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시는 무기였다. 모두가 침묵하던 시절 삶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표출했던 것은 문학밖에 없었고, 시는 그 중심이었다.
문학이 품고 있는 숨결을 통해 다시 오월을 만난다. 지역의 문인들이 육필 원고를 내걸고 시화전을 연다.
단어 하나하나에 시대의 아픈 단면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광주·전남 작가회의가 14일부터 18일까지 자미갤러리와 북구청 광장에서 여는 오월 육필 거리시화전 ‘가난한 찔레꽃’이다.
그 봄날을 노래한 작품들이 더러 갤러리에 또 어떤 것은 광장의 거리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한다.
<푸르른 한때/ 애인의 이름을 나무둥치에 새기며/ 소리 죽여 운 적이 있다/ 수천 수만 나뭇잎이 일렁거렸다> (고재종 ‘전각’ 전문)
80년 오월은 가장 빛나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상처가 너무 커서 광주는 몇 십 년을 소리 죽여 울었고, 그 깊은 눈물이 세상에 번져 나뭇잎 같은 사람들이 일렁거렸다.
시들 속에 오월의 아픔들이 선명하다. 사실 흔히 만날 수 있는 시들이다.
그러나 이 계절에 보면 더욱 아프게 읽힌다. 28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이 많다.
시인들이 손으로 쿡쿡 눌러 쓴 시의 문장들은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살아 있는 한 먼저 간 사람들의 눈물을 가슴에 담고 있겠다는.
광주·전남 작가회의 박혜강 회장은 “80년 오월 이후 광주의 작가들은 시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눈앞의 죽음이 분노를 만들었고, 그 아픔을 곧바로 표출하기 위해 시를 택했다.
문학은 일그러진 시대와 맞서는 최고이자 최선의 무기였다.
작가들의 육필 원고들은 그 선명한 분노를 지금 시대에 다시 되살린다”고 말했다.
문학으로 오월을 기억하는 일은 시화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15일 북구 향토문화센터 공연장에서는 시·산문 낭송대회 ‘바람 부는 오월에, 그대여’가 열린다.
어린이와 대학생, 어머니 독서회 회원 등 9팀이 참가해 오월 시들을 낭송한다.
일반인들이 문학의 힘으로 오월을 오늘에 되새기는 자리다.
17일 구도청 민원실에서는 오후 5시부터 오월문학제 ‘그 햇빛이 말씀인 것을 보았다’가 열린다.
조진태 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문학제에서는 낭송과 무대공연, 특별강연이 함께 열린다.
시낭송에는 안현미, 박후기, 손택수 시인이 나선다.
특히 김준태 시 ‘아 광주여 우리들의 십자가여’를 연대시로 낭송하는데
정영주, 함진원, 이지담, 황형철, 김해화, 박관서 시인이 참여할 예정이다.
무대공연은 동요 공연으로 ‘섬진강 도깨비 마을’, 판소리 공연은 명창 황연수, 노래 공연은 가수 정용주가 나선다.
특별강연은 소설가 한승원이 나서 오월문학과 자신의 체험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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