야지 라고 말하면
당장 찌라시라는 호칭이 날아온다.
답변을 쓰면 "찌라시들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라고
윽박지른다.
지역색은 늘 원색으로 칠해지고
본론은 늘 하얗게 실종된다.
그 수많은 댓글들은 한 사회의 짜증지수처럼
느껴진다. 바부. 그러면 그럴 수록 더 공허하지.
근데 내 글을 읽긴 읽은 거야?

일곱째,
자기한테 연애거는 줄 아는 사람.
세상의 체온을 좀 높이겠답시고
그윽한 글을 쓰면, 이건 분명 내 얘기야,
어머, 이 사람이 내 얼굴도 모르면서,
날 좋아하나봐, 어떻게 알았지? 내가 엄청난
미모라는 걸? 뭐 이런 식으로 슬슬 오해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딱 맞고 정신이 딱 붙고 영혼이 딱 통한다고
딱풀처럼 믿어버리는 사람. 그런 뒤엔
그런 글이 안 이어지면 '무정한' 사람이 되고
'변심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독법을 가진 사람.
그런 분노가 지나쳐 욕지기 댓글로
승부거는 사람. 자기, 미안해. 바부탱이.

여덟째,
자기가 글을 읽어 즐기는 게
아니라 남의 발자국과 소음을 즐기는 사람.
댓글이 들끓으면 와서 내용없는 소리를 보태야
자기도 '반열'에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
글은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인기블로그'란 수식어에 이미 감동해서
하염없는 존경을 내보내는 사람.

아홉째,
블로그의 글들을
다른 뉘앙스로 파악하는 사람.
새벽에 올린 글이 많으면 이 사람 새벽 잠이
없구나. 근무 시간에 올렸으면 오홍, 이 자가
땡땡이를 치는구나. 혹은 요즘 연애 글이 많단 말야?
혹시 바람난 거 아냐? 내 예감은 못 속여.
난 그런 데에 용한 사람이란 말야. 뭐 이런 거.
혹은 글 이거 혹시 딴데서 표절해오는 거 아냐?
이렇게 많이 올리다니, 문집 베끼고 있는 거 아냐?하는
엉터리 수사반장들.

열번째,
블로그 비교하면서 훈계하는 사람.
"빈섬 블로그에는 말만 많고 내용은 없어요.
저쪽에 개똥이나 말똥 블로그는
얼마나 학구적이고 진지하고 좋은데..."라고
적어놓고 가는 사람.
듣는 '빈섬 블로그' 열받으면
지구 온난화만 심해지지
자신에게 좋을 게 뭐라고.
그럴 땐 속삭여준다.
"바붕~ 니 꿈꿔. 안녕"

 


블로그의 10가지 원칙

 

수고하는 일이고 그것이 매일매일 계속되는 일이라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정신을 가꾸는 일이어야 할 텐데 이 블로그 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혼을 황폐하게 하고 부질없는 욕심에 눈멀게  되는 기분입니다. 중독처럼 생겨난 관성이 일상을 지배해버리는 듯 합니다.

 

이제라도 마음 좀 가다듬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 속에 '블로그 원칙'을 심습니다.


1

 

블로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
처음 시작할 때처럼 다시 거리를 두며
'블로그'를 헐겁게 쥐자. 블로그가 일상이 아니라
일상 속의 일부분이도록, 알맞은 자리에 이 대상을 다시 갖다 두자.
순간순간 멈추고, 쉬어라. 블로그의 기본은 마음 정리와 휴식이다.

2

 

블로그를 위한 블로그를 하지마라.
이 사이버 공간 속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를 위한 블로그를 하라.
블로그 속의 갈채나 소음들에 신경쓰지 말고
내 삶을 경작하는 작은 텃밭으로 블로그를 일구라.

3

 

내게 블로그는 독서와 생각들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이 하얀 모니터의 광선들이 야기하는 '영혼의 안구건조증을'
늘 상기해야 한다. 사유를 말려죽이는 '온라인 놀이'는 인성을
피폐하게 한다. 블로그는 한 개인이 가지는 가식없는 태도이며
사회를 향한 의미있는 입장이며 공감을 바탕으로 한 힘이어야 한다.

