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風景
[스크랩] 백로야
by 진 란
2007. 8. 13.
늘 그렇듯이 꿈에서 깨어나면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내 꿈은 무덤이며
내 하루는 또 다른 무덤이었습니다.
내 무덤 속에는 언제나 낯선 것들이 가득합니다.
그것들은 자리도 없이 엉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무덤들을 나누어먹고 있습니다.
사랑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그렇게 고여 있는 아침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기백로가 나의 뜰에서 서성이더군요.
대숲의 아기백로들이 장난치다 늘 떨어지곤 하지만
며칠 전 백로 한 마리를 묻어 준 뒤라
이번에는 쫓아버릴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나의 얼굴을 익혀버린 것 같았습니다.
세면을 하려고 화장실로 가는데
이번에는 어미백로가 주둥이로 툭툭 모기장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기백로를 찾아 헤매는 어미가 분명하였습니다.
둥지를 떠난 아기백로가
며칠을 살아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밤낮 뒤쫓아 다니던 어미덕인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낙동강 강가에 나가
아이들과 시를 쓰다가 왔습니다.
선생님,
달맞이꽃은 밤에 놀고요 코스모스는 낮에 놀고요
달맞이꽃은 낮에 자고요 코스모스는 밤에 자는데
달맞이꽃이 잘 때 코스모스가 도란도란
코스모스가 잘 때 달맞이꽃이 소곤소곤
시끄럽지 않을까요? 귀찮지 않을까요?
그런데 쟤들은 왜 같이 사나요?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도란도란 소곤소곤 시끄러워도
밤과 낮이 달라 눈빛을 깊이 바라볼 수 없어도
같은 흙에 나란히 뿌리를 묻고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려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쟤들은 같이 있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잠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미백로가 문 앞에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웬일인지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나를 보는데
기다란 목에 한숨이 가득하였습니다.
작은 눈에 두려움이 가득하였습니다.
배가 고파 그러나 조갯살 몇 개 놓아도 주고
먹지 않기에 삶아서 주기도 하였는데

어미백로는 갑자기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한동안 말없이 있었습니다
숟가락으로 물도 먹여보고
젓가락으로 먹여도 봤는데
고개만 이리저리 흔들었습니다.

얼마 뒤에 아기백로가 엄마 옆으로 뛰어 왔을 때
갑자기 어미백로가 푸드득 날개짓을 하였습니다.
아기백로는 삐죽삐죽 달아났습니다.
가지 마 엄마 옆에 있어 소리쳤지만
아기는 숨어서 나오질 않습니다.
어미백로는 이내
하늘 향해 곧은 화살표처럼 머리를 치켜세워 울음을 삼키다
아름답게 목을 뒤로 젖혔습니다.
텃밭엔 작은 무덤 또 하나 생겼습니다.
낯선 얼굴이 또 하나 내 무덤에 같이 합니다.
늘 그렇듯이 꿈에서 깨어나면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내 꿈은 무덤이며
내 하루는 또 다른 무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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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에요,....걍 여기다가 올려 놓고 싶어서요...
메모 : 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