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munhwa.com/www/common/sp.gif)
▲ 금대봉 등산로에서 벗어나 들어선 야생화 군락지에서 마주친 꽃밭. 이처럼 화려하고 아찔한 풍경에 누군들 감탄사를 토해놓지 않을 수 있을까. 노란색 양지꽃과 흰색 홀아비바람꽃, 보라색 얼레지와 파란색 현호색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천상의 꽃밭’을 이루었다. |
![](http://image.munhwa.com/www/common/sp.gif)
▲ 고양이 눈을 닮은 괭이눈. |
![](http://image.munhwa.com/www/common/sp.gif)
▲ 짙은 향의 벌깨덩굴. |
![](http://image.munhwa.com/www/common/sp.gif)
▲ 꽃반지를 만들 수 있어 반지꽃으로도 불리는 제비꽃. |
![](http://image.munhwa.com/www/common/sp.gif)
▲ 씨가 뿌려져 개화하기까지 7년이나 걸린다는 얼레지. |
믿어지십니까. 저 스스로 자라난 야생화들이 저렇듯 아찔하게 ‘천상의 화원’처럼 황홀한 꽃밭을 이루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이제 막 새순이 돋기 시작한 일본 잎갈나무와 사스래나무, 신갈나무…. 청정한 습기로 가득한 그 숲의 산자락 가득히 노랗고, 파랗고, 하얗게 가득 피워낸 야생화들을 만났습니다. 야생화들로 가득한 모습이 어찌나 화려하고 또 신비로웠던지 그 숲에는 ‘숲의 정령’이 깃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강원도 정선과 태백의 경계 지점쯤에 솟아오른 대덕산 금대봉. 강원도 점봉산자락의 곰배령와 함께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정선에서 태백을 잇는 두문동재 고갯길의 정상쯤에서 이른바 ‘천상의 화원’은 시작됩니다. 양지꽃, 현호색, 홀아비바람꽃, 노랑무늬붓꽃, 피나물, 개별꽃, 얼레지…. 임도를 따라 조붓한 숲길 옆으로 피어난 야생화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며 가던 길이었습니다.
고목나무샘을 지나서 제법 굵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서있는 울창한 숲그늘 속으로 들어서자, 정강이까지 올라온 융단 같은 초원지대가 펼쳐졌습니다. 촉촉한 습기와 함께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가득찬 그 숲에는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 사이로 노랗고, 파란 야생화들이 가득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촘촘하게 꽃을 피워냈던지 그 앞에 서서 말을 잊었습니다. 아, 이렇게 많은 꽃을 한번에 본 적이 없습니다.
숲이 짙어질수록 꽃도 더 많아졌습니다. 혹시나 꽃 한송이라도 밟을세라 발밑을 조심하느라 발걸음은 한없이 늦춰졌습니다. 아니 걸음이 늦어진 것은 아마 다투어 피어난 고운 봄꽃들의 아찔한 자태에 취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산 아래에서는 다 져버린 보랏빛 얼레지가 이곳에서는 아직도 화려한 귀부인과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파란 현호색과 야생상태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노랑무늬붓꽃도 화려하게 꽃을 틔웠습니다. 양지꽃과 피나물, 산괴불주머니는 아예 이곳저곳에 군락을 이뤄서 풀숲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순백의 꽃잎을 틔워올린 홀아비바람꽃의 정갈한 자태는 또 어떻고요.
금대봉에서 시작해 분주령을 넘어 그 ‘천상의 화원’을 걷습니다. 봄의 찬란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런 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야생화 군락지는 이제 ‘아무나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 되버렸습니다. 그동안에는 동부지방산림청에 입산신고만 하면 들어설 수 있었지만, 지난해 봄부터는 대덕산과 금대봉 일대가 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등산로를 제외한 야생화 군락지에 한해 학술적인 연구 등 뚜렷한 목적이 없이는 출입이 제한되고 말았습니다. 마구잡이로 꽃밭을 짓밟고 다니는 일부 등산객이나 사진동호인, 혹은 나물을 뜯겠다며 산을 헤집고 다닌 사람들 탓이지요. 애초에는 산림청의 처사가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그 꽃밭을 둘러본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천상의 화원이 너무도 아름다웠던 데다, 또 몇몇 사람의 지각 없는 행동만으로도, 잠깐만에 이렇듯 아름다운 꽃밭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산불감시기간이 끝나는 오는 15일 이후, 금대봉을 넘어 분주령을 지나 검룡소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간단한 신분확인만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그곳에도 야생화들은 지천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임도의 샛길로 찾아들어가는 천상의 화원만큼이야 못하겠지만, 그곳에서도 트레킹을 겸해 야생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즐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야생화를 만나러간다면 우리 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고요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 첫째 조건입니다. 꼭 꽃들이 무리지어 꽃밭을 이루지 않더라도 풀숲에 한 송이씩 피어난 들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답니다. 굳이 ‘가볼 수 없는 곳’인 야생화 군락지를 찾아가서 소개하는 까닭도,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정선·태백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