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 열정"이라는 말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럴 모르며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글:이병률산문집 1994-2005TRAVEL NOTES<끌림> , 랜덤하우스
사진:바람재 들꽃 어화둥둥님의 사진 빌려옴.
editer:JR묘묘
출처 :바람재 들꽃 원문보기 글쓴이 : 어화둥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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