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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사의 찬미’로 애잔함 부른 도나우 강

by 진 란 2008. 7. 10.

‘사의 찬미’로 애잔함 부른 도나우 강

  ‘뇌리에 지워지지 않은 불가리아’(하나) ~  발칸반도 6개국 여행                                                           (2008년 3월 28일 ~ 29일)

                                  

 

해바라기 꽃 들판 환상에 젖어

 

아쉬움을 간직한 채 28일 오전 8시 부카레스트를 뒤로하고 불가리아로 향한다.

지난밤 푹 잔 덕에 컨디션도 괜찮은 편.

시차도 어느 정도 적응돼가는 느낌이다.

왕복2차선 국도를 타고 국경을 달린다.

남쪽을 향하여.

부카레스트 교외로 빠지자 들판엔 비닐하우스가 이어졌고, 연록과 초록으로 봄기운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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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카레스트에서 불가리아를 향해 2차선 도로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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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카레스트 교외에 이르자 비닐하우스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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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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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보비차 강이 부카레스트를 따라 흐르지만 물길이 말랐다.)

 

도나우 강의 지류인 담보비차 강이 부카레스트를 따라 흐르지만 물길이 말랐다.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수도인 이 도시 시내에 운하로 물길을 튼 이유를 어름푸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45분쯤 지나자 한 도시가 나타난다.

7 ~ 8층짜리 아파트가 줄지었다.

아파트 정원엔 갖가지 봄꽃들이 반긴다.

늦은 출근시간이라선지 거리엔 행인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버스와 트롤리버스(공중에 떠있는 전기선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승용차만 바삐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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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모르는 어느 도시의 아침 나절 모습. 아파트 정원엔 봄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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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시간대가 조금 지났지만 도로엔 통행인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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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주택에도 이른 봄꽃이 만개했다.)

 

이 도시를 벗어나자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이 나타난다.

밀이 파랗게 돋아 나풀거렸고, 땅만 갈아 뒤엎어놓은 빈 밭이 뒤섞여있다.

빈 땅엔 옥수수와 해바라기를 심을 것이다.

7~8월이면 이곳은 노랑 해바라기 꽃이 장관을 이루겠지?

한 시간이상 이런 들판이 이어진다.

참 부럽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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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는 이런 대평원이 이어진다. 7 ~ 8월이면 이 평원엔 노랑 해바라기 꽃으로 넘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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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마을이 드문드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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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이 파랗게 자랐다.)

 

우리의 산야지대가 이 같은 너른 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띄엄띄엄 빨간색 지붕을 인 농가와 마을이 보이기도 한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두 시간이 지나면서 도나우 강 건너 멀리 불가리아 출입국사무소가 눈에 들어온다.

도나우 강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국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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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경지대 부근에 있는 한 공장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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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강가엔 포플러와 버드나무가 벌써 푸름으로 가득 찼다.

‘도나우 강’, 우아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요한 슈트라우스 작곡)만은 아니다.

강물이 그리 맑지 않다.

그렇다, 아름다운 선율에다 애조 띤 매력적인 가락, 그 ‘도나우 강의 잔물결’(이바노비치 작곡), 그 물결이 강 가득 도도히 흘러내린다.

개화기 비련의 주인공 윤심덕, 그녀는 1926년 일본 레코드회사 ‘닛토축음기’에서 동생 윤성덕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사의 찬미’란 자작시를 바로 이 멜로디에 붙여 불러 취입한다.

이 곡은 온 국민의 마음을 울렸었지.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그래 이 구절 되씹으니 늙은 나그네 심사 다시 섧고 애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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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우 강을 가르지는 이 다리를 지나면 바로 국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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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우 강의 잔물결', 그 잔물결이 도도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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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우 강가엔 버드나무가 연록을 벗어나 푸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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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츠곡, '도나우 강의 잔물결'이 뇌리에 스치면서 늙은 나그네의 심사를 애련하게 만든다.)

