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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직소포에 들다"

by 진 란 2007. 2. 15.
TITEL: Woman in Thought KÜNSTLER: Franco Donaggio ENTSTEHUNGSDATUM: 1996 MEDIUM: Photographs REGION: Italian STIL: Contemporary
완성되지 않은 시를 위하여 "완성하지 않은 시들은 깨끗이 잊어버려도 좋다는 게 내 원칙이다 쓸 만한 좋은 것이 있다면 써서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보다 머릿속에 담아두는 편이 더 좋다 만일 그것을 서람 속에 넣어두면 변함없이 그대로 있지만 기억 속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 변형된다 <불에 탄 노턴>은 <성당의 살인>에서 잘라낸 찌꺼기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집필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이 하루에 세 시간 정도다 손질은 나중에 할수도 있다 처음에는 더 오래 계속하려 했지만 이튿날 검토하면 세 시간이 지난 다음에 한 일은 전혀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일을 멈추고 무언가 아주 다른 일을 생각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 나는 작품을 지키는데 익숙하기 전에는 규칙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엘리엇이 한 말입니다 "고요! 나는 타히티 밤의 고요를 배우는 중이다 고요 속에서 내 심장의 고동 소리만이 들려온다"면서 고갱은 원시의 삶과 태양, 숲, 바람 등에 흠뻑빠진 나머지 "왜 나는 태양이 만들어낸 이 모든 장관을 캔버스에 그리는 것을 주저했을까"라고 말했습니다 "똑같은 소리 되풀이하지 말고 계속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라는 것이야 기웃거려보니 남의것 좋다고 흉내내지도말고 시인의 줏대를 지키며 끝없이 떠돌라는 것이지 항상 변하면서도 그 시인의 체통과 체취 무엇이든 흔들림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자아'를 향해 항상 떠나는 시가 좋은 시 아니겠어 아직 덜 되어서 무엇인가 더 되려고 떠도는 것이 서로 살맛나게 서럽고 아름다운 것 아니겠나? 시인에게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없는 것 항상 현역이지 발표는 이렇게 뜨겁지 않은가 그런 시인은 죽어서까지도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 거야 독자들 가슴속에서 매양 새롭게 뜨겁게 씌어지고 있을 테니까" 이것은 미당(未堂)이 한 말입니다 내가 詩作을 할 때 내 선생이 되어주는 소중한 말들입니다 그 말들은 그들의 정신의므로 나는 그 정신을 본받기 위해 지금도그들의 정신을 배우는 중입니다 나는 시를 쓸 때마다 그 정신을 내 등용문이라 생각하 며 어떤 절망도 어떤 좌절도 넘어서려 애씁니다 등용문이란 말은 중국의 후한서에서 처음 전해졌다고 합니다 중국 황하의 상류에 용문이라는 거센 급류의 협곡이 있었는데 그 급류를 거슬러올라 야 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잉어들은 그 거센 물살을 오르지 못하고 좌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용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TITEL: TIFFANY #10 KÜNSTLER: Rod Cook ENTSTEHUNGSDATUM: 1996 MEDIUM: Photographs MATERIAL: Platinum palladium print REGION: American PREIS*: Contact Gallery for Price
시라는 거센 물살을 오르기 위해 시의 등용문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 시 인의 운명일지 모릅니다 그 등용문을 거슬러올라가지 않고 좌절한다면 그냥 잉어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 든 정성을 시에 바치지 않고 주저앉은 시인에게 시의 神 뮤즈는 영락없 이 앙갚음을 할 것입니다 남의 시 따라 노래하는 앵무새나 남의 시 흉내내는 원숭이는 시인광대 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광대짓 하는 시인이 시인을 죽이며 독자들을 시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입니다 시인은 자기의 시에서만큼은 언제나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 의 줏대는 시인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그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선 겉 의 현상보다 속의 본질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시인은 세상이 쓸쓸하고 가난할 때 고요하게 빛나는 법이다 소월도 그 랬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무득 떠오릅니다 "좋은 시는 세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가 어떤 시를 읽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라던 어느 시인의 말도 떠오릅니다 "문단의 자리는 임자가 없다 좋은 작품을 쓰는 이의 자리다"라고 말한 모파상의 말도 떠오릅니다 모든 새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울듯이 모든 시인은 제 시를 부르며 일어 설 것입니 다 완성되지 않은 시를 위해서! Franco Donaggio The Station #4, 1996
천양희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중에서 Yuhki kuramoto ROMANCE
출처 : 후니의 마음
글쓴이 : 후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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