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감당하기 버거운 동백꽃 물결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4.0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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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 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經)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까지도 들었겠군요
마음의 경(經) 한 구절로 당신도 어느 새
큰 절 한 채를 짓고 있었음을 알았겠군요
그렇다면 불화로를 뒤집어쓰고 숯이 된
등신불(等身佛) 이야기도 들어 보셨나요
육보시 중에서도 그 살보시가 으뜸이라는데
등(燈)을 밝힌다면, 보시 중에서도 그 꽃 보시가 으뜸인
오늘 이 동백숲을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겠군요
한 세월 앞서
초당 선비가 갔던 길
뒷숲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그 소롯길 걸어 보셨나요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 채 지천으로 깔린 꽃송이들
- 송수권 시, 백련사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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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백련사 주변에는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붉디 붉은 동백꽃과 강진만의 푸른 바다, 그리고 천년 세월을 품은 사찰 백련사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한 경지를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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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잎새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의 대비를 이룬다. 색깔만큼이나 강렬하고 정열적인 꽃이다. 그 꽃덩이를 찾아 나선 동박새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봄햇살을 가득 받은 동박새는 동백나무를 찾아 다니며 봄을 쪼아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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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지고 또 피고지고 하면서 떨어진 꽃덩이는 계곡에도 흐드러져 있다. 계곡물에 떨어진 동백꽃이 물놀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난생 처음 해보는 물놀이여서 멀미라도 한 걸까. 아니면 꽃구경을 온 사람들의 발걸음소리에 놀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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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는 물론 나뭇가지 아래에도 온통 동백물결이다. 나무에서 활짝 피어 싱그러운 동백꽃이 흐드러지고, 땅에 떨어진 꽃도 지천이다. 꽃이 피어있는 것과 떨어진 풍경을 한꺼번에 봤으니 올해엔 동백을 제대로 본 셈이다. 백련사에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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