4

 

블로그는 즐거움이어야 한다.
즐겁지 않은 블로깅은 미친 짓이다.
즐거움을 만들어내지 않고 괴롭고 답답하고 쓸쓸한
생각만을 늘리는 블로깅은 헛수고이다. 그 즐거움은 타인에게서
구할 것이 아니라, 내부의 자기진작과 자기완성에서
생겨나는 것이어야 한다.

5

 

블로그 글쓰기는 심심풀이 독자서비스가 아니다.
독자와의 깊이있는 소통을 향한 욕망이어야 한다.
글쓰기는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기에 앞서
자기와의 대화이어야 한다. 네 글쓰기의 취지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라. 성찰도 고집도 없는 무뇌아적인 글쓰기는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6

 

블로그는 공부하는 하나의 장(場)이어야 한다.
신문을 읽는 일, 편집을 하는 일, 세상을 바라보는 일, 사람에 대한 관점들,
문제를 인식하는 틀의 분석들, 시적인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을
깊이있는 울림으로 메모해나가는 일들. 그게 블로그에서
충만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집어치우는 게 낫다.

7

 

블로그는 민주주의적 평화이어야 한다.
타인에 대한 따뜻한 생각들이 깊어지고,
자기와의 불화에서 화해하는 아늑한 마당이어야 한다.
이 인터넷 공론장은 상처를 치유하고 분쟁을 타결하는데 쓰여야 한다.
블로그는 평화주의다. 타인의 삶과 그의 인격을 배려하고 아끼는
'좋은 마음'들의 결집이어야 한다. 블로깅하는 마음을 늘 점검하고
온기를 높여야 한다. 블로그를 로그아웃할 때 늘 자기체온을 재라.

8

 

블로그 교유는 품격과 향기가 있어야 한다.
소통과 사귐은 미덕(美德)의 오고감이어야 한다.
그저 무익한 헛소리들을 늘어뜨려
삶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정신의 익우(益友)를 가려
은은하게 교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서로의 글을 알아보고 그
영혼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사귐이어야 한다.
책에서 만나는 옛사람들과의 소통처럼, 문자향으로 감화받고
따뜻한 공감들로 한 시대의 도반(道伴)이 되는 지란지교여야 한다.

9

 

블로그에서 춤추는 입을 단속하라.
블로그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세상이 바뀌어가는 와중에
홀연히 생긴 이 마당에 지나치게 자기투사를 하지는 마라.
나날이 진행되는 자기발언의 혀를 점검하고 그 '오버'를 붙드는데
공력을 기울이라. 그것을 수행처로 삼아라. 절제와 자제,
그리고 겸허의 공부처로 삼아라.

10

 

그러나 블로그에서 하나의 희망을 가져라.
마음 속에서 잉걸불로 타오르는 문명의 전망을 가져라.
낮은 곳에서 생각을 시작하되, 높은 곳까지 생각을 밀어올리는
꿈의 전진을 담아내라. 이 일이 비록 허깨비의 춤일지라도
그 안에서 어떤 완성된 무엇을 기하라. 그 고결한 정점이
다른 문명의 토양이 될 것임을 깊이 믿어라.


열 가지 원칙들은 항목을 나눠놨으나 행간을 살피면
같은 말들의 동어반복이라 할 만합니다. 귀결되는 한 가지 취지를,
이런 시 한 편으로 울림있게 풀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빈섬.

 

어느 해 늦가을
청담동 어디쯤의
변두리 여관방에 홀로 엎드려
명천 선생 보내주신
산문집 한 권을 읽고 또 읽었지요
창문 하얗게 밝아올 무렵
아, 여기는 서울이고
가까운 잣실엔
선생님 사시는구나 생각하며
잠 속으로 까무룩 잦아들었습니다


               고증식의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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