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 들꽃님께...!
올 가을은 유난히도 은행나무 단풍이 고왔습니다. 마주 선 암수 은행나무들이 샛노란 戀書를 주고 받는 길을 달리노라면, 하늘은 파랑이요 은행은 노랑 이니 온 세상이 남색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둘러 입은 것처럼 휘황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사뿐히 대지와 입을 맞추는 모습은 경쾌한 모차르트 교항곡을 듣는 듯합니다. 봄철 지리산 쌍계십리 길에서 분분히 낙화하는 벚꽃을 보았던 느낌과 다르지 않습니다. 은행나무는 공룡이 살았던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아왔기에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르 지요. 그래서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안아보고 충만한 우주의 氣를 받아가라고 했답니다. 은행나무를 두 팔로 꼬옥 안아보세요. 그러면 수억 년을 살아오면서 은행나무가 겪었던 기쁨 과 슬픔과 격정의 파노라마가 느껴집니다. 은행나무는 피붙이 하나 없는 오직 1속 1종만 있는 외로운 나무입니다. 또 특이하게도 활엽수이면서도 겉씨식물이고 동양에서만 자라는 암 수 딴그루의 나무입니다. 우리 학교 가는 길에는 은행나무 길이 4km 쯤 길게 뻗어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일 년에 두 번 자신의 발등 에다 노오란 꽃과 잎을 떨어뜨립니다. 늦은 봄철 은행나무 수꽃이 노란 콩가루처럼 소복이 떨어지는 것이 첫 번 째입니다. 은행나무 꽃은 풍매화이기에 작은 바나나같은 수꽃을 많이 만들어 바람에 실려 보냅니다. 봄비가 오시는 날은 비에 젖어서 날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서 자신의 발등을 소복히 덮어버리는 거지요. 또 늦가을로 접어들면 시내에서부터 초록잎에 노랑불이 붙어 점진적으로 노란 단풍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 두 번 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은 나뭇잎은 계수나무잎과 은행나무잎입니다. 계수나무잎은 잎 그 자체가 사랑의 심볼인 하트 모양이잖아요. 은행나무잎을 잘 보면 밑은 하나이면서 위는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독일의 문호인 괴테는 은행나무잎을 보고, "잎은 하나이면서 둘인가 / 둘이면서 하나인가 아! 사랑은 저러해야 하는 것을..." 하고 읊었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 씨앗을 선물로 주고 받으며 은밀히 이 은행을 나누어 먹었고 날이 어두워지면 그저 동구 밖에 있는 은행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다졌다고 합니다. 은행나무는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나무이기에 영원한 사랑을 기원한 것이지요. 칼릴 지브란의 책 <예언자>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버릴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렇다.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그리하여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그러니 은행나무 암나무와 수나무를 포함하여 모든 나무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글과 글 사이의 행간에 깊은 뜻이 있고 동양화의 여백에 오묘한 경지가 있으며, 폐사지의 빈 터에 禪의 정수가 넘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나무만큼 사랑스럽고 덕있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요? 단풍물이 잘 든 큰 은행나무를 보면 봉정사 만세루에 걸린 '덕휘루(德輝樓)'란 편액이 생각납니다. 덕이 빛처럼 사방으로 널리 널리 퍼져나간다는 뜻이지요. 매듭달 십이월입니다. 넉넉하고 사랑스런 한 그루 은행나무 같으시기를... 십이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참취--정가네님단풍나무--민들레님
둥근바위솔--플레이아데스님
찔레열매--주이님
부들--윤현기님
차나무꽃--둥굴레님
산국--달빛매화님
복주머니란--한여울님
튤립나무--사랑초님
양미역취--시나브로님^^*
해국--괭이밥풀꽃님
철부지 개나리--젬마님
연화바위솔--청로님
오갈피나무열매--어진내님
억새--놀부영감님
진노랑상사화--흰상사화님
개쑥부쟁이--포근이님
배풍등 열매--천주산님
둥근잎꿩의비름--째즈님
달뿌리풀--오뚜기님
단풍나무길--양각꽃비님
자운영--스투파님
구골나무--달희님
박주가리씨앗--기특해라님
산부추--네모님
투구꽃--핑크빛님
두메양귀비--어화둥둥님
솔체꽃--얼음새꽃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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