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있는風景

[박광진] 가을, 갈대,억새 수크렁

by 진 란 2007. 11. 20.


































 

 

  박광진

박광진

 

1935 서울생
1958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1995년 한국 현대 미술전, 프랑스 파리(Couvent des Cordeliers)

1997년 서울특별시 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장

2000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 MIRO홀 (프랑스)

 

 

가장 촉지(觸知)할 수 있는 자연에서 가장 은밀한 자연까지 자연에 대한 찬사

 

일상적 오브제를 다시 이용하는 작업, 형식주의자들의 공격, 설치 작업의 유행, 가상 이미지 작업의 증가,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향들로 인한 전통적인 회화 이미지의 거부라는 오늘날의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물의 외양을 다루는 데 있어 전통을 그리는 작업을 고집스레 선택하는 수많은 예술가가 있다. 가시적인 것을 형상화하는데 등을 돌리고있을 지라도, 그 예술가들은 감성 표현에 우위를 두면서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 있는 개념을 찾고 있다.

 

한국의 예술가에게는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초기 작업부터 화가 박광진은 자신의 회화적 변모의 도약 대상으로 자연을 선택하고 있다. 윤기 있고 뉘앙스가 있는 터치와 확실한 그래픽 구조를 통해 사실주의적인 재현을 고집하는 그는 그림 소재로서 도시 풍경, 동물이 있는 장면, 막 피어나는 꽃들의 군집, 중첩된 하모니가 있는 사찰 풍경, 설경(雪景)의 지평선, 또는 물줄기나 여체를 연상시키는 가는 선들로 군데군데 잘린 숲길을 선택한다.

 

그가 갖고 있는 직관이 정확성에 힘입어 주위(환경)를 포착한다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세계에 직면하여 내면성의 도약이나 감정이 변화 곡선에 상응해가며 구체적이고 확고한 사고를 합치시키는 것. 즉 몽테뉴의 표현을 빌자면 '사고의 전이(轉移)' 라는 것을 화가 박광진은 빨리 이해하였다. 그래서 그는 고도의 테크닉과 화면 구성에 신중함에 의지하여, 당대의 조류였기 때문에 그 자신도 쉽게 참여 할 수 있었던 추상표현이나 모노크롬 또는 앵포르멜의 공허한 추상성보다 우주의 유동성에 대한 해석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감수성이란 일종의 질서다"라고 데카르트는 말하고 있다. 화가 박광진은 이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관조하기 좋은 평화로운 영토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자발성을 구속하지 않는다. 그의 시각은 불필요한 것들로부터의 과중함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정리되어 간다. 이런 시각을 때로는 확장하고 때로는 집중시켜 가면서, 그는 자신의 고백을 색다른 형태로 옮기거나 그의 영혼의 상태를 내세워 항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약하게 비등하는 그의 팔 안에 계절의 변화라는 대조가 강한 연쇄를 마치 우리의 삶 속에 일상적인 몸짓들이 이어지고 중첩되듯 엮고 있을 뿐이다. 분명히 예술이란 삶은 아니다. 그렇지만 예술의 임무는 다른 종류의 삶, 경계 부분에 위치하기도 하며 동시에 자리 바뀜도 가능한, 무한성으로 씌워진 다른 종류의 삶으로의 고양을 가져오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관찰자인 화가 박광진의 표현 언어는 독특한 그 자신 영토의 복원에 근거한다. 이를 위해 그 무한한 변화를 왜곡하지는 않으나 혹은 황무지의 상태, 혹은 우리 생활 속의 더 가까운 것으로 변모시켜 그것에 마음 속 깊이, 정신적으로 심취된 우리를 발견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주제 자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화가가 그것을 자각하여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적용된 전사지(轉寫紙)로서 이 캔버스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의 방식이 리듬의 물결 속에서 세부적인 것을 중요시하고 우리가 거기서 극사실주의적인 인상을 갖게 될지라도, 그것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주의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적(詩的) 사실주의,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부드러우며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 시적 사실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윤이 나고, 중립적이고, 과대한 것과는 거리가 먼 표현 대화가 감각 속에서 자리잡히고 표현의 물결치는 템포 속에서 흐른다. 이렇듯 넘실거리는 파도의 장식속에서 야생의 미풍으로 빗질되어지는 흰 물결이 이는 풍경, 마치 작은 점들로 채워진 듯한 반짝이는 평야, 산허리까지 펼쳐져 한들거리는 미모사의 군집, 또 한편으로는 가을 바람 아래 광야에 격랑(激浪)이 이는가 하면 다른 화폭에선 이른 봄 햇빛으로 데워져 구부러진 줄기를 떠받치고 있는 밀밭이 펼쳐지기도 한다.

 

화가 박광진은 캔버스나 종이, 유화, 아크릴, 과슈 작업을 번갈아 하고 있다. 작업은 빠른 손놀림에 의한 크로키, 때로는 기억더미 속의 이미지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적인 것의 과잉에서 일종의 후광으로 둘러싸인 의도적인 근사치의 어휘들로의 구성을 가능케 해준다. 이로써 "사실보다도 더 사실적이어야 한다" 는 세잔느의 생각에도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지면을 스치는 빛과 부드러운 색도 변화를 사용하여 화가는 미묘한 대조, 평면과 반평면, 질감의 긴장감, 틈이 있는 부분과 절제된 포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들은 끊임없이 통제되는 제스처와 이 간극을 받쳐주는 데생을 통해 더욱 가능해지고 있다.

 

놀랄 만큼 잘 표현되고, 신중한 그러나 전혀 차갑지 않은 이 그림은 오늘날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진 것과는 반대로 내적 감각적 접근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 감각적 접근과 예술가는 상호 교류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창조하는 기쁨이 있다. 그 기쁨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형태의 다양성과 종합 속에 자연스러운 유입을 반사했다. 우리는 여기서 가장 쉽게 촉지(觸知)할 수 있고, 그 어느 그림보다도 은밀히 자연을 탐구하는 그림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제라르 슈리게라 (미술평론가)

 


Seasons In The Sun  - West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