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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서러운 가을

by 진 란 2007. 11. 11.

 

가을은 서럽다
나도 이젠 늙었다.
특히 가을이 오면 더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머리털이 하얗게 센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이보다 더 쓸쓸한 시간이 있을까.
아내도, 애인도 없이 가을 밤을 지내다보면
나의 야한 상상력도 여지없이 위축되게 된다.
그래서 가을에 찾아 읽는 시는 몽땅 다 쓸쓸한 것 뿐이다.
특히 나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왕유(王維)의 시를 나직히 읊어보곤 한다.
대표적인 시가 바로 
<깊어가는 가을 밤에 방안에 홀로 앉아> 같은 시이다.
독좌비쌍빈(獨坐悲雙髮)
공당욕이경(空堂欲二更)
우중산과락(雨中山果落)
등하초충명(燈下草蟲鳴)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늙어감이 서러웁다
이경(二更)--------,
밖에서는 찬 비가 내리고
어디메선가
과일 떨어지는 소리
벌레들이 방 안에
찾아와 운다
가을 밤은 깊어가고----빗줄기 따라 산속에서는
열매가 후두둑 떨어진다.
처량한 빗소리에 어울려 귀뚜라미 등 가을 벌레들이
희미한 불빛을 따라 방안에 들어와 운다,
이처럼 달콤하고 멋진 풍경화가 어디 있을까.
원문에는 첫째 줄에서 "비쌍빈(悲雙髮)"이라고 표현했다.
"쌍빈(雙髮)"이란 귀밑머리에 난 흰 터럭을 의미하는 것이니
흰 머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늙어감을
슬퍼한다는 뜻이다.
나는 얼굴 피부에는 자신이 있다. 주름이 전혀 없다.
그러나 흰 머리가 문제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자꾸 빠진다.
그래서 애인 구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
올 가을엔 어떻게 해서든지 애인을 구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야한 정열을 불태우고 싶다.
<광마 마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