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서서히 더워지면서 들녘의 야생화는 내년을 기약하는지 벌써 열매를 맺고 사라져 가고 있다. 봄꽃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하여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중에, 어느 교회 옹벽 위에 크고 탐스러운 모란이 붉게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막걸리 한 사발을 충분히 담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큰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러나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이다. 때문에 작약은 겨울에 줄기가 말라 죽고 봄에 땅에서 새싹이 나온다. 모란은 작은 잎이 포크 모양으로 갈라져 있으며, 작약은 모란에 비해 잎에 광택이 있다. 꽃 중의 왕이니, 꽃을 의인화한 이야기에 모란은 항상 왕으로 등장했다. 신라 신문왕 때 설총의 ‘화왕계’주인공인 화왕은 모란이다. 또한 화초와 초목을 신하와 백성으로 의인화한 임제의 ‘화사’에서도 모란은 하나라의 문왕으로 비유하였다. 옛 사람들은 부귀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란 그림을 많이 그렸다. 모란과 목련 그리고 해당화가 함께 그려져 있으면 목련의 옥, 해당화의 당을 합쳐서 부귀옥당(富貴玉堂)이라는 뜻이 된다. 즉 ‘귀댁에 부귀가 깃들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당태종이 선덕여왕에게 모란 그림과 씨앗을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으며, 실제 심어 본 결과 향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모란은 향기를 품고 있는 꽃이다. 즉 부귀를 누리는 시기를 제한하므로 모란과 나비를 같이 그리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명예와 부귀가 모두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 소담스러우면서도 여유와 품위를 지닌 모란꽃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풍족해질 것이다.
모란은 작약과 비슷하여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기 쉬운 꽃이다.
예부터 모란은 화왕(花王)이라 불리었다.
중국에서는 모란을 부귀를 상징하는 ‘부귀화’라고도 한다.
모란에 얽힌 이야기로는 신라시대 선덕여왕을 빼놓을 수 없다.
모란은 부귀를, 나비는 80세를 상징하므로 모란과 나비를 같이 그리면 80세까지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뜻이 된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모란 한 그루의 선물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설연수 <생명숲학교 숲해설가>
모란꽃 피는 오월이 오면
모란송이의 꽃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꽃
또 한송이의 또 한송이의 나의 모란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 詩김용호 - 曲김진균 - 메조소프라노 신은미
아름다운 곡을 붙여 만든 많은 노래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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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시인 생가(사진-강진군청)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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