 

그 ‘도나우 강’, 강 연안 곳곳엔 공장의 높은 굴뚝이 흰 연기를 뿜어댄다.

자욱이 퍼지는 그 연기, 연기 아닌 운무 가득한 현해탄에 투신자살로 명멸하는 종말, 신 자유연애주의자의 최후의 선택,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그렇지, 바로 ‘허무(虛無)’다.

허무, 허무, 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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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강 건너 공장엔 연기가 피어오른다.)

 

화물선에 컨테이너 싣는 대형크레인 움직임이 정신 들게 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파란 밀밭이~~~

입국수속은 30분 만에 끝났다.

불가리아로 들어서자 국경엔 상당한 크기의 공업도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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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에서 불가리아로 들어가기 위해 입국수속 때문에 버스가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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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지대의 베드타운이라 아파트가 즐비하다.

그곳엔 20층짜리도 보여 눈길 끈다.

이 도시는 루세(Ruse).

이 글 쓰면서 자료 뒤적이다가 뒤에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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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리아로 들어서면 이 국경도시가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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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변엔 봄꽃이 피어난다. 쓰레기만 아니라도 더 멋있는 도시란 감을 주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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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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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시가 '루세'라는 걸 뒤에 알게된다.)

 

이 도시를 벗어나자 루마니아와는 다른 산야가 나타난다.

구릉의 연속이다. 구릉지의 과수밭과 야산엔 봄꽃이 넘쳐났다.

밀밭에도 파랗게 자란 밀이 바람에 파도를 타면서 넘실댄다.

남으로 근 세 시간을 달려 내려왔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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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세를 벗어나 불가리아 북부 산악지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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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산에도 봄꽃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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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평원의 연속인 루마니아와는 달리 구릉지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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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같은 구릉지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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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릉지대 곳곳에도 마을이 보인다.)

 

빨간 지붕의 농촌주택도 거의 2층짜리 건물로 바뀌었다.

물론 3 ~4층짜리 농가가 보이기도 한다.

루마니아와는 달리 이곳엔 사과와 배나무를 심은 몇 백 평 단위의 과수원이 눈길을 끈다.


아련한 전설 ~ ‘장미의 나라’

흔히 불가리아를 ‘장미의 나라’ 또는 ‘장수국가’로 부른다.

이 나라 국화 장미에 얽힌 전설을 보자.

옛날 중동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한 젊은 수도승이 아름다운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금지된 사랑을 한 그 소녀는 신의 노여움을 사 장미로 변해버린다.

실의에 빠진 이 수도승은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선다.

고행 끝에 잡은 어느 땅에 장미를 심었더니 너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그 땅이 바로 불가리아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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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4층짜리 농가주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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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백평 단위의 과수원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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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큰 마을도 등장한다. 빨강 지붕이 눈길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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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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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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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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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아쉽게도 장미가 피는 계절이 일렀기에 그 유명한 ‘장미의 계곡’의 중심지 카잔루크와 장미산업박물관도 들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불가리아 여행 역시 ‘속빈 강정’에 그친 느낌이다.

불가리아의 장수식품인 요구르트가 인류에게 널리 알려진 건 1908년 생리의학부분 노벨상 수상자 소련의 메치니코프에 의해서다.

그는 1902년 ‘생명의 연장’이라는 논문을 통해 유산균이 대표적인 장수식품이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수명이 긴 불가리아 산악부족은 유산균이 다량 들어있는 발효유 요구르트를 매일 섭취했기에 당시 평균수명 87세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을 통해 불가리아는 장수국가로 통하게 됐다.

 

 

날씨가 너무 무덥다.

지난 7일엔 일하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질뻔하기도 했다.

농사일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폭염이 엿새째 이어진 어제 마지막으로 손자손가지와 덩쿨손 따기를 마쳤다.

지금까지의 작황은 아주 좋은 편이다.

이젠 알알이 영근 포도송이를 그대로 잘 익혀 수확하기만하면 더 이상 바람이 없다.

그간 이웃나들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다.

해량해 주시길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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