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석
| ||||
저자 : 정윤천 실천문학사 刊 |
|||||
지역 문단을 지키며 꾸준히 시작 활동을 펼쳐온 정윤천 시인의 신작 시집 『구석』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만 4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이다. “시가 관념의 조합이 아닌, 실재하는 삶의 무늬 그 자체임을 잘 보여주”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박제된 문자의 조합이 아닌, 꿈틀꿈틀 움직이며 소리와 맛을 내는 변방의 언어, 인지가 아닌 감응이 터뜨린 언어”(최영철 시인)를 날것 그대로 살려 쓰면서 지나온 삶의 자취와 아렴풋한 추억 속에 떠오르는 낡고 오래된 풍경의 그윽함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무엇보다 ‘뜯어말겨’ ‘엥겨주지’ ‘때까우’ ‘껀정해도’ ‘가시낭구’ ‘쩌어기’ ‘봉다리’ ‘밥풀테기’ ‘할마씨’ ‘거디었다’와 같은 말들하고 재미있게 놀았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이 말들하고 킥킥거리며 놀다 보면 정윤천이 얼마나 뛰어난 리얼리스트이자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낭만주의자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이 한량풍의 껀죽한 시인 덕분에 우리 시가 오랜만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게 될 것 같다. “한번쯤은 이야기하고 갔으면 싶어지네”와 같은 문장에서 ‘갔으면’에 감도는 요상한 물기는 또 얼마나 유쾌하며 감칠맛이 도는가. ―안도현(시인) ‘시로 쓰는 후일담처럼 지나간 한 시대를 추억하는 정윤천의 시에는 아련한 그리움과 애잔한 슬픔이 묻어나온다. “우리들이 이후로도 오래 견디며 살아가야 할 찌푸린 세월의 저쪽에다가 그래도 치받아보았을, 그 중에서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았을, 한 잎의 흔들리는 까마득한 그리움”(「토란잎 우산 같은 것에 대하여」)처럼 그의 시는 기억 속에서 솟아오른다. 섬세한 관찰과 정밀한 묘사로 사라져가는 풍경을 그려냄으로써 시인은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지난날의 소중한 기억을 일깨운다. “선운산 인근 바닷가 마을에서 수 계절을 보낸 적이 있”던 시인은 그곳에서 “물소리는 물의 소리를 내면서 울고, 나뭇잎 한 장도 제때 앞에 이르러야만 제 빛을 지우던 일들이 바라보”(「시인의 말」)였다고 고백한다. “모든 것들은 지나가고/모든 것들은 머물다 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시인은 쓸쓸한 마음자리의 한편에서 “먼 곳을 향해 젖어 있는 눈시울 같은 기억”(「지나간 자리」)과 “가끔 쇳내를 뒤집어쓰고/혼자서 녹이 슬기도 하겠지만” “먼지 둘러쓴 시골 버스”(「풍경」)처럼 무심히 지나가는 풍경을 되살려내며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 전통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정윤천의 시는 기존의 서정시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리 새로워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생활 속에서 길어올린 해학과 구성진 어조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소박한 삶을 감싸안는 서정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따뜻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의 시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몸의 언어’이다. 이 시집에는 몸의 언어를 통해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가 유난히 눈에 띈다.
정윤천 시인은 1960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광주대학교를 졸업하였고,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1991년 『실천문학』 여름호에 신인 작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등이 있다. 계간 『시와사람』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제주도의 ‘제주유람선’에서 홍보이사로 일하고 있다. |
'♬있는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탈리 망세 (0) | 2007.06.22 |
---|---|
[스크랩] 돌곶이 꽃축제에서 강인한 선생님과 조 정 시인님 (0) | 2007.06.21 |
[스크랩] 민통선 안에서 만난 개불알꽃과 오리난초 (0) | 2007.06.19 |
[스크랩] 천리포 에서 간월암으로 개심사까지^^ (0) | 2007.06.19 |
[스크랩] 양수리 세미원 (0) | 2007.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