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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꽃사과도 꽃이 한창입니다

by 진 란 2007. 4. 9.

 

 

꽃사과, 애기사과, 애기능금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나무

 

화분에 심어 꽃도 보고 열매도 본대서 '꽃사과'라 했겠지만
나무도 비교적 작고 아기 같은 작은 열매를 매단다고
'애기'란 접두어가 붙었겠지만 표준어가 아기이므로
아기사과가 맞는 말이 아닐까?

 

누가 붙였는지 꽃사과가 좋은데  
여러 사람들이 불러줘야 대접을 받을 텐데.

꽃을 보면서 좋은 하루 보내시길….

 

 

 

♧ 꽃사과 - 안경희

 

하루를 더 못견디고 잎들이
하르륵 '하르륵' 바람에 져 내렸다.
지상의 목숨들 하나 둘 꺼져 가는 소리도
이와 짐짓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들은 울음을 남기지 않고서도 사뿐사뿐 잘도 지는데
떠나가는 사람들은 눈물을 남겼다.
꽃들이야 햇살 만나 그 나무에 다시 피면 그만이지만
우리 한번도 그리운 사람의 환생을 목격한 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품안으로 은밀히 싹을 내리나 보다.
꽃을 만나 잎처럼
잎을 만나 꽃처럼
오늘 나의 뜨락에 올망졸망 과실들이 열고
잠든 아기 손 어느샌가 꼭 쥐고 놓지 않는
꽃사과 한 알. 언제 주웠을까
자박 자박 걸음마 하며 꿈결엔 듯 다녀왔을까
너무 쪼끔해서 구슬인양 아롱아롱
잠결에도 놓지 못하는 내 아기 손안에 꼭 잡힌
바알갛게 태열 앓는
애기꽃사과.

 

 

 

♧ 꽃사과 2 - 최제형(源谷) 
 
꽃사과
말간 봉오리
꽃순이 젖망울 같아서

 

참새 떼
사랑 나눈 후
일제히 하얀꽃 피우네

 

검은 가지마다
배꽃보다 더 하얀
꽃, 꽃 무데기

 

4월 가고 꽃닢 다 지면
애기사과 홀로
여름 폭우 버티고

 

고추보다 붉은 열매
추렁추렁 매단 채
임산부처럼 뿌듯한 웃음 짓고 있어라.


 

 

 

♧ 그 해의 봄 - 주근옥

 

새벽에 나와
밤에 기어들고
때때로 외지에 나가
내 전심전력 쏟으며
영토를 넓히고 있을 때
울안의 나무란 나무
풀씨란 풀씨 모두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느니
바람 불면 손을 흔들거나
눈 쌓이면 어깨를 늘어뜨려
평온을 위장한 채
거사를 획책하고 있었으니
그때 일신상의 화급한 문제로
집을 비웠다가 돌아온 날 정오
울안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졌느니
철쭉꽃 애기사과꽃 새싹이란 새싹
모두가 일제히 발을 굴러
그 해의 봄은
둑 터진 강물이었느니

 

 

 

♧ 슬픔의 무게 - 서연정

 

비 오는 날 꽃밭에 선다
석 달 열흘하고 또 하루 내리는 비
피할 수 없는 그 빗물을 나무들이 맞고 있다

 

동백 모란 맥문동 애기능금 철쭉 칸나
이미 꽃철 지난 어떤 것은
흔적을 오롯이 핏줄 속에 갈무리하고
또 어떤 것은 몇 날 뒤 피어날 설렘으로
탱탱하게 볼이 부어오르는 중이다

 

아무 상관 않겠다는 듯 비는 계속 내리고
나무는 그 날비를 마냥 맞는데
유난히 비의 날은 칸나에게 날카로운가

곧 찢어질 듯 아프다고 잎새가 운다
동백도 비를 맞지만 또 다른 나무도 비를 맞지만
칸나처럼 쉬지 않고 울지는 않는다

 

더러는 동백처럼 어쩌면 칸나처럼
비를 맞는 너와 나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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