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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핀 둔덕 옆으로 하얗게 핀 꽃이 눈에 들어온다. 무리를 지어 핀 흰 꽃은 하늘의 은하수처럼 띠를 이루어 피어나고 있다. 조팝나무꽃이다. 봄이면 알게 모르게 산천에 피었다가 지는 꽃이다.
봄이면 이러한 메밀꽃같이 하얗게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꽃이 있다. 멍석에 가득 하얀 쌀을 널어놓은 것 같은 꽃이 있다. 아니 하얀 쌀이라기보다는 하얀 싸라기를 가득 뿌려놓은 듯한 꽃이다. 산천에 알게 모르게 지천으로 깔려 있는 하얀 싸라기들을 보고 사람들은 밥을 생각하였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조밥을 먹기 시작하는 춘삼월엔 배고픔과의 전쟁이었다. 조밥엔 팥도 넣고, 고구마도 넣고, 쌀도 조금 넣어서 밥을 짓는다. 그것도 없으면 조만 삶아서 먹기도 한다. 하얀 쌀밥이라도 한 그릇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어른 생일이라도 돌아와야 한 번 먹어 보았던 흰 쌀밥이다.
지나가다 찔레나무 아래에서 자라나는 새 순은 상큼한 맛이다. 손가락 만한 찔레라도 하나 발견하면 날아갈 듯한 손놀림으로 꺾는다. 껍질을 벗겨서 입속에 넣는다. 가시가 있어서 조금은 성가신 찔레나무 아래서 뱀이라도 한 마리 튀어나올까 걱정이다.
몇 가지 조팝나무꽃을 꺾어 집에 가져 온 일이 있다. 병 하나를 깨끗이 씻어서 정성스럽게 꽂아 놓았다. 방안이 하얗게 변했다. 조팝나무꽃으로 밥을 지어 맛있게 먹는 꿈까지 꾸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조팝나무꽃을 보았다. 모두 시들어 있었고, 꽃병 아래에는 하얗게 꽃들이 떨어져 있었다. 싸라기 같은 꽃들이 바닥에 쌓여 있었다. 조팝나무꽃이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은 몰랐다. 꽃들에 미안했다.
며칠 동안 교정에 하얀 개 한 마리가 돌아다녔다. 애완견인가 보다.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지만 몸에는 더러운 때가 묻어 있었다. 일부러 버린 개인지, 집을 나와 잃어버린 개인지 잘 모르겠다.
나를 보고 선생님께서 집에 가져가 기르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도 집에 애완견 한 마리를 기르고 있어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네가 가져다 기르면 안 되겠니?"하고 말하자 비염이 심해 부모님께서 개 기르는 것을 반대하신다고 한다. 주인 잃은 개도 하얀 조팝나무꽃을 좋아하는지 가끔 그 조팝나무꽃 아래에 앉아 있었다. 하얀 꽃 아래 앉아 있는 애완견은 애처로웠다. 알게 모르게 산천의 언덕에 피어 있는 조팝나무에 친구가 생긴 것일까?
싸라기처럼 흩어 뿌려진 들판의 조팝나무꽃으로 교정은 더 활기차다. 아침에 보았을 때보다 더 많이 피어난 벚꽃도 출렁거린다. 노란 개나리는 이제 바닥에 노란 꽃잎들이 늘어가고 있고, 파란 잎이 솟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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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정자나무 그늘 아래
글쓴이 : 서종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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