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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문화예술인들 ‘인도를 생각하는 모임’ 결성

by 진 란 2009. 2. 3.

문화예술인들 ‘인도를 생각하는 모임’ 결성
[경향신문 2006-04-24 18:09]    
지난 21일밤 서울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작가들이 ‘인도를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했다. 윗쪽 흰옷 입은 이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송기원·함성호·정무진·차창룡·최병각·레베카김·최창근씨. 사진/이용한

“(인도에) 최소한 한 달쯤 갑시다.”

은퇴자나 젊은 배낭족도 아닌 30~50대가 외국에 한 달 이상 머물자고 작당한다면 그들은 일종의 ‘자유인’들일 테다. 지난 21일밤 서울 인사동의 한 술집. 10여명 작가들이 ‘인도를 생각하는 모임’(이하 ‘인생모’)을 만들었다.

인생모는 송기원(소설가)·정무진(‘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의 저자)·최성각(소설가)씨를 고문으로 추대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박범신 최승호 홍신자씨 등도 고문 물망에 올랐다. 회장·총무 등은 시인 김경주 김해자 윤석정 이용한 차창룡 함성호씨, 소설가 김이정 부회령 손홍규 이화경씨, 평론가 레베카김, 극작가 최창근씨 등 젊은 작가들이 ‘알아서’ 뽑기로 했다.

이들이 인도에 머물렀던 평균 기간은 1년쯤. 정무진 한인교류회 상임이사는 1990년부터 3,000달러로 4년간 인도에서 살다 온 ‘강적’이다. 그런가 하면 김경주 시인은 1년을 작정하고 떠났다가 3개월 만에 귀국한 불운의 사나이다. 김시인은 “4년 전 ‘괴질’(말라리아)에 걸려 14㎏이 빠졌는데 아직도 체중이 마찬가지”라면서 “그래도 인도에서 얻어온 게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인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혼의 여행지’. 참석자들은 인도를 “도망다닐수록 점점 빠져들게 하는 나라”(정무진) “갈 때마다 다시는 안 오리라고 다짐했다가도 또 가게 되는 나라”(최성각)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송기원씨는 현재 천안에 있는 13평짜리 원룸식 영구 임대아파트를 작업실로 쓴다고 밝혔다. 하천 부지 100평쯤에 감자·옥수수 등속을 심었다. “이웃들과 먹을 것 나눠먹고 하는 재미가 참 천국 같다”고 말했다. 땔감은 산에서 큰 나무들 사이에서 죽어버린 나무를 주워온다고 했다.

그러자 최성각씨는 땔감을 “산길에서 주워온다”고 화답했다.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2004년 춘천에 나무로 지은 생명연구소 건물에서 살고 있다”면서 “이웃들이 ‘꽃은 심는 것이고 작물은 놓는 것’이라 하던데, 지난해부터 감자를 놓고 있다”고 했다.

이날 결정된 것은 모임 이름, 월1회 인도 관련 세미나 개최, 그리고 비공개카페 운영 등이었다. “공개된 홈페이지는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싸워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실질적인 모임이 되려면 일단 비공개가 맞다”(최성각) “홈페이지를 운영하면 황당한 일을 많이 겪게 된다”(정무진)는 의견이 동의를 얻었다. 인도는 무소유와 탐욕, 매혹과 절망이 극단적 형태로 공존하는 나라. 아무래도 모임의 성격·내실을 다져야 세상과 교류할 수 있다는 생각인 듯했다. 모임 이름으로는 ‘인도교(人道橋)’(함성호) 등이 나왔으나 ‘인도교(印度敎)’로 들린다며 ‘기각’됐다.

인도 여성들이 연료로 쓸 말린 쇠똥을 대야에 수북이 담아 이고 가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임 취지에 대해 정무진씨는 “‘브릭스(BRICs)’나 ‘친디아’라는 말처럼 지구촌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 확대는 예견된 일”이라면서 “본격적인 한·인교류를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창룡 시인은 “한·인 예술인교류의 창구로 가는 게 합당한 것 같다”면서 “인도에 대해 알아야 교류도 가능한 것이므로 당분간 공부하는 모임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공식모임은 안주값이 시중의 30%선(예를 들어 계란말이 2,000원)인 종로3가의 한 술집으로 이어졌고, 일부 젊은 작가들은 자정 넘어 3차를 떠났다. 한편 아시아지역 문화·문화인 교류를 위한 모임으로는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이 가장 튼실하고, 최근 결성된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등이 있다.

〈김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