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T. 시하늘의 꽃사랑님
만 추
가을 밤
길 2
- 배 창 환 -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길도
가만히 짚어보면
단순 명료하다.
그렇지 않으면 길이 아니다.
화선지에 그어진 굵은 먹의 아름다움
왔던 곳으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내 앞에 놓였던 길도
그런 길이었다.
새벽을 여는 거인의 발소리에 귀 세우며
벗들과 막걸리 나누어 마신 힘으로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거친 길이었다.
그 길에 찍었던 내 작은 발자국도
몇개쯤은 남았을 터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발자국은 커녕
못 보던 길 낯선 길 생전 꿈에도 생각 못한
그런 길만 있다.
미끈하게 확대 포장한 길도 길인가
눈물이 없는 길도 길인가
감동이 아닌 길 내게로 되돌아오는 길이
막힌 길도 길은 길인가
나는 그 길
가지 않으리라
그 길은 길이 아니므로
그 길은 결국 사람이 아닌 길이므로
바람 앞에 흩어지고 말
길 아닌 길이므로.
* 배창환 시집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창작과비평사)중
가을 길(이수동)
First Yellow Leaf _ Ralf 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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